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集評]○ 盛弘之荊州記巫峽江水之迅云 朝發白帝 暮到江陵 其間千二百里 雖乘奔御風 不更疾也
杜子美詩 朝發白帝暮江陵 頃來目擊信有徵 李太白 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盡 扁舟已過萬重山
今人謂李杜不可以優劣論 此語亦太憒憒 - 明 楊慎, 《升菴集》 卷57
○ 寫出瞬息千里 若有神助 入猿聲一句 文勢不傷於直 畵家佈景設色 每於此處用意 - 淸 沈德潛, 《唐詩別裁集》 卷20
按盛弘之荊州記云 朝發白帝 暮到江陵 其間千二百里 雖乘奔御風 不以疾也
盖自白帝至江陵地勢 由高而下 兩岸山皆壁立 中間一水奔流 其勢最險
此詩不呆寫峽江如何險隘 但以彩雲間三字 點明其地之高 千里二字 點明其相去之遠 萬重山三字 點明其山之多
通首只寫舟行之速 而峽江之險 已歷歷如繪 可想見其落筆之超 - 淸 李鍈, 《詩法易簡録》 卷14 七言絶句
如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如此迅捷 則輕舟之過萬山不待言矣
中間却用兩岸猿聲啼不住一句墊之 無此句 則直而無味
有此句 走處仍留 急語須緩 可悟用筆之妙 - 淸 施補華, 《峴傭說詩》
若無此句 將不得爲才人之作矣 - 淸 桂馥, 《札樸》
○ 四瀆之水 惟蜀江最爲迅急 以萬山緊束 地勢復高
聞猱玃皆在深山 不在江畔 盖今昔之不同也 - 現代 兪陛雲, 《詩境淺說》
而兩岸猿聲一句 雖小小景物 揷寫其中 大足爲末句生色
正如太史公於敍事緊迫中忽入一二閒筆 更令全篇生動有味
故施均父謂此詩走處仍留 急語仍緩 乃用筆之妙 - 現代 劉永濟, 《唐人絶句精華》
[集評]○ 盛弘의 《荊州記》에 巫峽 江水의 빠름에 대해 “아침에 백제성을 출발하여 저녁에 강릉에 도착하니 그 사이가 1,200리이다. 비록 바람을 몰아 타고 달려도 더 빠르지 않다.”라고 하였다.
杜子美(두보)의 시에 “아침에 백제성을 출발하여 저녁에는 강릉이니, 오면서 본 것 참으로 징험이 있네.[朝發白帝暮江陵 頃來目擊信有徵]”(〈最能行〉)라 하였고, 이태백은 “아침에 채색 구름 사이로 백제성과 이별하고, 천릿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다. 양 언덕에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 작은 배는 만 겹의 산을 지났다네.[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盡 扁舟已過萬重山]”라고 하였다.
비록 盛弘의 말을 같이 썼지만 우열은 절로 구별된다.
지금 사람들은 이백과 두보는 우열을 논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말 또한 지나치게 모호한 것이다.
○ 성홍의 《荊州記》에 “백제성에서 강릉까지 1,200리”라고 하였다.
봄물이 성할 때에 배로 가면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이면 도착하니, 구름이 날고 새가 가도 이보다 낫지 않다.
태백(이백)이 이를 기술하여 韻語로 만드니, 비바람을 놀래키고 귀신을 울린다.
○ 순식간에 천 리를 그려내었으니 신의 도움이 있는 듯하다. ‘兩岸猿聲啼不住’ 구를 보면, 문세가 곧게 뻗어나가는 데에 해가 되지 않는다. 화가가 경치를 그리고 색을 입힌다면, 매양 이 부분에 신경을 쓸 것이다.
○ 이 시는 삼협 사이의 강물의 험함을 묘사하면서 단지 빠른 곳을 가지고 묘사하였는데, 그 험함을 더욱 잘 나타낸다.
성홍의 《형주기》에 “아침에 백제성을 출발하여 저녁에 강릉에 도착하니 그 사이가 1,200리이다. 비록 바람을 몰아 타고 달려도 더 빠르지 않다.”라고 하였다.
대개 백제성에서 강릉까지의 지세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기슭의 산들은 모두 깎아지른 듯 가파르며 그 사이의 강은 급히 흘러 그 산세가 가장 험하다.
이 시에서는 협강이 얼마가 험난한지 묘사하는 것에 매이지 않고, 다만 ‘彩雲間’ 석 자로 지세의 높음을 나타내었고, ‘千里’ 두 자로 거리가 멂을 나타내었으며, ‘萬重山’ 석 자로 산들이 많음을 나타내었다.
시 전체가 단지 배의 빠름을 그려내었지만, 험난한 협강이 이미 그림처럼 역력하여 그 뛰어난 필법을 볼 수 있다.
○ 태백(이백)의 칠언절구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재주가 뛰어난데다가 神韻마저 이를 따른다.
‘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같은 구절에서, 이와 같이 빠르다면 가벼운 배가 뭇 산을 지나왔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중간에 도리어 ‘兩岸猿聲啼不住’ 구를 써서 패인 곳을 지나듯 멈칫하였으니, 이 구가 없었다면 곧장 내려가 맛이 없었을 것이다.
이 구절이 있어서 달려가다가 머물기도 하고, 급히 말하다가 늦추기도 하니, 글을 쓰는 묘미를 알 수 있다.
○ 벗이 태백(이백)의 〈朝辭白帝〉 시에 대해 말해주기를 청했다.
나(桂馥)는 “다만 배가 빠른 것만을 말하였을 뿐이니, 첫 구에는 깊은 뜻이 없다.
시의 묘미는 제3구에 있으니, 시 전체의 정신을 날아오르게 한다.
만약 이 구절이 없다면 才人의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 四瀆(長江‧黃河‧淮河‧濟水)의 물 중 유독 蜀江이 가장 빠른데, 뭇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세가 더 높다.
강물은 마치 동이를 거꾸로 세워 쏟는 듯 흘러내려가 뱃사람들이 돛과 노를 쓰지 않아도 날아가는 새보다 더 빠르다.
지금까지 시인들 중에 이러한 것을 온전히 읊은 자가 없었는데, 오직 태백(이백)의 이 작품만이 이것을 형상할 수 있었다.
이 시를 암송하면 마치 몸이 삼협의 배 안에 있는 듯하여 봉우리와 성곽들이 모두 뱃전을 스치며 날아가는 듯하다.
필치 역시 하나의 기운이 내달려 가벼운 배가 곧장 내려오는 것과 같다.
촉도를 소재로 한 시는 원숭이 소리를 많이 노래하는데, 이백의 시 또한 ‘兩岸猿聲’을 말하였다.
원숭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모두 깊은 산이고 강가에는 없으니 대개 오늘과 옛날이 다른 것이다.
○ 이 시는 강류의 빠른 모습을 그려낸 것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兩岸猿聲’ 한 구는 비록 소소한 경물이지만 그 사이에 그려 넣어 마지막 구에 생동감을 크게 더할 수 있었다.
마치 太史公(司馬遷)이 긴박하게 일을 서술하면서 중간에 갑자기 한두 번의 느슨한 필치를 두어, 글 전체에 생동하는 맛이 있게 한 것과 똑같다.
그러므로 施均父(施補華)는 이 시에 대해 “달려가다가 머물기도 하고, 급히 말하다가 늦추기도 하니, 이것이 글을 쓰는 묘미”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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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조발백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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