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木鳥獸之爲物과 衆人之爲人이 其爲生雖異나 而爲死則同하야 一歸於腐壞澌盡泯滅而已나
而衆人之中에 有聖賢者가 固亦生且死於其間이로되 而獨異於草木鳥獸衆人者는 雖死而不朽하고 逾遠而彌存也라
修於身者는 無所不獲이요 施於事者는 有得有不得焉이요 其見於言者는 則又有能有不能也니라
施於事矣면 不見於言이라도 可也니 自詩書史記所傳으로 其人豈必皆能言之士哉아
修於身矣
면 而不施於事
하고 不見於言
이라도 亦可也
니 로되 이나
하고 而後世更百千歲
에 亦未有能及之者
하니 其不朽而存者
가 固不待施於事
온 況於言乎
아
予讀班固藝文志
와 하고 見其所列
하니 自三代秦漢以來
로 著書之士
가 多者至百餘篇
이요 少者猶三四十篇
이니
其人을 不可勝數로되 而散亡磨滅하야 百不一二存焉이라
予竊悲其人文章麗矣요 言語工矣나 無異草木榮華之飄風과 鳥獸好音之過耳也라
而忽焉以死者가 雖有遲有速이나 而卒與三者로 同歸於泯滅하니 夫言之不可恃也가 蓋如此라
今之學者가 莫不慕古聖賢之不朽하되 而勤一世以盡心於文字間者하니 皆可悲也니라
東陽徐生이 少從予學爲文章하야 稍稍見稱於人이러니 旣去而與群士試於禮部하야 得高第하니 由是知名이라
予欲摧其盛氣而勉其思也라 故於其歸에 告以是言이라
05. 남쪽으로 돌아가는 서무당徐無黨을 보내는 서문
구양공歐陽公이 문장 짓는 것을 몹시 좋아하다가 만년에 깨달은 것이 이와 같았다.
우리들은 평생 문장을 지으면서 스스로 즐기기를 좋아하니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초목草木과 조수鳥獸 등의 동식물과 중인衆人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삶의 양상은 비록 다르지만 죽는다는 점은 같아서 한결같이 부패하여 다 없어지며 사라지는 데로 돌아갈 뿐이다.
그러나 중인衆人 가운데 성현聖賢이라는 분들이 본래 또한 중인衆人 사이에서 살고 죽지만 초목草木‧조수鳥獸‧중인衆人과 홀로 다른 점은 비록 몸은 죽더라도 자취는 불후不朽하고 오래될수록 더욱 보존된다는 것이다.
그 성현聖賢이 되는 까닭은 몸을 닦아 덕德을 세우며 일을 시행하여 공功을 세우며 훌륭한 말을 드러내어 후세에 남겨주기 때문이니, 이 세 가지가 불후不朽하여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는 이유이다.
몸을 닦아 덕德을 세우는 자는 얻지 못하는 것이 없고, 일을 시행하여 공功을 세우는 자는 얻을 수도 있고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훌륭한 말을 드러내어 후세에 남겨주는 자는 말을 잘하는 경우도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을 시행하여 덕德을 세우면 훌륭한 말을 드러내어 후세에 남겨주지 않더라도 괜찮으니, 《시경詩經》‧《서경書經》과 사기史記에 전해지는 이들을 살펴보건대, 그 사람들이 어찌 반드시 모두 말을 잘하는 선비였겠는가.
몸을 닦아 덕德을 세우면 일을 시행하여 공功을 세우지 않고 훌륭한 말을 드러내어 후세에 남겨주지 않더라도 역시 괜찮으니, 공자孔子의 제자弟子 가운데 정사政事에 능한 이가 있고 언어言語에 능한 이가 있었지만 안회顔回와 같은 이는 누추한 골목에 있으면서 팔을 굽혀 베고 굶주려 누워 있을 뿐이었으며, 사람들과 무리 지어 있을 때에는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 당시부터 여러 제자가 모두 그를 추존推尊하여 감히 바라보며 다가갈 수 없다고 여겼고 후세에 수천 년을 지나도록 또한 아직껏 그의 경지에 다가갈 수 있는 이가 없으니, 그 불후不朽하여 오래도록 보존됨이 진실로 일을 시행하여 공功을 세우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하물며 훌륭한 말을 드러내어 후세에 남겨줄 것이 있겠는가.
내가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와 당唐나라의 사고서목四庫書目을 읽고 거기에 나열된 것을 보니 삼대三代와 진秦‧한漢에서부터 이후로 책을 저술한 사람이, 많은 이는 백여 편에 이르고 적은 이도 3, 4십 편이 되었다.
이런 사람들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지만 흩어져 사라지고 닳아 없어져서 백에 한둘도 보존되지 못하였다.
나는 혼자 그 사람의 문장이 아름답고 언어가 공교롭지만 초목草木의 화사한 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조수鳥獸의 아름다운 소리가 귀를 스쳐지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음을 서글퍼하였다.
한창 그가 심력心力을 쏟을 적의 노고가 또한 어찌 중인衆人들이 이익을 좇아 급급하고 분주한 경우와 다르겠는가.
문득 어느 사이에 죽는 것이 비록 느리고 빠른 차이가 있지만 결국에는 초목草木‧조수鳥獸‧중인衆人 세 가지와 함께 똑같이 사라지는 데로 귀결되니, 말에 의지할 수 없음이 대체로 이와 같다.
지금 배우는 자들은 옛 성현의 불후不朽를 사모하면서도 한 세상 동안 부지런히 노력하여 문자文字 사이에 마음을 다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는 모두 슬퍼할 만하다.
동양東陽의 서생徐生이 어려서부터 나에게서 문장 짓는 것을 배워 차츰차츰 사람들에게 일컬어졌는데, 떠나간 뒤 그가 여러 선비와 함께 예부禮部에서 과거科擧를 보아 높은 순위로 급제하니 이 때문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의 문장이 날로 진전하여 마치 물이 솟아오르고 산이 솟아나온 듯하였다.
나는 그의 성한 기운을 꺾고 그가 자신을 돌아보기를 권면하고자 하므로 그가 돌아갈 때에 이런 말을 해준다.
그러나 나도 본디 문장을 짓기 좋아하는 자이니 또한 이를 통해 내 자신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