累日前
에 伏承惠然見過
하고 仍以嘉什一筒寵示者
라 拜賜
하고 刮目披文
하야 紙弊墨渝
에 不能捨手
라
而以
요 으로 效
에 去塵自遠
할새 에 敢入者稀
하니 是宜邈爲方外之遊
하야 隔此俗中之軌
어늘 而乃過存庸妄
하야 曲借獎題
라
因
之閒居
하야 抽
之餘思
라가 灑乃藻麗
하야 用飾愚矇
하니 에 僅成輕發
하고 에 徒使眩悲
라
暢
之句
하고 擅
之評
이어늘 內惟棗鈍之姿
하니 奚稱
之寵
이리오
며칠 전에 방문해주시고, 이어 아름다운 시편詩篇 한 통을 보여주셨기에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삼가 받아서 놀란 눈을 비비고 글을 펼쳐보느라 종이가 해지고 글자의 먹이 희미해지도록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모인某人은 출중한 자품資稟이요 천리마와 같은 인재라.
빈한貧寒한 집안 형편에 학문을 좋아하여 문장의 심오한 근원에 깊이 젖어들었고 구변九變의 뜻을 알아서 천인天人이 교감하는 이치를 알았습니다.
이미 한 고을의 칭찬을 독차지하였고 일찍이 또한 인재를 뽑는 과거에 응시하였습니다.
저속한 사람의 귀에 고상한 음악을 연주함에 알아듣기 어려웠건만 형산荊山에서 안고 있던 돌은 끝내 보옥寶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마을에서 복건幅巾을 쓰고 향리에서 하택거下澤車를 탔던 옛일을 사모하였으며, 초야草野에 은둔하여 고상하게 살면서 안훈雁纁을 가볍게 여기고 굳게 은거하셨으니, 하늘 높이 날아올랐거늘, 우스워라, 주살을 쥔 자가 어찌 쏠 수 있겠습니까.
어리석은 자들은 조정에 앉아서 얘기하거늘 안타깝게도 어진 선비는 홀로 초야에 버려졌습니다.
금대錦帶를 띤 거사居士요 백련사白蓮社의 사람으로서 보살이 세속의 집에 살았던 것을 본받음에 속진俗塵이 절로 멀어졌고, 유마維摩의 방을 소제함에 감히 들어오는 자가 드무니, 의당 멀리 세상 밖을 노닐어 이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할 터이거늘 과분하게도 이 용렬한 사람의 안부를 물어주고 칭찬하는 시를 지어주셨습니다.
안석에 기댄 채 한가할 때 붓을 잡고 한참 구상하다가 아름다운 글을 써서 우매한 나를 칭찬해주시니, 생쥐를 보고 강한 쇠뇌를 당김에 겨우 경솔히 쏜 것이 될 뿐이고, 원거鶢鶋를 기르면서 음악을 연주해도 어리둥절해 죽게 만드는 격입니다.
더구나 시편들의 격조가 매우 높고 문사가 아름다움에 있어서이겠습니까.
내운의일來雲依日의 구절을 펼치고 낙화영초落花映草의 호평을 독차지하셨거늘, 이 우둔한 자질을 돌아보건대 어찌 포곤褒袞의 칭찬에 걸맞겠습니까.
대궐과 가까운 곳에서 이미 맑은 풍모에 감복하였으나 높은 문재文才를 알아볼 이가 드무니 뛰어난 시문이 알려지지 못하였습니다.
미처 화답할 겨를이 없으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