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南園記하되 而特本其世孝一節立論하니 此其文章一地位可法處라
高陽許君子春이 治其海陵郊居之南하야 爲小園하고 作某亭某堂於其間이라
許君爲
制置發運使
니 其所領六路七十六州之廣
에 凡賦斂之多少
와 山川之遠近
과 舟楫之往來
를 均節轉徙
하야 視江湖數千里之外
를 如運諸掌
하야 能使人樂爲而事集
이라
夫以制置七十六州之有餘로 治數畝之地爲園하니 誠不足施其智요 而於君之事에 亦不足書라
君之美가 衆矣로되 予特書其一節可以示海陵之人者하노라
其
은 喪其父母
하고 事其兄如父
하며 戒其妻事其嫂如姑
라
衣雖弊나 兄未易이면 衣不敢易하며 食雖具나 兄未食이면 不敢先食이라
君留不忍去하고 其子亦不忍捨君而留하야 遂以俱行이러라
君素淸貧이라 罄其家貲하야 走四方以求醫하고 而藥必親調하며 食飮必親視하고
至其矢溲하야도 亦親候其時節顔色하야 所疾如可理則喜하고 或變動逆節則憂戚之色을 不自勝이라
凡海陵之人이 過其園者가 望其竹樹하고 登其臺榭하야 思其宗族이 少長相從하야 愉愉而樂於此也하고 愛其人하며 化其善하야 自一家而刑一鄕하고 由一鄕而推之無遠邇하리니
使許氏之子孫
이 世久而愈篤
이면 則不獨化及其人
이라 將見其園間之草木有
也
며 禽鳥之翔集于其間者
가 不爭巢而棲
하고 不擇子而哺也
리라
09. 해릉海陵 허씨許氏의 남원南園에 대한 기문記文
〈해릉허씨남원기海陵許氏南園記〉를 짓되 특별히 대대로 효성을 다했던 한 가지 사실에 근본하여 입론立論하였으니, 이는 구양수歐陽脩 문장의 본받을 만한 하나의 경지이다.
고양高陽 허자춘許子春 군君이 해릉海陵 교외의 남쪽 땅을 일구어 작은 동산을 만들고 그곳에 모정某亭, 모당某堂을 지었다.
허군許君은 강제형회제치발운사江淛荊淮制置發運使이니 그가 다스리는 넓은 6노路 76주州에 부렴賦斂의 다소多少, 산천山川의 원근遠近, 선박들의 왕래往來를 고루 분배하고 적절히 조절하여 강호江湖 수천 리 밖을 마치 손바닥 위에서 운용하듯이 보아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즐겁게 일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였다.
국가國家가 전쟁을 시작한 뒤를 만나서 전인前人이 오랫동안 폐하였던 직무職務를 수보修補하고 경사京師에 부족했던 공물供物을 보충하여 발운사發運使가 된 지 6년 만에 그 공적이 크게 드러났다.
국자박사國子博士로부터 주객원외랑主客員外郞으로 옮기고 판관判官을 거쳐 부사副使가 되었다.
번다한 일을 처리하되 그 요령을 얻으면 간략하니, 간략하면 행하기 쉬워 어긋나지 않는다.
오직 간략하고 쉬운 뒤에야 힘이 수고롭지 않고 여유가 있게 된다.
대저 76주州를 다스리고 남은 여유로 몇 묘畝의 땅을 일구어 동산을 만들었으니, 진실로 지혜를 쓸 만한 일이 아니고 허군許君의 사적事績에도 기록할 만한 일이 아니다.
허군許君의 미행美行이 많은데, 나는 다만 해릉海陵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한 가지 일을 기록할 뿐이다.
허군許君은 본래 흡주歙州 사람이니 대대로 효덕孝德(부모를 잘 섬기는 마음)이 있었다.
선군先君 사봉司封은 부모를 잃고서 아버지처럼 형을 섬기고, 아내에게 시어머니처럼 형수를 섬기라고 당부하였다.
옷이 비록 해지더라도 형이 바꾸지 않으면 자신도 옷을 감히 바꾸지 않았으며, 음식이 비록 갖추어졌더라도 형이 먹지 않으면 감히 먼저 먹지 않았다.
사봉司封이 세상을 떠나자 아들 중 한 명만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형제들이 서로 양보하더니, 오랜 시간이 지나자 형들이 끝내 허군許君에게 양보하였다.
허군許君이 지금 마침내 조정에서 현달하여 그 집안을 현양顯揚하고 있다.
허군許君은 자신의 자식처럼 형제의 자식들을 돌보았다.
어떤 해에 경사京師에 상계上計해야 될 시기가 되었는데, 조카가 병을 앓고 있었다.
허군許君은 머물며 차마 떠나지 못하고 조카 또한 차마 허군許君의 상황을 개의치 않고 허군許君을 머물러 있게 할 수 없어 마침내 함께 경사京師로 떠났다.
허군許君은 평소 청빈淸貧하였는지라 집안의 재물을 털어 사방을 다니며 의원을 찾았고 약은 반드시 직접 달였으며 음식은 반드시 직접 살폈다.
그리고 대소변까지도 때와 색깔을 직접 살펴 병이 나을 듯하면 기뻐하고, 혹 변화가 생겨 병이 심해지면 근심하는 기색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였다.
그 조카가 죽자 허군許君이 곡읍哭泣하고 슬퍼함에 길 가던 사람들이 모두 탄식하였다.
아, 나는 허씨許氏의 효제孝悌가 3세世에 드러난 것을 보았다.
남원南園을 지나는 해릉海陵 사람들이 그 대나무와 나무를 보고 누대樓臺와 정자에 올라 허군許君의 종족宗族이 젊은이와 어른이 서로 어울려 화락하게 이곳에서 즐길 것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아끼고 그 선善에 감화되어 한 집안에서 비롯하여 한 고을에 본보기가 되고 한 고을에서 비롯하여 멀고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미루어 나아갈 것이다.
가령 허씨許氏의 자손이 세대가 오래갈수록 더욱 돈독하게 지낸다면 교화가 그 사람들에게 미칠 뿐만 아니라, 장차 남원南園에 있는 초목까지도 이어져 연리지連理枝가 되며 동산에 날아 모여드는 날짐승들이 둥지를 다투지 않고 깃들고 새끼를 가리지 않고 먹여주게 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일은 하지 않거나 게을리하다 그만두는 것을 걱정할 뿐이다.
오직 힘써 행하고 게을리하다 그만두지 않아야 하니 그런 뒤라야 내 말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