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伏覩朝旨
컨대 雖差
監護故荊王葬事
나 然未見降下葬日及一行事件
이라
或聞以歲月不利하야 未可葬이라하고 或聞有司以財用不足으로 乞且未葬이라하니
夫陰陽拘忌之說은 陛下聰明睿聖이 必不信此巫卜之言而違禮典이로되
但慮議者堅執方今財用不足不可辦葬하니 陛下聞有勞民枉費之說하면 則不得不慮하야 因以遲疑라
臣謂前後
大臣
에 浮費枉用之物至多
하니 豈是朝廷本意
리오
今若盡節浮費하고 及絶其侵蠹하야 而使用物不廣하면 則將復以何辭而云不葬이리오
內若干是浮費요 若干是實用이니 若實用之物이 數猶至多하야 而力不可辦이면 則緩之可也어니와 若實用之物少요 只是舊例浮費多면 則可削去浮費而已라
今都不計度하고 而但云無物可葬은 則不可也요 未見實用之數多少하며 不量力能及否하고 而曰 必須遵禮라하고 而曰 必須葬은 亦未可也라
然須先乞令
宋祁等
하야 將一行合用之物
하야 列其名件
하야 內浮費不急者
를 一一減去之
니
若只留實用之物이면 數必不多요 假如稍多면 更加節減이니 雖至儉薄이라도 理亦無害니
今避儉葬하야 不肯節費하고 留喪而待有物之年하야 以就侈葬하니 則非臣所知也라
今朝廷議者는 分而爲二하야 顧物力者則不顧典禮國體하고 論典禮國體者則不思財用辦否하야
不肯薄葬而留之하야 以待侈葬하야 成王之惡名이 一也요 信巫卜之說而違典禮가 二也요 目下減節은 力所易爲요 他時豐足은 禮或難待니 使皇叔之柩로 五七年間에 不得安宅하야 而神靈無歸가 三也요 使四夷聞天子皇叔薨而無錢出葬하야 遂輕中國而動心이 四也요 今天下物力雖乏이나 然凡百用度를 不能節費處多어늘 獨於皇叔之身에 有所裁損하야 傷陛下孝治之美가 五也라
荊王於國屬最尊하고 名位最重하니 伏乞早令定議하야 無使後時하소서
신이 삼가 조정의 뜻을 보건대 비록 송기宋祁를 차견差遣하여 고故 형왕荊王의 장사葬事를 감호監護하게 했으나, 장삿날과 송장送葬하는 일행에 관한 결정을 하달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혹은 연월年月이 좋지 못해 장사지낼 수 없다는 말도 들리고, 혹은 유사有司가 재용財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장사지내지 말기를 청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대저 음양의 술수術數로 금기를 가리는 설은, 총명하고 슬기로우신 폐하께서 필시 이러한 무당과 점쟁이의 말을 믿고서 예전禮典을 어기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다만 의논하는 이들이 지금 재용이 부족하여 장사지낼 수 없다는 주장을 견지堅持하고 있으니, 폐하께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비용을 허비한다는 말을 들으면 염려하지 않을 수 없어, 그로 말미암아 망설이고 주저하실까 염려될 뿐입니다.
신은 생각건대 그동안 대신大臣을 칙장勑葬할 때 긴요치 않은 비용을 허비한 것이 매우 많았는데, 어찌 조정의 본의本意였겠습니까.
모두 주관 부서가 잘못 조처하여 사람들이 서로 결탁하여 간교한 짓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지금 만약 긴요치 않은 비용을 다 줄이고 경비를 좀먹는 짓을 막아서 장사에 쓰이는 물품이 많지 않도록 한다면, 장차 무슨 핑계로 장사지내지 못한다고 하겠습니까.
이 문제에 있어 주관 부서가 송장送葬 일행의 용도를 가지고 대체적인 수량을 헤아려 결정한 적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 수량 내에 얼마간은 긴요치 않는 비용이고 얼마간은 실제로 쓰일 비용일 터이니, 만약 실제로 쓰이는 물품 수량이 오히려 너무 많아 마련해낼 힘이 없다면 장사를 늦추어도 좋겠지만, 만약 실제로 쓰일 물품은 적고 단지 구례舊例에 따라 책정한 긴요치 않은 비용이 많다면 긴요치 않은 비용을 깎아내면 될 것입니다.
지금 비용을 전혀 계산해보지 않고 단지 장사지낼 수 있는 물품이 없다고만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실제로 쓰일 물품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고 힘이 미칠 수 있는지 헤아려보지 않고서 “반드시 예법을 따라야 한다.” 하고, “반드시 장사지내야 한다.” 하면 이것도 옳지 못합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이 두 가지 다른 주장을 헤아려보건대 장사지내는 쪽이 온당합니다.
그러나 먼저 바라건대 왕요신王堯臣과 송기宋祁 등으로 하여금 일행이 써야 할 물품 명목을 나열하여 그중에서 긴급하지 않은 것은 일일이 절감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실제로 쓰일 물품만 남겨둔다면 수량이 필시 많지 않을 것이고 가사 다소 많더라도 더 절감하면 될 것이니, 비록 검박하게 되더라도 이치상에는 문제될 게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 장사는 제때 지낼 수 있고, 물품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저 검소한 장사는 옛사람이 아름답게 여긴 일이고, 사치한 장사는 옛사람이 나쁘게 평판한 일입니다.
지금 검소한 장사를 피하여 비용 절감을 기꺼이 하려 하지 않고, 상사喪事를 지체해두어 물품이 갖춰지는 해를 기다려 사치한 장사를 지내려 하니, 신이 납득할 수 없는 점입니다.
만약 검소한 장사도 지낼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 지나친 말입니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사체事體를 논하는 밖의 여론은 모두 “장사지내는 것은 온당하다.” 하는데,
지금 조정의 의논하는 이들은 나뉘어 둘이 되어서 물력을 고려하는 쪽은 전례典禮와 국가의 체모를 돌아보지 않고, 전례와 국가의 체모를 논하는 쪽은 재용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각자 일방의 견해를 고집하여 의논이 오래도록 결정되지 않아서 폐하의 총명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지금 곧바로 장사지내어 생기는 해害는 한 가지이고, 장사지내지 않아 생기는 해害는 다섯 가지입니다.
곧바로 장사지내어 생기는 해는 물력을 소비하는 데 불과하지만 그러나 역량은 됩니다.
장사지내지 않아 생기는 해는 잃는 바가 크니 이렇습니다.
검박하게 장사지내려 하지 않고서 상사喪事를 지체해두어 장사를 사치하게 지낼 때를 기다려서 폐하의 나쁜 평판을 이루는 것이 첫째이고, 무당과 점쟁이의 말을 믿고 전례를 어기는 것이 둘째이고, 현재 절감하는 것은 힘으로 할 수 있는 바이고 훗날 풍족한 것은 예禮를 혹 기다리기 어려울 수 있는데 황숙皇叔의 영구靈柩를 5, 7년 동안 유택幽宅에 안장하지 못해 신령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 셋째이고, 사이四夷로 하여금 천자의 황숙이 훙서薨逝했는데도 장사지낼 돈이 없다는 소문을 듣게 하여 마침내 중국을 업신여겨 침략할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 넷째이고, 지금 천하의 물력이 비록 궁핍하나 모든 용도에 비용을 절약할 수 없는 곳이 많거늘 유독 황숙의 몸에 비용을 줄여서 효치孝治하시는 폐하의 미덕을 손상하는 것이 다섯째입니다.
이것이 신이 말한 “장사지내는 쪽이 온당하다.”는 것입니다.
형왕荊王은 왕족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명위名位도 가장 무거우니, 삼가 바라건대 일찍 명령을 내려 의논을 결정하여 때를 늦추는 일이 없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