然而群居平日
에 幸得
하고 跪拜起居
하야 竊兄弟行
하니 寓書存勞
에 謂宜有所款曲以親之之意
어늘 奈何
로 一幅之紙
에 前名後書
하고 且狀且牒
을 如上公府
아
此乃世之浮道之交外陽相尊者之爲니 非宜足下之所以賜脩也라
古之書具
는 惟有鉛刀竹木
이요 而削
爲
에 止於達名姓
하고 寓書於
에 止於舒心意爲問好
라
惟官府吏曹 凡公之事
에 上而下者
는 則曰符曰檄
이요 問訊列對
하야 下而上者
는 則曰狀
이요 位等相以往來
는 曰移曰牒
이요 非公之事
에 長吏或自以意
로 曉其下
하야 以戒以飭者
는 則曰敎
요 下吏以私自達於其屬長
하야 而有所
者
는 則曰牋記書啓
라
故非有狀牒之儀를 施於非公之事相參을 如今所行者하니
其原蓋出唐世大臣이 或貴且尊이어나 或有權於時어든 縉紳湊其門以傳하니 嚮者謂舊禮不足爲重이라하야 務稍增之라
然始於
하야 有參候起居
하고 因爲之狀
이러니 及五代
하야 始復以候問請謝
로 加狀牒之儀
를 如公之事
라
然止施於官之尊貴及吏之長者하니 其爲謬所從來旣遠이어늘
世不根古하야 以爲當然하고 居今之世에 無不知此而莫以易者하니 蓋常俗所爲가 積習已牢하야 而不得以更之也라
然士或同師友하며 締交游하야 以道誼相期者도 尙有手書勤勤之意에 猶爲近古라
候問請謝는 非公之事니 有狀牒之儀하야 以施于尊貴長吏라도 猶曰非古之宜用이온 況又用之於肩從齒序跪拜起居如兄弟者乎아
將待以牽俗積習者하야 而姑用世禮하야 以遇我之勤邪아
구공歐公이 스스로 자신을 높이고자 하지 않고 사람을 예禮로써 가르침이 이와 같다.
수脩는 본래 어리석고 못나 진실로 벗으로 사귀어주길 바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평소 사람들 속에 섞여서 다행히 비슷한 나이로 어울려 함께 서로 무릎을 꿇어 절하고 기거하면서 외람되게 형제의 항렬처럼 지냈으니, 서찰을 보내 안부를 물을 때 의당 다정하게 친근親近하는 뜻이 있어야 하거늘, 어이하여 한 폭의 종이에 앞에는 이름을, 뒤에는 편지 내용을 쓰고, 하나는 장狀, 하나는 첩牒을 쓰시기를 마치 공부公府에 올리는 양식처럼 한단 말입니까?
물러나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겸손謙遜이 아니면 나를 소원疏遠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을 사귈 때 겉으로만 존중하는 세상의 승려들이나 하는 것이요, 족하足下가 나에게 할 예禮가 아닙니다.
옛날의 글을 쓰는 도구는 연도鉛刀와 죽목竹木이 있을 뿐이었고, 찰札을 깎아서 자刺를 만듦에 성명만 전달하는 데 그치고, 간簡에 편지글을 씀에 의사意思를 서술하고 안부를 묻는 데 그쳤습니다.
관부官府와 이조吏曹에서 무릇 공적公的인 일에 위에서 아래로 보내는 것을 부符 또는 격檄이라 하고, 물음에 대답하여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것을 장狀이라 하고, 동등한 지위에서 서로 주고받는 것을 이移 또는 첩牒이라 하며, 공적인 일이 아닐 경우에 장리長吏가 혹 자기의 뜻으로 아랫사람을 효유曉諭하여 경계하거나 신칙申飭하는 것을 교敎라 하고, 하리下吏가 사적私的으로 자기의 장리長吏에게 전달하여 후문候問하거나 청사請謝하는 바가 있는 것을 전기牋記‧서계書啓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하신 것처럼 장狀‧첩牒의 격식을 공적인 일이 아닌 경우에 하는 것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시원始原은 대개 당唐나라 대신大臣이 혹 신분이 귀하고 지위가 높거나 혹 당시에 권세를 가졌을 경우에, 사대부들이 그 집의 문에 몰려들어 만나고자 하는 뜻을 전하니 그 당시에 구례舊禮는 정중하지 못하다고 하여 되도록 다소 격식을 더 보태었던 데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알刺謁에서 시작하여 안부를 묻는 것이 있었고 이어 장狀을 하였었는데, 오대五代 때에 이르러 비로소 다시 후문候問하고 청사請謝하는 것에다 장狀‧첩牒의 격식을 더하기를 공公이 하신 것처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관작官爵이 존귀하거나 관리들의 장관長官인 자에게 베푸는 데 그쳤으니, 그 잘못됨은 소종래所從來가 이미 오랩니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옛날의 제도를 근거하지 않고서 당연하다 여기며, 지금 세상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가 없지만 아무도 고치는 자가 없으니, 대개 세상 사람들이 해온 것이 오래 쌓인 습속으로 이미 굳어져서 고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비로서 혹 사우師友를 같이하고 교유를 맺어서 도의道誼의 벗으로 서로 기대期待하는 이들은, 오히려 수서手書에서 정회情懷를 토로하는 뜻이 그래도 옛날의 서찰書札 제도에 가깝습니다.
후문候問‧청사請謝는 공적인 일이 아니니, 장狀‧첩牒의 격식을 갖추어 고관高官이나 장리長吏에게 베풀더라도 오히려 “옛날에는 마땅히 쓸 예禮가 아니었다.”라고 할 터인데, 하물며 또한 비슷한 나이로 어울려 함께 서로 무릎을 꿇어 절하고 기거하여 마치 형제와 같은 사이에 이런 예禮를 써서야 되겠습니까.
어쩌면 족하께서 도의道義의 벗으로 나를 기대하지 않아 수서手書를 보내주시길 아까워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세속에 이끌리고 오랜 습속에 물든 사람으로 기대하여 우선 세속의 예禮로써 나를 정성스레 대우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는 승려들이 겉으로만 사람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지성스런 마음을 이기지 못해 공公에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