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之事
는 有本末
하고 其爲治者
는 有先後
하니 略矣
라
後世之治天下에 未嘗不取法於三代者는 以其推本末而知所先後也라
之爲治也
에 以理數均天下
하고 以爵地等邦國
하며 以
域民
하고 以職事任官
하야 天下有定數
하고 邦國有定制
하며 民有定業
하고 官有定職
하야
使下之共上으로 勤而不困하고 上之治下로 簡而不勞하야 財足於用하야 而可以備天災也요 兵足以禦患하야 而不至於爲患也라
凡此具矣라 然後飾禮樂하며 興仁義하야 以敎道之라
是以로 其政易行하며 其民易使하야 風俗淳厚而王道成矣라
財必取於民하고 官必養於祿하며 禁暴必以兵하고 防民必以刑하니 與後世之治者大抵同也라
後之有天下者가 孰不欲安且治乎리오마는 用心益勞而政益不就하야 諰諰然常恐亂敗及之로되
足天下之用이 莫先乎財하며 繫天下之安危가 莫先乎兵하니 此有司之所知也라
然財豐矣로되 取之無限而用之無度면 則下益屈而上益勞하고 兵强矣로되 而不知所以用之면 則兵驕而生禍하리니 所以節財用兵者는 莫先乎立制라
制已具備면 兵已可使하고 財已足用하리니 所以共守之者는 莫先乎任人이라
是故
로 均財而節兵
하야 立法以
하며 任賢以守法
하며 尊名以厲賢
하나니
此五者相爲用이 有天下者之常務요 當今之世所先이어늘 而執事者之所忽也라
今四海之內가 非有亂也요 上之政令이 非有暴也며 天時水旱이 非有大故也요 君臣上下가 非不和也라
以晏然至廣之天下
로 無一間隙之端
이로되 而
하며 敢有崛彊之王
하며 者
는 何也
오
生齒之數는 日益衆하며 土地之産은 日益廣하며 公家之用은 日益急하고 四夷不服하며 中國不尊하며 天下不實者는 何也오
方今農之趣耕이 可謂勞矣요 工商取利乎山澤이 可謂勤矣요 上之征賦榷易商利之臣이 可謂纖悉而無遺矣라
然
이면 則天下公私乏絶
하니 是無事之世
에 民無一歲之備
하고 而國無數年之儲也
라
古之善用兵者
는 可使之赴水火
러니 今
은 有司不敢役
하고 必不得已而暫用之
면 則謂之借倩
이라
彼兵相謂曰官倩我라하고 而官之文符에도 亦曰倩이라
이 三年而一徧
에 所費八九百萬
이로되 有司不敢緩月日之期
라
兵之得賞
에 不以無功知媿
하고 乃稱多量少
하고 하야 小不如意
면 則群聚而呼
하야 持梃欲擊天子之大吏
하니 無事之時
에도 其猶若此
라
夫財用悉出而猶不足者는 以無定數也요 以兵之敢驕者는 以用之未得其術이라
彼或挾材蘊知하되 特以時方惡人之好名이라 各藏畜收斂하야 不敢奮露하야 惟恐近於名하야 以犯時人所惡라
是以
로 人人變賢爲愚
하니 愚者無所責
하고 賢者被
하야 遂使天下之事
로 將弛廢而莫敢出力以爲之
하니
夫五代之主가 豈皆愚者邪며 其心豈樂禍亂而不欲爲久安之計乎아
當是時也
하야 東有
하고 西有
하고 北有
하고 南有
하야 天下分爲十三四
하야 四面環之
하고
以至狹之中國으로도 又有叛將强臣이 割而據之하야 其君天下者가 類皆爲國日淺하고 威德未洽이라
强君武主가 力而爲之하야 僅以自守요 不幸孱子懦孫이 不過一再傳而復亂敗라
是以로 養兵如兒子之啖虎狼이라도 猶恐不爲用이어든 尙何敢制리오
以殘弊之民人
으로 贍無貲之征賦
하야 이라도 猶恐不足
이어든 尙何曰節財以富民
이리오
天下之勢
가 方若弊廬
하야 補其奧則隅壞
하고 整其桷則棟傾
하야 枝撑扶持
하야 苟存而已
니 아
是以로 兵無制하며 用無節이면 國家無法度하야 一切苟且而已라
外平僭亂하야 無抗敵之國하며 內削方鎭하야 無强叛之臣하고 天下爲一에 海內晏然하야 爲國不爲不久요 天下不爲不廣也라
方今承
之基業
하고 据萬乘之尊名
하야 以有四海一家之天下
하고 하야 莫不內輸
하야
六尺之卒
이 荷戈勝甲
하야 力彀
하고 彎二石之弓者
가 數百萬
이라
中外之官
이 居職者數千員
이며 官三班吏部常積者又數百
이요 하야 而應詔者萬餘人
이요 試禮部者七八千
이라
民不見兵革
이 於今幾四十年矣
에 外振兵武
하야 하고 內修法度
하야 興德化
라
以天子之慈聖仁儉
으로 得一二明智之臣
하야 相與而謀之
면 天下積聚
가 可如
며 制禮作樂
이 可如
이요 奮發威烈以耀名譽
가 可如漢武帝唐太宗之顯赫
이요 論道德
에 可興堯舜之治
라
然而財不足用於上而下已弊하고 兵不足威於外而敢驕於內하고 制度不可爲萬世法而日益叢雜하야 一切苟且가 不異五代之時하니 此甚可嘆也라
是所謂居得致之位하고 當可致之時하고 又有能致之資어늘 然誰憚而久不爲乎아
구양공歐陽公의 훗날의 재상宰相 경략經略이 여기에서도 대략 보인다.
응당 왕형공王荊公의 〈만언서萬言書〉와 참고해서 봐야 한다.
천하의 일에는 본말本末이 있고 그 다스리는 방도에는 선후先後가 있으니, 요순堯舜의 글에 대략 구비되어 있습니다.
후세에 천하를 다스릴 때 삼대三代에서 법을 취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은 본말本末을 미루어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왕三王이 다스릴 때 천리天理와 천수天數로 천하를 다스리고 작위爵位와 봉지封地로 방국邦國을 구분하였으며 정전井田으로 백성을 한계 짓고 직사職事로 관리를 임용하여, 천하는 정해진 법수法數가 있고 방국邦國은 정해진 제도가 있으며, 백성은 정해진 직업이 있고 관리는 정해진 직임이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바치는 일로 부지런하되 괴롭지 않고, 위에서 아래를 다스리는 일로 간이簡易하되 수고롭지 않게 하여, 재물이 용도에 넉넉하여 천재天災에 대비할 수 있고, 군대가 환란을 막기에 충분하여 근심이 되는 데 이르지 않게 하였습니다.
무릇 이러한 일들을 구비한 뒤에 예악禮樂을 꾸미고 인의仁義를 흥기하여 이를 가르치고 인도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 정사가 쉽게 행해졌으며 그 백성들을 쉽게 부려서 풍속이 순후하고 왕도王道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비록 황음荒淫하고 잔약孱弱한 자손이 지위를 계승한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7, 8백 년이 지난 뒤에야 끝난 것입니다.
대저 삼왕三王의 다스림이 어찌 남과 다름이 있겠습니까.
재물은 반드시 백성에게 취하고 관리는 반드시 녹봉으로 길러주며, 포란暴亂을 금지하기를 반드시 군대로써 하고 적민賊民을 방비하기를 반드시 형벌로써 하였으니, 후세의 다스림과 대체로 같았습니다.
그러나 후세에는 늘 어지러이 패망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삼왕三王만 홀로 안정시키고 보전하였던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삼왕三王은 본말本末을 잘 미루고,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아, 천하를 다스리는 데 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세에 천하를 소유한 자가 누군들 안정되고 잘 다스려지기를 원하지 않았겠습니까마는, 용심用心이 수고로울수록 정사가 더욱 성취되지 아니하여 전전긍긍 늘 어지러이 패망하는 상황에 미칠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번번이 무너지고 만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그 본말本末을 미루지 못하고, 선후先後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힘쓸 일이 많은데, 먼저 해야 할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그중 두 가지는 유사有司가 담당하는 것이고, 그중 세 가지는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천하의 용도用度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재물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으며, 천하의 안위安危가 달린 문제는 군대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으니, 이는 유사有司가 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물이 풍족한데도 한정 없이 취하고 한도 없이 쓰면 백성은 더욱 고갈되고 관리는 더욱 수고로울 것이며, 군대가 강성한데도 이를 운용할 줄 모르면 군대가 교만하여 화란을 일으킬 것이니, 재물을 절약하고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은 법제法制를 확립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습니다.
법제가 구비되고 나면 군대를 부릴 수 있고 재물이 용도에 넉넉해질 것이니, 이를 함께 지키는 방법은 적임자에게 맡기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재물을 고르게 하고 군대를 조절한 다음, 법을 세워서 제재制裁하고 어진 이에게 맡겨서 법을 지키고 명망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여 어진 이를 격려하는 것입니다.
서로 쓰임이 되는 이 다섯 가지는 천하를 소유한 자가 늘 힘써야 할 일이고, 오늘날 세상에 먼저 해야 할 일인데도 일을 맡은 자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사해四海 안이 혼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부의 정령政令이 포악함이 있는 것도 아니며, 천시天時와 수한水旱이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군신君臣 상하上下가 화목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지극히 넓은 안정된 천하를 가지고 틈 하나 생길 단서가 없는데도, 남이南夷가 감히 천자天子가 명한 관리를 죽이고, 서이西夷에 감히 오만불손한 왕王이 있으며, 북이北夷에 감히 대등한 예禮를 행하는 제帝가 있는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인구人口의 숫자가 날로 더 많아지고 토지의 생산이 날로 더 넓어지고 국가의 용도가 날로 더 촉급해지며, 사이四夷가 복종하지 않고 중국中國이 존엄하지 않고 천하가 튼실하지 않은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오늘날 농부가 들에 가서 경작하는 것이 수고롭다 할 만하고, 공상工商이 산택山澤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부지런하다 할 만하고, 위에서 무역에 따른 손익을 따져 세금을 부과하는 신하가 빠짐없이 자세하게 살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명도明道나 경우景祐 연간처럼 한번 수한水旱을 만나기라도 하면 공가公家나 사가私家를 막론하고 천하가 텅 비어버리니, 이는 태평무사한 시대에 백성에게는 한 해의 대비도 없고 나라에는 몇 년의 저축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재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의 군대를 잘 운용한 자는 수화水火 속으로 달려들게 할 수 있었는데, 오늘날 상군廂軍과 금군禁軍은 유사有司가 감히 부리지 못하고 기어이 마지못해 잠깐 쓸 경우에는 ‘빌려 쓴다.[借倩]’고 이릅니다.
저 군사들은 서로 “관청에서 우리를 빌렸다.[官倩我]”라고 하고, 관청의 문서에도 “빌렸다.[倩]”고 작성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례大禮를 이유로 노고도 없는 자들에게 3년에 한 차례씩 상을 내려 비용이 8, 9백만 전이나 드는데도, 유사有司가 감히 정해진 월일月日을 늦추지 못합니다.
군사들이 상을 받으면 아무런 공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마침내 많고 적음을 따지고 좋은 것을 가까이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여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떼 지어 모여 부르짖으며 몽둥이를 들고 천자의 대리大吏를 치려고 하니, 아무런 일이 없을 때에도 오히려 이러합니다.
이것으로 군대가 교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재용財用을 다 지출하였는데도 오히려 부족한 까닭은 정해진 수가 없기 때문이고, 군대가 감히 교만한 까닭은 운용運用에 그 방법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법제法制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용이 떨어지고 군대가 교만하며 법제가 완비되지 않았는데도 분연히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나라에 몸 바쳐 보답하는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이것으로 적임자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임자에게 맡기지 않는 것은 적임자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저들은 혹 재주를 지니고 지혜를 쌓고 있으면서도 단지 당세 사람들이 바야흐로 남들이 명예名譽를 좋아하는 것을 미워하기 때문에 저마다 감추고 수렴하여 감히 떨쳐 드러내지 못하고, 오직 명예를 가까이하여 당세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하기만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마다 모두 어짊을 바꾸어 어리석은 짓을 하니, 어리석은 자는 책망할 것도 없고 어진 자는 기롱과 질시를 당하여 마침내 천하의 일로 하여금 장차 풀어지고 무너지는데도 감히 힘을 내어 다스릴 이가 없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명예를 숭상하지 않는 폐단이 천하의 가장 큰 병통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가 모두 무너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난날 오대五代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고 이를 만합니다.
53년 동안 다섯 성姓을 가진 열세 명의 군주가 바뀌었는데, 나라를 잃거나 시해를 당한 자가 여덟이며, 길게는 10여 년에 지나지 않고 심한 경우는 3, 4년 만에 멸망하였습니다.
저 오대五代의 군주가 어찌 모두 어리석은 자이겠으며, 그 마음이 어찌 화란禍亂을 즐거워하여 장구하게 안정시킬 생각을 하고자 하지 않았겠습니까.
다만 힘으로 할 수 없는 점이 있으니, 때입니다.
이때를 당하여 동쪽에는 분진汾晉이 있고, 서쪽에는 기촉岐蜀이 있고, 북쪽에는 강호强胡가 있고, 남쪽에는 강회江淮‧민광閩廣‧오월吳越‧형담荊潭이 있어서, 천하가 열세넷으로 나누어져 사면四面이 중국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지극히 좁은 중국의 경우에도 배반한 장수와 강성한 신하가 땅을 나누어 차지하고 있었기에, 천하에 군주 노릇 하는 자가 대체로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힘이 날로 약해지고 위엄과 은택이 두루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강성한 군주와 용맹한 군주가 힘을 다해 다스려 근근이 스스로 지켰을 뿐, 불행하게도 잔약孱弱한 자손이 불과 한두 번 정도만 전하고 다시 어지러이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군사를 기르기를 아이가 범과 이리에게 먹이를 주듯이 하더라도 오히려 써먹지 못할까 두려운데, 오히려 어떻게 감히 제어하겠습니까.
잔폐殘弊한 백성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부세賦稅를 공급하게 하여 몹시 가혹하게 세금을 매기더라도 오히려 부족할까 두려운데, 오히려 어떻게 재물을 절약하여 백성을 부유하게 한다고 하겠습니까.
천하의 형세가 바야흐로 낡은 오두막 같아서 아랫목을 보수하면 모퉁이가 무너지고 서까래를 손질하면 기둥이 기울어져 떠받치고 버티면서 구차하게 보존하고 있을 뿐이니, 오히려 어느 겨를에 전대前代의 모범模範을 본받아 제도를 세우겠습니까.
이 때문에 군사를 제어하지 못하고 용도를 절약하지 못하면, 국가에 법도가 없어서 모든 것이 구차할 따름입니다.
지금 송宋나라가 개국한 지 80년이 되었습니다.
밖으로는 참람하게 난을 일으키는 자들을 평정하여 대적하는 나라가 없고, 안으로는 방진方鎭의 권력을 약화하여 강성하고 배반하는 신하가 없으며, 천하가 통일되자 해내海內가 편안하여 나라가 오래지 않은 게 아니고 천하가 넓지 않은 게 아닙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한다.”라고 하였는데, 밑천이 있는 자가 공을 이루기 쉽다는 말입니다.
오늘날 삼성三聖이 닦아놓은 왕업王業을 계승하고 만승萬乘 천자天子라는 드높은 칭호를 차지하여, 사해四海가 한집과 같이 일통一統된 천하를 소유하고 대우大禹의 공물貢物과 부세賦稅를 바치던 땅을 모두 포괄하여 바치고 실어 보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오직 위에서 취하는 것일 뿐이니, 재물이 부족하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육척六尺의 군졸로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채 힘을 다해 오석五石의 쇠뇌를 당기고 이석二石의 활을 당기는 자들이 수백만입니다.
오직 위에서 제어하고 명령하기만 할 뿐이니, 군대가 부족하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중외中外의 관원으로 직임을 맡고 있는 자들이 수천 명이고, 삼반원三班院과 이부吏部에 늘 대기 중인 관원이 또 수백 명이며, 3년마다 한 번씩 포의布衣에게 조령詔令을 내려 조령詔令에 응하는 자가 만여 명이고, 예부禮部에 응시하는 자가 7, 8천입니다.
오직 위에서 뽑기만 할 뿐이니, 어진 이가 부족하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백성들이 전쟁을 겪지 않은 지가 지금 거의 40년 가까이 되었는데, 밖으로는 군대의 무력武力을 진작하여 변방을 막고 안으로는 법도法度를 닦아 덕화德化를 일으켰습니다.
오직 위에서 실행하는 데 달렸으니, 겨를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자애롭고 성스러우며 인자하고 검소한 천자께서 명철하고 지혜로운 한두 신하를 얻어 서로 더불어 이를 도모하면, 천하에 쌓이고 모이는 재물이 한漢나라 문제文帝와 경제景帝 때처럼 풍부해질 수 있고, 예禮를 제정하고 음악音樂을 만드는 것이 성주成周 때처럼 성대해질 수 있으며, 위엄과 공렬을 떨쳐 일으켜 명예를 빛내는 것이 한漢 무제武帝와 당唐 태종太宗처럼 혁연해질 수 있고, 도덕道德을 논하면 요순堯舜의 다스림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물은 위에서 쓰기에도 부족한데 아래 백성들은 이미 피폐하고, 군대軍隊는 밖에서 위무威武를 떨치지도 못하면서 감히 안에서 교만을 떨고, 제도制度는 만세의 법이 되지 못하여 날로 더욱 번다해지기만 하여 이 모든 구차한 것이 오대五代 때와 다르지 않으니, 이 점이 몹시 한탄스럽습니다.
이른바 이룩할 수 있는 지위에 처하고 이룩할 수 있는 때를 당하고 이룩할 수 있는 바탕이 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여 오래도록 하지 않는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