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之不幸無子而以其同宗之子爲後者를 聖人許之하야 著之禮經而不諱也어늘 而後世閭閻鄙俚之人은 則諱之하니
故其苟偸竊取嬰孩襁褓하야 諱其父母而自欺하야 以爲我生之子라하야
曰 不如此면 則不能得其一志盡愛於我하야 而其心必二也라하고
而爲其子者도 亦自諱其所生하야 而絶其天性之親하고 反視以爲叔伯父하야
凡物이 生而有知하야 未有不愛其父母者어늘 使是子也로 能忍而眞絶其天性歟아
惟聖人則不然하야 以謂人道莫大於繼絶하니 此萬世之通制요 而天下之公行也니 何必諱哉리오
所謂
者
는 未有不由父母而生者也
라 故爲人後者
는 必有所生之父
하고 有所後之父
하니
其簡易明白하고 不苟不竊不欺不僞하야 可以爲通制而公行者가 聖人之法也라
服은 外物也니 可以降이나 而父母之名은 不可改라
故著於
하야 曰 爲人後者
는 爲其父母服
이라하니 自三代以來
로 有天下國家者
가 莫不用之
어늘
禮樂崩壞에 三綱五常之道絶하고 而先王之制度文章이 掃地而盡於是矣라
如寒食野祭而焚紙錢은 天子而爲閭閻鄙俚之事者多矣라
而晉氏起於夷狄하야 以纂逆而得天下하고 高祖以耶律德光爲父하니
而出帝於德光에 則以爲祖而稱孫이어늘 於其所生父에는 則臣而名之하니 是豈可以人理責哉아
08. 《오대사五代史》 〈진가인전晉家人傳〉에 대한 논論
옛날에 불행히도 자식이 없어 동종同宗의 자식으로 후사後嗣를 삼는 것을, 성인이 허락하여 예경禮經에 드러내어 숨기지 않았건만 후세에 여염閭閻과 비리鄙俚의 사람은 숨겼다.
그런 까닭에 구차하게 훔쳐서 강보에 든 아이를 몰래 가져와 그 부모를 속이고 스스로도 기만하여 내가 낳은 아들이라고 하여,
말하기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일한 마음으로 나를 극진히 사랑함을 얻을 수 없어, 그 자식의 마음이 필시 두 갈래가 된다.”라고 하고,
그의 자식 된 자 또한 스스로 낳아준 부모를 숨겨 천성天性으로 맺어진 혈친血親을 끊고 도리어 숙부叔父나 백부伯父로 본다.
이렇게 구족九族을 기만하고 사람을 친하고 귀신을 경원敬遠해야 하는 질서를 어지럽힌다.
만물이 태어나 지각이 있어 그 부모父母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거늘, 이 자식으로 하여금 차마 진실로 천성天性을 끊게 하는가.
가령 차마 하지 못하는데도 겉으로 끊는 체만 한다면 이는 큰 속임이다.
저 여염閭閻과 비리鄙俚의 사람이 일을 염려하는 것이 또한 무척 깊다.
하지만 구차하게 훔쳐 속여서 법이라 할 수 없는 것이 소인小人의 일이다.
오직 성인聖人은 그렇지 않아 “인도人道는 후사後嗣를 잇고 끊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라고 하니, 이는 만세萬世의 통제通制요 천하天下의 공행公行이니 구태여 숨길 필요가 있겠는가.
이른바 자식이란 부모로부터 태어나지 않은 자가 없으니, 이런 까닭에 남의 후사가 된 자는 반드시 낳아준 부모가 있고, 뒤를 이을 부모가 있다.
이는 이치의 자연스러움이니 구태여 속일 필요가 있겠는가.
간이簡易‧명백明白하고 구차하지도 훔치지도 속이지도 거짓을 하지도 않아 만세의 통제通制요 천하의 공행公行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성인의 법이다.
또 남의 후사가 된 이는 승중承重하는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참최복斬衰服을 입는 제도를 더한다.
낳아준 부모를 끊지 않는 것은 천성은 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혜는 의리에 굴할 때가 있기 때문에 복服을 낮추어 기년복朞年服을 입는다.
복服은 외물外物이니 낮출 수가 있지만, 부모의 이름은 고칠 수가 없다.
이런 까닭에 예경禮經에 드러내어 “남의 후사가 된 이는 그 부모를 위하여 복을 입는다.”라고 하였으니, 삼대三代 이래로 천하‧국가를 소유한 자가 모두 이 법을 쓰지 않은 적이 없다.
출제出帝가 석경유石敬儒에게 부도父道를 끊고 신하로 삼아 관작官爵을 주었으니, 한갓 의리로써 황제가 될 수 없어서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부득이 부자 관계를 끊은 것이다.
대개 또한 여염閭閻과 비리鄙俚에서 하는 짓을 익숙히 본 것이다.
예악禮樂이 붕괴됨에 삼강오상三綱五常의 도가 끊어지고 선왕先王의 제도와 문장이 이때에 모두 말끔히 없어졌다.
예컨대 한식寒食 때에 야제野祭를 지내면서 지전紙錢을 사르는 것처럼, 천자이면서 여염閭閻과 비리鄙俚의 풍속을 행한 경우가 많았다.
진씨晉氏는 이적夷狄에서 일어나서 찬역纂逆으로 천하를 얻고, 고조高祖가 야율덕광耶律德光을 아비로 삼았다.
출제出帝가 덕광德光에 대해서는 할아비라고 하여 손자로 일컬었거늘, 자신을 낳아준 아비에 대해서는 신하로 삼아 이름을 불렀으니, 이것이 어찌 인리人理로 책責할 것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