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後唐以來로 皆以爲僞也로되 至予論次五代하야 獨不僞梁하니
議者或譏予大失春秋之旨하야 以謂梁負大惡하니 當加誅絶이어늘 而反進之하니 是獎簒也라 非春秋之志也라하야늘
聖人之於春秋에 用意深이라 故能勸戒切하고 爲言信然後에 善惡明이라
夫欲著其罪於後世는 在乎不沒其實이니 其實嘗爲君矣면 書其爲君하고 其實纂也면 書其纂하야 各傳其實하야 而使後世信之하면 則四君之罪를 不可得而掩爾니
使爲君者不得掩其惡이라 然後에 人知惡名不可逃하니 則爲惡者庶乎其息矣라
桀紂不待貶其王하야도 而萬世所共惡者也니 春秋於大惡之君에 不誅絶之者가 不害其褒善貶惡之旨也라
惟不沒其實하야 以著其罪하야 而信乎後世하고 與其爲君而不掩其惡하야 以息人之爲惡하니 能知春秋之此意然後에 知予不僞梁之旨也라
06. 《오대사五代史》 〈양태조기梁太祖紀〉에 대한 논論
의론이 대체大體를 얻었고 문장은 특히 원전圓轉하고 담탕澹宕하다.
후당後唐 이래로 모두 양나라를 위조僞朝라고 하는데, 내가 오대五代를 논차論次하기에 미쳐 유독 양나라를 위조라고 하지 않으니,
의론하는 이들이 나를 두고 《춘추春秋》의 지의旨意를 잃었다고 나무라며 “양나라는 큰 악덕을 지었으니 응당 가차 없이 폄하해야 하거늘 도리어 추켜세웠으니, 이는 찬탈簒奪을 장려하는 것이요, 《춘추》의 뜻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노魯 환공桓公은 은공隱公을 시해하고 스스로 즉위한 자이고, 선공宣公은 자적子赤을 시해하고 스스로 즉위한 자이고, 정鄭 여공厲公은 세자世子 홀忽을 축출하고 스스로 즉위한 자이고, 위衛나라 공손표公孫剽는 군주 간衎을 축출하고 스스로 즉위한 자이다.
그러나 성인이 《춘추》에서 모두 그들이 임금 된 것을 벌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양나라를 위조로 간주하지 않은 이유이니, 《춘추》의 법을 쓴 것이다.”
“그렇다면 《춘추春秋》 또한 찬탈簒奪을 장려한 것인가.”
“오직 네 사람이 임금이 된 것을 주절誅絶하지 않았을 뿐이다.
성인聖人이 《춘추》에 마음을 쓴 것이 깊기 때문에 권계勸戒가 절실하고, 말을 함이 미더운 연후에 선악善惡이 분명해진다.
무릇 후세에 죄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사실을 없애지 않는 데에 있으니, 사실이 임금이면 임금이 되었다고 쓰고 사실이 찬탈簒奪이면 찬탈하였다고 써서, 각각 사실을 전하여 후세로 하여금 미덥게 하면 네 임금의 죄를 덮을 수가 없다.
임금이 된 자로 하여금 죄악을 덮을 수 없게 한 뒤에 사람들로 하여금 오명惡名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하였으니, 이렇게 되면 악을 행하는 자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이를 일러 저술한 뜻이 깊고 권계勸戒가 절실하며 그 내용이 미덥고 선악善惡이 분명하다고 하는 것이다.
걸桀‧주紂는 그 왕을 폄하貶下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만세萬世에서 공동으로 미워하는 자이니, 《춘추春秋》가 대악大惡의 군주에 대해 주절誅絶하지 않는 것이 선을 포장褒獎하고 악을 폄척貶斥하는 뜻에 해롭지 않다.
오직 사실을 없애지 않아 그 죄를 드러내어 후세에 미덥게 하고, 임금 된 것과 더불어 그 악을 덮지 않아 사람의 행악行惡을 종식시키니, 《춘추》의 이러한 의도를 능히 안 뒤에야 내가 양梁을 위조僞朝라고 하지 않은 뜻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