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子晳曰 吾聞上士는 可以託色하고 中士는 可以託辭하고 下士는 可以託財라하니 三者에 固可得而託耶아
蘧伯玉見楚王하고 使事畢에 坐談語할새 從容言至於士하다
蘧伯玉曰 伍子胥生於楚로되 逃之吳하니 吳受而相之하야 發兵攻楚하야 墮平王之墓하니 伍子胥生於楚로되 吳善用之하니이다
生於楚
로되 走之晉
하야 治七十二縣
하니 道不拾遺
하고 民不妄得
하며 城郭不閉
호되 國無盜賊
하니 蚠黃生於楚
로되 而晉善用之
하니이다
今者臣之來에 逢公子晳濮水之上이러니 辭言 上士可以託色하고 中士可以託辭하고 下士可以託財니 三者에 固可得而託身耶아하니 又不知公子晳을 將何治也잇고
於是에 楚王發使一駟와 副使二乘하야 追公子晳濮水之上하니
거백옥蘧伯玉이 초楚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갔다가 복수濮水 가에서 공자 석公子 晳을 만났다.
자석子晳이 풀을 뽑으며 기다리다가 말했다. “감히 묻노니, 귀객貴客은 어느 곳으로 가시는 겁니까?”
거백옥이 수레 앞의 가로 막대를 잡고 몸을 숙이며 경의敬意를 표하였다.
그러자 공자 석이 말했다. “내 듣자니 상사上士는 안색만으로 몸을 의탁할 수 있고, 중사中士는 말로 몸을 의탁할 수 있으며, 하사下士는 재물로 몸을 의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으로 의탁할 수 있습니까?”
거백옥이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거백옥이 초왕楚王을 뵙고 사신의 일을 마치고 난 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적에 조용히 화제가 사士에 대한 말에 이르게 되었다.
초왕이 말했다. “사士는 어느 나라에 가장 많지요?”
거백옥이 대답했다. “사士는 초나라에 가장 많습니다.”그러자 초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거백옥이 말했다. “사士는 초나라에 가장 많지만 초나라가 잘 쓰지 못합니다.”
초왕이 안색을 바꾸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이오?” 하였다.
거백옥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오자서伍子胥는 초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오吳나라로 달아났는데 오나라가 그를 받아들여 재상으로 삼아 군대를 출동시켜 초나라를 공격하여 평왕平王의 무덤을 파헤쳤으니,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오나라가 잘 썼습니다.
흔분황釁蚠黃은 초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진晉나라로 달아나 72현縣을 다스렸는데, 길에 흘린 물건을 줍지 않고 백성들이 함부로 재물을 얻지 않으며, 성곽城郭의 문을 닫지 않아도 나라 안에 도둑이 없었으니, 분황蚠黃은 초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진나라가 잘 썼습니다.
지금 제가 초나라에 올 때 공자 석을 복수 가에서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상사上士는 안색만으로 몸을 의탁할 수 있고, 중사中士는 말로 몸을 의탁할 수 있으며, 하사下士는 재물로 몸을 의탁할 수 있으니,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으로 몸을 의탁할 수 있느냐?’ 하였습니다. 공자 석을 장차 어떻게 처분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초왕이 사자使者의 사차駟車 한 채와 부사副使의 수레 두 채를 파견하여 복수 가에 있는 공자 석을 쫓아가서 돌아오게 하였다.
자석이 돌아와서 초나라에 중용된 것은 거백옥의 공이다.
그래서 《시경詩經》에 “누가 물고기를 삶으려는가? 솥을 깨끗이 씻어주리라. 누가 서쪽으로 돌아가려는가? 좋은 소식으로 위로하리라.” 하였으니, 이를 두고 이른 말이다. 사물이 서로 융합하는 것은 본디 매우 미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