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陽公之文이 多遒逸可誦이나 而於表啓間에는 則往往以憂讒畏譏之餘로 發爲嗚咽涕洟之詞하되
伏以王者尊居萬民之上하야 而誠意能與下通하고 奄有四海之大하야 而惠澤得以徧及者는 得非號令告詔發揮而已哉아
然其爲言也
가 而昭聖謨
요 麗而不典
하면 則不足以示後而爲世法
하니 居是職者
는 古難其人
이어늘 乃以愚臣而當此選
이라
伏惟皇帝陛下茂仁聖之姿하고 荷祖宗之業하야 日愼一日에 曾未少懈러니
而自
負固
하야 邊鄙用師
로 勤儉率先於聖躬
하고 焦勞常見於玉色
하야 雖有憂民之志
나 而億姓未蘇
하고 雖有欲治之心
이나 而群臣未副
라
故每進一善이면 則未嘗不欲勸天下之能하고 每官一賢이면 則未始不欲盡人材之用이라
雖以爵祿而砥礪라도 尙須訓誡之丁寧이어든 尤假能言以諭至意하니 可稱是者가 不大艱歟아
伏念臣雖以儒術進身이나 本無辭藝可取요 徒値嚮者時文之弊하야 偶能獨守好古之勤하니 志欲去於雕華나 文反成於樸鄙라
陛下獎之特深하고 用之太過하니 此臣所以懇讓三四하야 至於辭窮이라
而天意不回하고 寵命難止라 尙慮頑然之未諭하야 更加使者以臨門이라 恩出非常에 理難屢瀆일새
及俯而受命하야 伏讀訓辭하니 則有必能復古之言이라
況文字之職
은 厠于侍從之班
하야 在于
하니 是爲超擢
이라
不徒揮翰以爲效요 自當死節以報恩이니 惟所使之하야 期於盡瘁로소이다
구양공歐陽公의 글은 대개 굳세고 표일飄逸하여 읽을 만하지만, 표表‧계啓와 같은 글에서는 왕왕 참소를 근심하고 기롱을 두려워한 나머지를 발산하여 오열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슬픈 글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 글이 원망하되 비방하지 않고 슬퍼하되 감상적이지 않으니, 감동되는 곳이 있음을 더욱 깨닫겠다.
01. 지제고知制誥를 맡게 된 데 사은謝恩하는 표表
삼가 제명制命을 받음에 성은을 입어 신에게 특별히 우정언右正言‧지제고知制誥에 제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왕자王者가 만민의 위에 높이 앉아 있으면서도 성의誠意가 아랫사람들과 통하여 문득 사해四海의 큰 영토를 가지고 혜택이 두루 미칠 수 있는 것은 호령號令과 조명詔命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것일 뿐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 언어가 질박하기만 하고 꾸밈이 없으면 멀리 전달되어 임금의 계책을 밝힐 수 없으며, 아름답기만 하고 전아典雅하지 못하면 후세에 보여 세상의 법이 될 수 없으니, 이 직책을 맡는 자는 옛날에도 적임자를 얻기 어려웠거늘 어리석은 신을 이 자리에 선발하셨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인성仁聖한 자품을 많이 타고나셨고 조종祖宗의 유업을 어깨에 지고 계시는 터라, 날이 갈수록 삼가는 마음이 조금도 해이한 적이 없으셨습니다.
강이羌夷가 험고險固한 지형을 믿고 변방에 군사를 보내 전쟁한 뒤부터 근검勤儉을 성상께서 몸소 솔선하시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기색이 늘 용안龍顔에 나타나, 백성을 근심하는 뜻이 있으셨으나 백성들은 소생하지 못하였고, 잘 다스리려는 마음이 있으셨으나 신하들이 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매양 선善한 한 사람을 등용하면 이로써 천하의 유능한 사람들을 권면하고자 하시지 않은 적이 없었고, 어진 한 사람을 임용하면 이로써 인재들을 다 기용하고자 하시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비록 단순한 작록爵祿을 주어서 면려할지라도 오히려 간곡한 훈계訓戒를 내리셨는데, 더욱이 문장을 잘하는 사람을 빌어서 지극하신 뜻을 말씀하셨으니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자를 얻기가 매우 어렵지 않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신은 비록 유학儒學으로 벼슬길에 올랐으나 본래 취할 만한 문장과 재주는 없고, 한갓 예전에 유행하던 시문時文의 폐단을 만나 우연히 홀로 고문古文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지켰으니, 화려한 문장을 없애려는 뜻을 가졌으나 도리어 질박하고 비루한 글을 이루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본래 당세當世의 쓰임에 맞지 않았음을 두려워했거늘 감히 스스로 성주聖主의 인정을 받기를 기대했겠습니까.
그런데 폐하께서 장려해주심이 특별히 깊고 신臣을 써주심이 너무 과하였으니, 이것이 신이 서너 차례나 간절히 사양하여 말이 궁한 데까지 이르렀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성상聖上의 뜻을 돌리지 않으시고 총애하시는 명을 그치기 어려워 오히려 완둔頑鈍한 신이 알아듣지 못할까 염려하시어 다시 사자使者를 보내 신의 집에 이르게 하시니, 성은聖恩이 각별함에 도리상 누차 사직하여 성상을 번거롭게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몸을 숙여서 명을 받고서 삼가 윤음綸音을 읽어보니, 반드시 고문古文을 회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뒤에야 맡은 일이 중요함을 더욱 잘 알고서 밤낮으로 마음이 흔들려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문장을 맡은 관직은 시종侍從의 반열에 들어 대신大臣의 위치에 있으니, 이는 품계를 뛰어넘어 발탁한 것입니다.
한갓 붓을 휘둘러 보답할 뿐 아니라 응당 목숨을 바쳐서 보은報恩해야 할 것이니, 오직 부리시는 대로 따라 기필코 신명身命을 다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