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才多藝하여 道著於匡時하시고 允文允武하여 功成於纂祀라
하여 求異聞於振古
하며 勞叡思於當年
注+ 勞叡思於當年:思, 去聲. 後同.하시니
乙夜觀書
는 事高漢帝
注+ 事高漢帝: “光武講論經理, 夜分乃寐.”요 馬上披卷
은 勤過魏王
注+ 勤過魏王: “文帝雖在軍旅, 手不釋卷.”이라
陛下自勵如此어늘 而令太子優游棄日하여 不習圖書하시니 臣所未喩가 一也요
加以暫屛機務
注+ 加以暫屛機務:屛, 音餅, 棄也.하면 卽寓雕蟲
注+ 卽寓雕蟲:揚子曰 “或問 ‘吾子少而好賦.’ 曰 ‘童子雕蟲篆刻, 壯夫不爲也.’”하시니 紆寶思於天文
하면 則長河韜映
하고 摛玉華於仙札
注+ 摛玉華於仙札:摛, 音癡.하면 則流霞成彩
라
固以錙銖萬代
注+ 固以錙銖萬代:錙, 音淄, 銖, 音殊, 十黍爲絫, 十絫爲銖, 十銖爲錙.하며 冠冕百王
하시니
屈宋不足以
升堂注+ 屈宋不足以升堂:屈原, 名平, 楚懷王時爲大夫, 作離騷經, 爲詞賦之祖. 宋玉, 屈原弟子, 楚大夫, 以詞賦名.이요 鍾張何階於入室
注+ 鍾張何階於入室:鍾繇, 字元常, 魏太尉, 善草書. 張芝, 字伯英, 後漢太尉, 臨池學書, 池水盡黑, 時稱草聖.이리오
陛下自好如此
注+ 陛下自好如此:好, 去聲.어늘 而太子悠然靜處
注+ 而太子悠然靜處:處, 上聲.하여 不尋篇翰
하시니 臣所未喩
가 二也
요
陛下備該衆妙하사 獨秀寰中하사대 猶晦天聰하여 俯詢凡識하사
聽朝之隟
注+ 聽朝之隟:隟, 與隙同.에 引見群官
하사 降以溫顔
하시고 訪以今古
라
故得朝廷是非와 閭里好惡하여 凡有巨細에 必關聞聽이라
陛下自行如此어늘 而令太子久趨入侍하여 不接正人하시니 臣所未喩가 三也라
若謂有成
인댄 則宜申貽厥
注+ 則宜申貽厥:詩曰 “貽厥孫謀.”이어늘 蔑而不急
하시니 未見其可
로소이다
엎드려 생각해보니, 폐하는 천부적으로 총명한 데다 천명을 받았고, 제위에 올라 많은 경험을 쌓았으며,
재예才藝가 많아 그 도道가 시대를 바로잡는 데 드러났고, 문치文治와 무공武功이 진실하여 그 공적이 종묘의 제사를 계승하는 데에 이루어졌습니다.
만방에서 귀순해오고 천하는 맑고 편안해졌으나 오히려 훌륭하다고 해도 훌륭하다고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 삼가서 먼 옛날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좋은 방도를 찾고 당대에 폐하 마음을 수고롭게 쓰시니
注+사思(생각)는 거성去聲이다. 뒤에도 같다.,
한밤중까지 서책을 보는 것은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보다 열심히 하고
注+《후한서後漢書》 〈광무제기光武帝紀〉에 “광무제光武帝는 경서經書의 이치를 강론하여 밤중에야 잠자리에 들었다.”라고 하였다., 말 위에서 서책을 보는 것은
위 문제魏 文帝보다 부지런합니다.
注+〈위지魏志〉 〈문제기文帝紀〉에 “문제文帝는 비록 병영兵營에 있더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폐하께서 스스로를 독려하는 것이 이와 같거늘 태자에게는 한가롭게 노닐며 세월만 보내게 하여 학문을 배우도록 하지 않으시니, 이것이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일입니다.
더욱이 폐하께서는 잠시라도 정무에서 물러날 때면
注+병屛은 음이 병餅이니, ‘버리다’는 뜻이다. 시문詩文을 지으시니
注+《양자법언揚子法言》 〈오자吾子〉에 “혹자가 ‘그대는 젊어서 부賦를 좋아하였는가?’라고 하였는데, 대답하기를, ‘동자 시절에는 조충전각의 일을 했는데, 장부가 되어서는 하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폐하의 생각을
천문天文에 기울이신다면 은하수도 광채를 감출 것이며, 화려한
어구語句를 서찰에 표현한다면
注+이摛(퍼지다)는 음이 치癡이다. 흐르는 노을빛이 문채를 이룰 것입니다.
참으로 폐하의 문장은 만대의 글을 보잘것없게 만들고
注+치錙(저울 눈)는 음이 치淄이고, 수銖(무게 단위)는 음이 수殊이다. 십서十黍가 루絫가 되고, 십류十絫가 수銖가 되며, 십수十銖가 치錙가 된다., 역대 왕들 중에 가장 뛰어납니다.
굴원屈原과
송옥宋玉도 폐하의 경지에 오르기에는 부족하니
注+굴원屈原은 이름이 평平으로, 초 회왕楚 懷王 때 대부大夫를 지냈으며, 〈이소경離騷經〉을 지었는데, 사부詞賦의 비조鼻祖이다. 송옥宋玉은 굴원屈原의 제자로, 초楚나라 대부大夫이며, 사부詞賦로 이름이 났다.,
종요鍾繇와
장지張芝라 한들 어찌 그 경지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注+종요鍾繇는 자字가 원상元常으로, 위魏나라 태위太尉를 지냈으며, 초서草書를 잘 썼다. 장지張芝는 자字가 백영伯英으로, 후한後漢의 태위太尉를 지냈으며, 못가에서 글씨를 연습하여 못 물이 모두 검게 변하였는데, 당시에 초성草聖으로 일컬어졌다.
폐하께서 스스로 좋아하시는 것이 이와 같은데도
注+호好(좋아하다)는 거성去聲이다. 태자에게는 느긋이 한가롭게 지내며
注+처處(처하다)는 상성上聲이다. 필묵筆墨을 배우도록 하지 않으시니, 이것이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일입니다.
폐하께서는 여러 가지 장점을 구비하여 홀로 천하에서 빼어난 인물임에도 오히려 타고난 총명을 감추고 자신을 낮추어 평범한 자에게 묻고,
조정에서 정무를 보는 여가에
注+극隟(틈)은 극隙과 같다.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만나시고는 온화한 안색으로 고금의 정치를 묻습니다.
그러므로 조정의 시비是非와 민간의 호오好惡를 알게 되어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반드시 듣게 됩니다.
폐하께서 스스로 행하시는 것이 이와 같은데도 태자에게는 오랫동안 예절로 입시하게 하여 올바른 사람들과 만나도록 하지 않으시니, 이것이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 번째 일입니다.
폐하께서 만일 무익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찌 정신을 수고롭게 할 것입니까.
만일 성과를 바란다면 자손들에게 가르침을 펼쳐야 할 것인데
注+《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유성文王有聲〉에 “후손에게 계책을 남겨주었다.”라고 하였다., 무시하여 서두르지 않으시니 옳은지 알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