六一居士
가 하야 自號醉翁
이러니 旣老而衰且病
에 하얀 則又更號六一居士
하다
吾家藏書一萬卷
이요 이요 有琴一張
하며 有碁一局
하고 而常置酒一壺
로다
以吾一翁으로 老於此五物之間하니 是豈不爲六一乎아
余將見子疾走하야 大喘渴死라도 而名不得逃也리라 居士曰
方其得意於五物也
에 하며 雖
하고 이라도 未足喩其樂且適也
라
其大者有二焉
하니 는 勞吾形于外
하고 憂患思慮
는 勞吾心于內
하야 使吾形不病而已悴
하고 心未老而先衰
하니
雖然이나 吾自乞其身於朝者三年矣러니 一日天子惻然哀之하야 賜其骸骨하야 使得與此五物偕返於田廬하야 庶幾償其夙願焉하니
客復笑曰 子知軒裳珪組之累其形하고 而不知五物之累其心乎아 居士曰
累於彼者는 已勞矣요 又多憂어니와 累於此者는 旣佚矣요 幸無患하니 吾其何擇哉아
壯猶如此한대 今旣老且病矣어늘 乃以難强之筋骸로 貪過分之榮祿이면 是將違其素志而自食其言이니 宜去三也라
글 뜻이 광달曠達하니 구양공歐陽公이 스스로 속박을 벗어나 자유로웠던 점이 여기에 있다.
육일거사六一居士가 처음 저산滁山으로 폄적貶謫되어 취옹醉翁이라고 자호自號하였는데, 늙어 쇠하고 병든 뒤에 영수潁水 가로 물러나 쉬려고 했을 때에는 또 육일거사六一居士로 호를 고쳤다.
객客이 묻기를 “육일六一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라고 하니, 거사가 말하였다.
“우리 집에 장서藏書가 일만 권이요, 삼대三代 이래의 금석문金石文 자료를 집록集錄한 것이 일천 권이요, 거문고가 한 벌 있으며 바둑판이 하나 있고 항상 술 한 병을 두고 있다오.”
객이 말하기를 “이는 오일五一(다섯 가지가 하나씩 있는 것)인데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하니, 거사가 말하였다.
“이 늙은이 한 사람이 다섯 가지 물건 사이에서 늙으니 이 어찌 육일六一이 되지 않겠소?”
객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이름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입니까?
누차 호를 바꾸니 이는 장자莊子의 이른바 그림자를 두려워하여 해 가운데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내가 장차 보건대 그대가 질주하여 크게 헐떡거리며 목이 말라 죽더라도 이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니, 거사가 말하였다.
“내 참으로 이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또한 굳이 피할 것도 없음을 알고 있소.
내가 이러한 이름을 지은 것은 애오라지 이로써 나의 즐거움을 표명한 것일 뿐이라오.”
객이 말하기를 “그 즐거움이 어떠합니까?”라고 하니, 거사가 말하였다.
바야흐로 다섯 가지 물건에서 득의得意할 때에는 태산太山이 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빠른 우레가 기둥을 부수어도 놀라지 않으며, 비록 동정호洞庭湖 들판에서 구소九韶가 울려 퍼지고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큰 전투를 보더라도 즐겁고도 뜻에 맞는 이 정회情懷를 형용하기에는 부족할 것이오.
그러나 이 물건들 사이에서 나의 즐거움을 지극히 하지 못할까 항상 근심하는 것은 세상일이 나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 많아서외다.
그 큰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으니, 수레며 의복, 옥규玉圭와 인수印綬는 바깥에서 나의 형체를 수고롭게 하고, 근심걱정과 사려思慮는 안에서 나의 마음을 수고롭게 하여, 나의 형체로 하여금 병들기도 전에 이미 초췌하게 만들고 마음으로 하여금 늙기도 전에 먼저 쇠하게 만든다오.
그러니 오히려 어느 겨를에 다섯 가지 물건을 누리겠소.
비록 그러하나 내가 조정에 이 몸의 은퇴를 스스로 청한 것이 3년이었는데, 하루는 천자께서 측은히 여기시고서 은퇴를 허락해주시어 나로 하여금 이 다섯 가지 물건과 더불어 함께 전려田廬로 돌아가 거의 숙원夙願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셨소.
이것이 내가 〈육일六一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즐거움을〉 표명한 까닭이라오.”
객이 다시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는 수레며 의복, 옥규와 인수가 그 형체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알고 다섯 가지 물건이 그대의 마음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알지 못하십니까?”라고 하니, 거사가 말하였다.
저것에 누를 받는 것은 이미 수고롭고 또 근심도 많거니와, 이 다섯 가지 물건에 누를 받는 것은 이미 편안하고 다행히 근심이 없으니, 내 어찌 가리겠소?”
이에 객과 함께 일어나 악수하고 크게 웃으며 “그만둡시다.
소소한 것들은 따질 만한 것이 못 되오.”라 하고는, 잠시 후 탄식하며 말하였다.
“대저 선비가 젊어서는 벼슬하고 늙어서는 물러나 쉬니, 대개 70세가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물러나 쉰 이들이 있었소.
내가 평소 그들을 사모하였으니, 이것이 마땅히 떠나야 할 첫 번째 이유라오.
내가 일찍이 당세에 등용되었지만 끝내 일컬을 만한 것이 없으니, 이것이 마땅히 떠나야 할 두 번째 이유라오.
장년壯年이었을 때도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지금 이미 늙고 병들었거늘 이에 힘써 일하기 어려운 근골筋骨로 분수에 넘치는 영예榮譽와 이록利祿을 탐한다면 이는 장차 평소 지녔던 뜻을 저버리고 스스로 식언食言하는 셈이니, 이것이 마땅히 떠나야 할 세 번째 이유라오.
내가 세 가지 마땅히 떠나야 할 이유를 지녔으니, 비록 다섯 가지 물건이 없다 하더라도 떠나는 것이 마땅하외다.
희령熙寧 3년 9월 7일 육일거사는 스스로 전傳을 짓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