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伏蒙聖恩에 授臣依前右正言知制誥知滁州軍州事하야 已於今月二十二日赴任訖者라
謗讒始作에 大喧群口而可驚이러니 誣罔終明은 幸賴聖君之在上이라
하고 爲邦仍竊於安閒
하니 祗荷恩榮
에 知感感涕
로소이다
同母之親이 惟存一妹러니 喪厥夫而無託하야 擕孤女以來歸하니 張氏此時에 生纔七歲라
在人情에 難棄於路隅일새 緣臣妹하야 遂養於私室이라
方今公私嫁娶에 皆行姑舅婚姻이온 況晟於臣宗에 已隔再從이요 而張非己出이라 因謂無嫌이라하야
然其旣嫁五六年後요 相去數千里間이라 不幸其人自爲醜穢라도 臣之耳目不能接하고 思慮不能知어늘
以至究窮於資産
하얀 固已
니 若以攻臣之人惡臣之甚
으로 苟罹纖過
인댄 奚逭
이리오 蓋荷聖明之主張
하야
然臣自蒙睿獎하야 嘗列諫垣으로 論議多及於貴權하야 指目不勝於怨怒하니 若臣身不黜이면 則攻者不休요 苟令讒巧之愈多인댄 是速傾危於不保라
必欲爲臣明辯인댄 莫若付於獄官이요 必欲措臣少安인댄 莫若置之閒處하야 使其脫風波而遠去하고 避陷穽之危機니
斯蓋皇帝陛下 推天地之賜하고 廓日月之明하야 知臣幸逢主聖而敢危言하고 憫臣不顧身微而當衆怨하야 始終愛惜하고 委曲保全이니 臣雖木石之心頑이나 實知君父之恩厚라
敢不虔遵明訓하고 上體寬仁하야 永堅不轉之心하고 更勵匪躬之節이리오
02. 지저주知滁州에 제수되어 사은謝恩하여 올리는 표表
신이 삼가 성은聖恩을 받으니, 신에게 예전대로 우정언右正言 지제고知制誥 지저주군주사知滁州軍州事에 제수하여 이달 22일에 부임을 마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방이 처음 일어났을 때에 뭇사람들이 크게 떠들어 놀랐는데, 터무니없는 무함誣陷이 마침내 밝혀진 것은 다행히 성군聖君께서 위에 계신 덕분이었습니다.
관직은 외람되게 청요淸要 근신近臣을 맡았고 고을은 평안한 곳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삼가 은영恩榮을 받으매 오직 감격해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태어나 부친父親을 잃고 고생하였고 어려서는 빈천했습니다.
친형제자매라고는 누이 한 사람이 있을 뿐인데 남편을 잃고 의지할 데 없어 딸을 데리고 신에게 왔으니, 그 장씨 딸은 이때 겨우 일곱 살이었습니다.
신은 부끄럽게도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豫知力이 없어 그 아이가 장성하여 무슨 일을 할지 예측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정상 길가에 버리기 어렵기에 신의 누이 때문에 마침내 집에서 길렀습니다.
지금 공사公私간에 시집가고 장가들 때 모두 고모나 외삼촌의 자식끼리 혼인할 수 있는데, 하물며 구양성歐陽晟은 신의 종족에 있어 이미 재종再從의 거리가 있고 장씨張氏 딸은 신의 소생이 아니므로 혐의될 게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아직 머리에 비녀를 지르기도 전에 시집을 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집간 지 5, 6년 뒤요 서로 거리가 수천 리나 떨어진 터라 불행히도 그 사람이 추악한 음행淫行을 하였지만, 신의 이목耳目으로 접하지 못하였고 생각으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말하는 자가 신을 언급하였으니, 참으로 뜻밖입니다.
장씨 집안 재산을 갈취했다고까지 한 데 이르러서는 진실로 이미 취모멱자吹毛覓疵한 것이니, 만약 신을 공격하는 사람의 신을 몹시 미워하는 마음으로 터럭만 한 잘못에 얽어 넣는다면, 가혹한 형법을 적용하는 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성명聖明께서 주장해주신 덕분에 억울하게 죄를 받는 것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이 폐하의 장려를 받아 간원諫院에 들어간 뒤로 비판하는 말이 권귀權貴에게 많이 미쳐, 신을 지목하여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을 이루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만약 신을 축출하지 않으면 공격하는 자들이 그치지 않을 것이고 간교한 참소가 더욱 많아지게 하면 국가를 보존하지 못해 위태롭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신을 위해 억울한 정상을 밝혀주고자 하신다면 옥관獄官에게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고, 조금 편안한 곳에 신을 두고자 하신다면 한직閒職에 신을 두어서 풍파를 벗어나 멀리 떠나가고 위태한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신이 아무리 자신을 위해 계책을 잘 세울지라도 바라는 바는 이와 같은 데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황제 폐하께서 천지天地와 같이 큰 은덕을 미루시고 일월日月과 같이 밝은 지혜를 넓히셔서 신이 성주聖主를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 감히 직언直言을 했음을 아시고, 신이 일신을 돌아보지 않고 뭇사람들의 원망을 받았음을 불쌍히 여기시어 시종 신을 아끼고 곡진曲盡히 신을 지켜주셨으니, 신이 아무리 목석木石처럼 둔한 마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실로 군부君父의 은혜가 두터움을 압니다.
감히 밝은 가르침을 경건히 따르고 위로 너그러운 인덕仁德을 체인體認하여, 바뀌지 않는 마음을 길이 굳게 다지고 몸을 아끼지 않는 충절을 더욱 면려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