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公反國하야 擇可爵而爵之하고 擇可祿而祿之호되 舟之僑獨不與焉하다
文公酌諸大夫酒하야 酒酣에 文公曰 二三子는 盍爲寡人賦乎아
龍反其淵하야 安寧其處어늘 一蛇鬐乾하야 獨不得其所로다
舟之僑曰 請而得其賞은 廉者不受也요 言盡而名至는 仁者不爲也니이다
今爲一人言에 施一人은 猶爲一塊土下雨也하야 土亦不生之矣리이다
진 문공晉 文公이 망명亡命하여 천하를 두루 떠돌 적에 주지교舟之僑가 괵虢나라를 떠나 문공을 따라다녔다.
문공이 진晉나라로 돌아와 작위爵位를 줄 만한 사람을 골라 작위를 주고 녹봉祿俸을 줄 만한 사람을 골라 녹봉을 주었으나 주지교만 여기에 끼지 못하였다.
문공이 여러 대부大夫와 술을 마시면서 술이 얼큰히 취했을 때 문공이 말했다. “그대들은 어찌 과인寡人을 위해 시詩를 읊지 않는가?”
주지교가 말했다. “군자君子는 시를 읊으니 소인小人은 말로 진술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불렀다. “날래고 씩씩한 용龍이 있었는데, 잠시 제자리를 잃었구나.
뱀 한 마리 그를 따라 천하를 두루 떠돌았다네.
용은 연못으로 돌아와, 예전 처소에서 편안히 살건만, 뱀 한 마리는 늙고 말라서, 그만이 살 곳을 얻지 못했다네.”
이를 들은 문공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대는 작위를 원하는가? 그러면 내일 아침때까지 기다려라.
그대는 녹봉을 원하는가? 그러면 지금 당장 창고 관리인에게 명하겠다.”
주지교는 말했다. “요청하여 받는 상賞은 청렴淸廉한 사람은 받지 않고, 말을 다하고 나서야 오는 명위名位는 어진 이는 하지 않는 법입니다.
지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일어나 큰비가 좍좍 쏟아지면 곡식 싹과 풀들이 쑥쑥 자랄 것이니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한 사람이 말한 것 때문에 그 한 사람에게만 베푼다면 이는 한 덩이의 흙에만 비가 내리는 것과 같아서 이 땅에서도 싹이 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는 마침내 계단을 내려가 떠나버렸다.
문공은 주지교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여 죽을 때까지 《시경詩經》 〈보전甫田〉장章의 시를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