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奉制命
에 蒙恩特授臣依前禮部侍郞
하야 充樞密副使
하고 仍加
하고 如故者
라
成命始行에 驟驚於衆聽일새 撫心增懼에 曾莫以自容이라
竊以樞要之司
는 朝廷愼選
이니 出納惟允
은 實贊於
요 禮遇均隆
에 號稱於
라
顧任人之得失이 常繫國之重輕하니 苟非其材면 所損不一이라
少喜文辭에 殆浮華而少實하고 晩勤古學에 終迂闊以自愚러니 而自遭逢聖明으로 擢在侍從이라
間嘗論天下之事에 言出而衆怨已歸하고 思欲報人主之知나 智短而萬分無補라
故自叨還禁署로 逮此七年에 屢乞方州하야 幾于十請에 瀝愚誠而懇至하야 被明詔之丁寧하니 雖大度幷包에 猥荷優容之賜나 而群賢在列에 敢懷希進之心이리오
伏遇皇帝陛下急於求人
하야 思以濟治
하야 因
之竝選
에 憐舊物以不遺
라
然而
之難
에 力不勝者必速其覆
이요 量材不可能
에 自知者猶得爲明
이라
敢冀睿慈 察其迫切하야 俾回渙渥하고 更選雋良하소서
如此則
에 各適賢愚之分
이어니 物皆知報
에 何勝
이리오
삼가 제명制命을 받으니 신에게 종전대로 예부시랑禮部侍郞에 특별히 제수하여 추밀부사樞密副使에 충원하는 한편, 식읍食邑의 실봉實封을 하사하고 산관散官과 훈사勳賜는 종전과 같다는 성은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이 제명이 시행되자 사람들이 갑자기 듣고 놀라기에 가슴을 어루만지며 더욱 두려워 스스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추요樞要의 직책은 조정이 신중히 선발하는 것이니, 왕명을 출납하는 일은 실로 만기萬幾를 돕는 것이요, 예우禮遇가 균등히 높다고 하여 이부二府라 일컬어집니다.
돌아보건대 사람을 잘 임용했느냐 여부에 늘 국가 체통의 경중輕重이 달려 있었으니, 진실로 이 직책을 맡을 만한 인재가 아니면 손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기국器局과 능력이 매우 보잘것없고 기백氣魄이 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젊을 때 글짓기를 좋아하여 거의 부화浮華하여 내실內實이 적고, 만년에는 고학古學에 관심을 두어서 마침내 우활迂闊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는데, 성상聖上을 만나 시종侍從에 발탁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일찍이 천하의 일을 논함에 말이 나가면 뭇사람들의 원망만 한 몸에 받았고, 성상께서 알아주신 은혜에 보답하려고 생각했건만 지혜가 부족해 만분의 일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갓 화환禍患과 책망責望을 받은 곳에 위태한 몸을 두어서 성상께서 신을 보전해주심을 번거롭게 했습니다.
신은 이미 시의時宜에 맞지 않으니, 오직 한가한 곳에 둠이 옳습니다.
그래서 성은을 입어 금서禁署로 돌아온 뒤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7년 동안 주군州郡으로 보내주길 청한 것이 거의 열 번에 이르러 어리석은 정성을 다 쏟았고 간청이 지극하여 간곡한 조명詔命을 받았으니, 크나큰 도량으로 감싸 안아 너그럽게 포용해주시는 성은을 입었으나, 어진 이들이 조정 반열에 늘어서 있는 터에 신이 감히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황제 폐하께서 인재를 구함에 급급하여 이로써 세상을 잘 다스리고자 생각하시어 중신重臣들을 선발하시는 차제에 이 옛 신하를 잊지 않고 가련히 여기셨습니다.
그러나 멀리 이르기 어려우므로 힘이 이겨내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엎어지게 마련이고, 자기 재주로 불가능함을 헤아림에 자신을 아는 자가 오히려 현명한 사람입니다.
이에 감히 바라오니 자애로우신 성상께서는 신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시어 내리신 명을 거두시고 다시 좋은 인재를 뽑으소서.
이와 같이 하시면 관직을 함부로 제수하지 않음에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가 저마다 분수에 맞을 것이니, 사람은 모두 은덕에 보답할 줄 아는 터에 성은에 보답코자 하는 미천한 신의 마음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