署之東園이 久茀不治러니 脩至에 始闢之하야 糞瘠漑枯하야 爲蔬圃十數畦하고 又植花果桐竹凡百本하니 春陽旣浮에 萌者將動이라
根壯則梗地脈하고 耗陽氣하야 而新植者不得滋하며 葉大則陰翳蒙礙하야 而新植者不得暢以茂라
又其材拳曲臃腫하야 疎輕而不堅하야 不足養하니 是宜伐이라하야늘 因盡薪之하다
圃之南에 有杏焉하니 凡其根庇之廣이 可六七尺이요 其下之地가 最壤腴로되
脩曰 噫라 今杏方春且華하야 將待其實이어늘 若獨不能損數畦之廣爲杏地邪아하고 因勿伐하다
今樗誠不材矣나 然一旦悉翦棄하고 杏之體는 最堅密美澤하야 可用이어늘 反見存하니
他日에 客有過脩者러니 僕夫曳薪하야 過堂下어늘 因指而語客以所疑한대 客曰
彼杏之有華實也는 以有生之具而庇其根하니 幸矣어니와 若桂漆之不能逃乎斤斧者는 蓋有利之者在其死하야 勢不得以生也니 與乎杏實로 異矣라
今樗之臃腫不材나 而以壯大害物하니 其見伐은 誠宜爾라
장주莊周의 말을 빌리고 객의 대답을 끼워 넣어 감개感慨를 드러냈다.
관서官署의 동원東園이 오랫동안 황폐해 돌보지 않은 채로 있었는데, 내가 이 고을에 부임하여 비로소 개간하여 척박한 곳엔 거름을 주고 마른 곳엔 물을 대어 채마밭 십수 이랑을 만들고, 또 꽃, 과실수, 오동나무, 대나무 등 백여 그루를 심으니, 봄볕이 이미 내려쬠에 싹이 막 움트려 하였다.
동원東園의 관리인이 아뢰기를 “동원東園에 가죽나무가 있으니, 뿌리가 성하고 잎이 큽니다.
뿌리가 성하면 지맥地脈을 막고 양기陽氣를 소모하여 새로 심은 것들이 자라지 못하고, 잎이 크면 그늘이 드리워져 새로 심은 것들이 번성하지 못합니다.
또 재목材木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여 목질木質이 엉성하고 물러서 단단하지 못하여 기를 것이 못 되니 베어버려야 합니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로 인해 모두 베어버렸다.
“밭의 남쪽에 살구나무가 있으니, 뿌리가 뻗어 있는 넓이가 6, 7척尺 정도 되고, 살구나무가 있는 아래의 땅이 가장 비옥한데,
살구나무가 있기 때문에 유독 채소를 심을 수 없으니 이 또한 베어버려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아, 지금 살구나무는 바야흐로 봄을 맞아 또 꽃을 피워 장차 열매가 열리기를 기다릴 수 있는데, 몇 이랑 넓이를 덜어서 살구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주지 못하겠는가.”라고 하고는 베지 못하게 하였다.
이윽고 깨우치고는 또 탄식하여 말하기를 “아, 장주莊周의 말 중에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천수天壽를 마쳤고, 계수나무와 옻나무는 쓸모가 있기 때문에 일찍 베어진다.’라고 하였으니,
지금 가죽나무가 실로 쓸모가 없지만 하루아침에 모두 잘려버리고, 살구나무의 재질은 매우 단단하고 좋아 쓸 만한데 도리어 보존되었으니,
아마도 쓸모 있고 쓸모없는 것은 각각 그 당시에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따르는 것이리라.” 하였다.
훗날 나를 방문한 객이 있었는데, 노복이 땔감을 끌고 당堂 아래를 지나가거늘 땔감을 가리키며 의심했던 것을 객에게 이야기하자, 객이 말하였다.
쓸모없음으로 쓸모없는 데 처하는 것은 장주莊周가 귀하게 여긴 것이다.
쓸모없음으로 쓸모 있는 것을 해쳤으니 어찌 화를 면할 수 있었겠는가.
저 살구나무가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은 생장하는 것으로써 그 뿌리를 보호하였으니 다행이지만, 계수나무와 옻나무가 도끼와 자귀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대개 나무를 죽여야 사람들이 이롭게 쓸 수 있어 형세상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니, 살구나무의 열매와는 다르다.
지금 가죽나무가 울퉁불퉁하여 쓸모가 없지만 장대하여 다른 나무를 해치니 베이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다.
그러니 쓸모가 있는 것은 죽고 쓸모가 없는 것은 산다는 장주莊周의 설과는 또 다르다.
모든 사물의 행운과 불행은 그들이 어디에 처해 있는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객이 떠난 뒤에 나는 그의 말을 옳다고 여기고 이 말을 기록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