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聞士不忘身이면 不爲忠이요 言不逆耳면 不爲諫이라
故臣不避群邪切齒之禍하고 敢干一人難犯之顔하노니 惟賴聖明幸加省察하소서
臣伏見杜衍韓琦范仲淹富弼等은 皆是陛下素所委任之臣이어늘 一旦相繼罷黜하시니 天下之士는 皆素知其可用之賢이요 而不聞其可罷之罪라
然臣竊見自古小人讒害忠賢이 其說不遠하니 欲廣陷良善則不過指爲朋黨이요 欲動搖大臣則必須誣以專權이니 其故何也오
夫去一善人而衆善人尙在면 則未爲小人之利요 欲盡去之면 則善人少過라 難爲一二求瑕요 惟有指以爲朋이면 則可一時盡逐이라
至如大臣하얀 已被知遇而蒙信任하니 則難以他事動搖요 惟有專權은 是上之所惡라
臣料衍等四人이 各無大過어늘 而一時盡逐하고 弼與仲淹은 委任尤深이어늘 而忽遭離間하니 必有以朋黨專權之說上惑聖聰者리니
昔年에 仲淹初以忠言讜論으로 聞於中外하야 天下賢士가 爭相稱慕하되 當時姦臣誣作朋黨에 猶難辨明이러니
自近日陛下擢此數人하야 竝在兩府하시니 察其臨事에 可見其不爲朋黨也라
蓋衍爲人淸愼而謹守規矩하고 仲淹則恢廓自信而不疑하고 琦則純信而質直하고 弼則明敏而果銳라
四人爲性이 旣各不同하니 雖皆歸於盡忠이나 而其所見各異라
至如杜衍欲深罪
이어늘 仲淹則力爭而寬之
하고 仲淹謂契丹必攻河東
이라하야 請急修邊備
라하여늘 라하고
至如尹洙
하얀 亦號仲淹之黨
이로되 及
하얀 韓琦則是尹洙而非劉滬
하고 仲淹則是劉滬而非尹洙
라
平日閒居則相稱美之不暇하고 爲國議事則公言廷諍而不私라
以此而言
컨댄 臣見衍等眞得漢史所謂
이니 而小人讒爲朋黨
은 可謂誣矣
라
然臣竊思仲淹等自入兩府以來로 不見其專權之迹이요 而但見其善避權也라
自陛下召琦與仲淹於陝西에 琦等讓至五六이어늘 陛下亦五六召之하며 富弼三命學士하고 兩命樞密副使한데 每一命에 皆再三懇讓하니 讓者愈切에 陛下用之愈堅이라
陛下見其皆未行事하고 乃特開天章하야 召而賜坐하야 授以紙筆하야 使其條事라
然衆人避讓하야 不敢下筆하고 弼等亦不敢獨有所述이라
因此又煩聖慈特出手詔하야 指定姓名하야 專責弼等條列大事而行之하니 弼等遲回又近一月이라가 方敢略條數事라
故其所陳이 志在遠大而多若迂緩하고 但欲漸而行之以久하야 冀皆有效하고
弼性雖銳나 然亦不敢自出意見하고 但多擧祖宗故事하야 請陛下擇而行之라
臣方怪弼等蒙陛下如此堅意委任하고 督責丁寧하되 而猶遲緩自疑하야 作事不果라
至如兩路宣撫하얀 聖朝常遣大臣이온 況自中國之威가 近年不振이라
故元昊叛逆一方而勞困及於天下
하고 北虜乘釁
하야 違盟而動
에 其書辭侮慢
하야 至有
之言
하니
陛下憤恥雖深
이로되 但以邊防無備
로 未可與爭
하야 屈意
하니 莫大之辱
이라
弼等見中國累年侵凌之患하고 感陛下不次進用之恩이라 故各自請行하야 力思雪恥하야 沿山傍海에 不憚勤勞하야
欲使武備再修하고 國威復振하니 臣見弼等用心이 本欲尊陛下威權하야 以禦四夷요 未見其侵權而作過也라
伏惟陛下 濬哲聰明에 有知人之聖하야 臣下能否를 洞見不遺라
故於千官百辟之中에 特選得此數人하야 驟加擢用이라
夫正士在朝는 群邪所忌요 謀臣不用은 敵國之福也니
今此數人이 一旦罷去하야 而使群邪相賀於內하고 四夷相賀於外면 此臣所爲陛下惜之也라
伏惟陛下 聖德仁慈에 保全忠善하시니 退去之際에 恩禮各優하소서
今仲淹
은 이 亦不輕矣
니 惟願陛下
는 拒絶群謗
하고 委任不疑
하야 使盡其所爲
하야 猶有裨補
하소서
方今西北二虜가 交爭未已하니 正是天與陛下經營之時라
臣自前歲召入諫院으로 十月之內에 七受聖恩而致身兩制라
今群邪爭進讒巧하고 正士繼去朝廷하니 乃臣忘身報國之秋니
01. 두연杜衍‧범중엄范仲淹 등이 정사를 그만둔 것을 논한 장狀
신은 듣건대 선비가 일신을 잊지 않으면 충신이 되지 못하고,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 간언諫言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간사한 무리가 이를 가는 화를 피하지 않고 일인一人인 군주의 범하기 어려운 안색을 감히 범하노니, 부디 성상께서는 살펴주소서.
신은 삼가 보건대 두연杜衍‧한기韓琦‧범중엄范仲淹‧부필富弼 등은 모두 폐하께서 평소에 신임하던 신하인데 하루아침에 서로 이어서 파출되었는데, 천하의 선비들은 모두 이들이 쓸 만한 어진 인재임은 알고 파출할 만한 죄가 있음은 듣지 못했습니다.
신은 비록 밖에서 공직供職하고 있어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신은 보건대 예로부터 소인小人이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를 모해할 때에는 그 내세우는 이유가 뻔하니, 선량한 사람을 두루 모함하고자 하면 붕당으로 지목하는 데 불과하고 대신을 흔들고자 하면 반드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고 무함하게 마련이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한 명의 선한 사람을 제거해도 많은 선한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소인의 이익이 되지 못하고, 다 제거하고자 하면 선한 사람은 과실이 적어 일일이 흠을 찾아내기 어렵고, 오직 붕당으로 지목하면 일시에 모두 쫓아낼 수 있습니다.
대신으로 말하자면 이미 임금의 지우知遇를 입고 신임을 받고 있으니 다른 일로 흔들기는 어렵고, 오직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임금이 싫어하는 바입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이런 이유를 내세워야만 비로소 모함해 쫓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은 생각건대 두연杜衍 등 네 사람은 저마다 큰 과오가 없거늘 일시에 모두 조정에서 쫓겨났고 부필富弼과 범중엄范仲淹은 신임이 더욱 깊은데도 느닷없이 이간질을 당하고 말았으니, 이는 필시 붕당을 짓고 전권을 휘두른다는 말로 성상의 귀를 현혹시킨 자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범중엄范仲淹이 당초 충언과 직언으로 중외에 이름이 알려져서 천하의 어진 선비들이 다투어 칭찬하고 존모하였지만, 당시 간신들이 무함하여 붕당을 짓는다는 말을 만들어내자 오히려 변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근래 폐하께서 이 몇 사람을 발탁하여 양부兩府에 두시니, 그들이 일하는 것을 살펴보고서 이들이 붕당을 짓지 않았음을 아셨던 것입니다.
대개 두연杜衍은 사람됨이 청렴淸廉 근신謹愼하여 법도를 잘 지키며, 범중엄范仲淹은 도량이 넓고 자신감이 강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한기韓琦는 순신純信하고 질직質直하며, 부필富弼은 명민하고 과감합니다.
이 네 사람의 성품이 이미 각각 다르니, 비록 충성을 다한다는 점에서는 결국 다 같아도 그 소견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러므로 일을 의논할 때 서로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컨대 두연은 등종량滕宗諒에게 심하게 죄를 주고자 하였는데 범중엄은 힘써 반대하여 죄를 너그럽게 적용했으며, 범중엄은 거란이 반드시 하동河東을 침공할 것이라 하면서 변방의 수비를 급히 정비할 것을 청하였는데 부필은 아홉 가지 일로 요량하여 거란이 필시 오지 않을 것임을 역설하였습니다.
윤수尹洙의 경우에 이르러서는 역시 범중엄의 무리이지만 ‘윤수尹洙와 유호劉滬가 수락성水洛城의 일에 대해 다툰 것’에 이르러서는 한기는 윤수尹洙를 옳다 하고 유호劉滬를 그르다 했는데 범중엄은 유호를 옳다 하고 윤수를 그르다 하였습니다.
이 몇 가지 일은 더욱 환히 드러난 사실이니, 폐하께서 평소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 네 사람은 천하의 지극히 공정한 현인입니다.
평소 한가로이 지낼 때에는 서로 칭찬하기에도 겨를이 없고 국가를 위해 일을 의논할 때에는 공공연히 말하고 조정에서 간쟁하고 사사롭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말해보건대, 신이 보기에 두연 등은 참으로 한漢나라 역사에서 이른바 “충성스런 신하는 화합하지 못함이 있다.”는 절개를 얻은 것이니, 소인이 붕당이라 참소하는 것은 거짓이라 할 만합니다.
신은 듣건대 국가를 소유하는 권력은 신하가 전횡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은 생각건대 범중엄范仲淹 등은 양부兩府에 들어간 이래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자취는 없고 단지 권력을 잘 사피辭避한 사실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권력이란 것은 명위名位를 얻으면 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을 좋아하는 신하는 반드시 지위를 탐내기 마련입니다.
폐하께서 섬서陝西에서 한기韓琦와 범중엄范仲淹을 부를 때 한기 등이 사양한 것이 대여섯 차례에 이르렀고 폐하께서도 대여섯 차례 불렀으며, 부필은 세 차례 학사學士에 임명되고 두 차례 추밀부사樞密副使에 임명되었을 때 한 번 임명을 받을 때마다 모두 재삼 간절히 사양하니, 사양하는 사람이 더욱 간절할수록 폐하께서는 등용하심이 더욱 확고하셨습니다.
신은 단지 사피辭避하고 사양하는 것이 너무 빈번함을 보았을 뿐이고 권력을 좋아하고 지위를 탐내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폐하께서 완강하게 사양을 허락하지 않음에 미쳐서야 비로소 감히 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도 오히려 감히 특별히 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폐하께서 모두 주장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특별히 손수 글을 써서 그들을 불러 자리에 앉게 하고서 종이와 붓을 주어서 일을 조목조목 진달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양하여 감히 붓을 대지 못하고 부필 등도 감히 홀로 서술할 수 없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또 번거롭게도 성상께서 특별히 손수 쓰신 조서詔書를 내려 성명을 지정하여 부필 등에게 큰일을 조목조목 열거하여 시행하도록 전임하였는데, 부필富弼 등이 또 한 달 가까이 머뭇거리다가 비로소 감히 몇 가지 일만 간략히 서술하였습니다.
범중엄范仲淹은 세상사에 경험이 매우 깊으니, 필시 모든 일들을 급작스레 바꾸고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진달한 바는 뜻이 원대한 데 있으나 실정이 어두운 듯한 경우가 많고, 단지 점진적으로 오랜 시일을 두고 시행하여 모두 효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부필富弼은 성품이 비록 예리하지만 역시 감히 스스로 자기 의견을 내지는 못하고, 단지 조종祖宗의 고사를 들어 보이고서 폐하께서 선택해 시행할 것을 청할 뿐입니다.
예로부터 임금과 신하가 서로 뜻이 맞음에 한마디 말로 도가 합치하여 일을 만나면 곧바로 시행하는 법입니다.
신은 부필 등이 폐하께서 이처럼 굳은 뜻으로 위임하여 간곡하게 독책해주시는 총애를 입고도 오히려 머뭇거리며 주저하여 일을 함이 과감하지 못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인이 간교하게 참소하여 이미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하는 것은 어찌 무함誣陷이 아니겠습니까.
양로兩路의 선무宣撫 같은 경우에 이르러서는 성조聖朝에서 응당 대신을 보내야 하는데 더구나 중국의 위엄이 근년에 부진不振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호元昊가 한 지방에서 반역하자 노고가 천하에 두루 미쳤고, 북로北虜(거란)가 틈을 타고서 맹약을 어기고 움직이면서 그 국서國書의 어투가 거만하여 심지어 ‘귀국조종貴國祖宗’이란 말까지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수치심은 비록 깊으시나 다만 변방에 방비가 없기 때문에 저들과 싸울 수 없어서 뜻을 굽혀서 화친을 샀으니, 막대한 치욕입니다.
부필富弼 등은 중국이 여러 해 동안 침략을 당해온 우환을 보았고 폐하께서 등급을 거치지 않고 특별히 등용해주신 은혜에 감격하였기 때문에, 저마다 자기가 가겠다고 자청하여서 국가의 수치를 씻어야겠다고 힘써 생각하여 산길을 가고 바닷가를 가며 고생을 꺼리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무비武備를 다시 정비하고 국위를 다시 떨치게 하고자 했던 것이니, 신은 부필 등의 마음가짐이 본래 폐하의 권위를 높여서 사방 오랑캐를 막고자 하는 것만 보았고 폐하의 권위를 침범하여 과오를 저지른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폐하께서는 슬기롭고 총명하여 사람을 알아보는 밝음이 있으셔서 신하의 능력 여부를 빠뜨림 없이 환히 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수많은 관료들 중에서 특별히 이 몇 사람을 뽑아서 갑자기 높이 발탁하셨습니다.
대저 바른 선비가 조정에 있음은 사특한 무리들이 싫어하는 바이고, 좋은 모신謀臣을 쓰지 않음은 적국의 복입니다.
이제 이 몇 사람이 하루아침에 파면되어 조정을 떠나감으로써 사특한 무리들로 하여금 안에서 서로 축하하게 하고 사방 오랑캐로 하여금 밖에서 서로 축하하게 한다면, 이는 신이 폐하를 위해 애석하게 여기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폐하께서는 성덕聖德이 인자하여 충선忠善한 사람을 보전하시니 이들이 사퇴해 떠날 때 각자에게 넉넉한 은례恩禮를 베푸소서.
지금 범중엄范仲淹은 4노路의 직임이 또한 가볍지 않으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뭇사람들의 비방을 막아서 끊고 전적으로 신임하여 의심하지 않아서 그가 할 일을 다하여 세상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지금 서쪽과 북쪽의 두 적이 서로 다툼을 그치지 않으니, 그야말로 하늘이 폐하께 천하의 일을 경영할 기회를 주신 때입니다.
부필富弼‧한기韓琦 등을 어찌 한가한 곳에 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어서 간사한 참소를 변별하시고 이들을 특별히 임용하소서.
신은 지난해 소명을 받고 간원에 들어와서부터 열 달 동안 일곱 차례 성은을 받아서 양제兩制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임금의 총애가 지극히 깊음을 생각함에 보답할 바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특한 자들이 다투어 참소하는 간교한 말을 올리고 바른 선비들은 연이어 조정을 떠나고 있으니, 바로 신이 일신을 잊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때입니다.
어찌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음으로써 죄를 피해서야 되겠습니까.
감히 어리석은 견해를 다 아뢰오니, 폐하께서 재량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