貞觀六年에 太宗謂侍臣曰 自古人君爲善者는 多不能堅守其事라
漢高祖
는 泗上一亭長耳
注+① 泗上一亭長耳:長, 音掌.라
初能拯危誅暴하여 以成帝業이나 然更延十數年에 縱逸之敗로 亦不可保하니 何以知之오
孝惠爲嫡嗣之重
하여 溫恭仁孝
나 而高帝惑於愛姬之子
하여 欲行廢立
注+② 孝惠爲嫡嗣之重……欲行廢立:註.하고
蕭何韓信功業旣高
어늘 蕭旣妄繫
注+③ 蕭旣妄繫:蕭何, 沛人. 漢丞相, 封鄼侯. 하고 韓亦濫黜
注+④ 韓亦濫黜:黜, 當作誅. 韓信, 淮陰人, 佐漢高祖取天下, 封楚王. 이라
自餘功臣黥布之輩
가 懼而不安
하여 至於反逆
注+⑤ 自餘功臣黥布之輩懼而不安 至於反逆:黥布, 姓英, 名布. 嘗坐法, 黥. 하니
君臣父子之間에 悖謬若此하니 豈非難保之明驗也리오
朕所以不敢恃天下之安하고 每思危亡하여 以自戒懼하여 用保其終하노라
注
【集論】愚按 太宗言호대 漢祖創業之君이나 而廢嫡立庶하고 濫誅功臣이라하니 斯言誠是也라
太宗은 能保全功臣하여 無濫誅之失하니 過漢高遠矣라
정관貞觀 6년(632)에 태종太宗이 근신近臣에게 말하였다. “예로부터 선행을 하는 군주들이 대부분 그 일을 굳게 지키지 못하였소.
한 고조漢 高祖는
사수泗水 가의 일개
정장亭長(
역정驛亭 책임자)이었소.
注+장長(우두머리)은 음音이 장掌이다.
처음에는 위험에 빠진 자를 구하고 폭도를 죽여서 제왕의 사업을 완성할 수 있었소. 그러나 다시 십여 년이 지난 뒤에 방종하고 태만한 폐단에 의해 처음의 선행을 보존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어찌 알 수 있었겠소.
효혜제孝惠帝(
유영劉盈)는
적통嫡統을 잇는 중요한 지위에 있으면서 온순하고 공손하며 인자하고 효성이 있었으나, 고조는 애첩(
척부인戚夫人)의 아들에게 미혹되어 태자를 바꾸려 하였소.
注+〈논존경사부論尊敬師傅〉편篇 주註에 보인다.
소하蕭何와
한신韓信은
공업功業이 매우 높았지만 소하는 허망하게 투옥되었고
注+소하蕭何는 패沛 사람이다. 한漢나라 승상丞相으로, 찬후鄼侯에 봉해졌다. 일찍이 백성을 위하여 청하기를 “장안長安은 땅이 좁고 상림원上林苑 중에 빈 땅이 많으니 백성들이 들어가 농사지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원합니다.”라고 하니, 고조高祖가 노하여 말하기를 “상국相國(소하)이 상인들의 재물을 많이 받고서 내 상림원을 청하는구나.” 하였다. 이에 소하를 정위廷尉(법관)에게 회부시켰는데 하옥한 지 수일 만에 왕위위王衞尉의 구원하는 말로 인하여 사면되어 나왔다., 한신 또한 과도한 형벌로 죽었소.
注+출黜은 마땅히 주誅가 되어야 한다. 한신韓信은 회음淮陰 사람이다. 한 고조漢 高祖를 도와 천하를 취하고 초왕楚王에 봉해졌다. 한신이 반란하려고 한다는 보고가 있자 고조는 이에 운몽雲夢에서 유람한다고 속이고, 한신을 포박하여 낙양에 이르러 사면하고 회음후淮陰侯로 삼았는데, 이 때문에 한신이 원망하였다. 뒤에 다시 여후呂后(유방劉邦의 아내)에게 한신이 반란하려고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자, 여후가 소하에게 한신을 속여서 들어오도록 하라고 하고 여후가 무사를 시켜서 한신을 포박하게 하여 죽이고 한신의 삼족을 멸하였다.
그 외의
공신功臣 중에
경포黥布와 같은 무리들은 두려워하고 불안하여 반역을 하게 되었소.
注+경포黥布는 성姓이 영英이며 이름이 포布이다. 일찍이 법에 걸려 묵형墨刑(먹물 들이는 형벌)을 받았다. 한 고조漢 高祖가 회남왕淮南王으로 봉하였다. 한신韓信과 팽월彭越이 주살되자 몰래 병사들을 모으고 위급함을 살폈는데, 중대부中大夫 분혁賁赫이 장안에 가서 경포가 반란하였다고 고하자, 고조가 직접 병사를 거느리고 격파하였다. 마침내 경포를 죽여서 멸하였다.
군신君臣과 부자父子 사이에도 어긋나는 것이 이와 같았으니, 어찌 처음의 선행을 보전하기 어려운 명확한 증거가 아니겠소.
짐은 이 때문에 감히 천하의 편안함을 믿지 못하고 늘 위험과 멸망을 생각하여, 스스로 경계하며 두려워해서 그 끝을 보전하려 하오.”
注
내가 살펴보건대 태종太宗이 말하기를 “한 고조漢 高祖는 창업한 임금이었으나 적자嫡子를 폐하고 서자庶子(조왕趙王 유여의劉如意)를 세우려고 하고 공신들을 과도하게 죽였다.”라고 하니 이 말은 진실로 옳다.
태종太宗은 공신들은 온전하게 보전하여 과도하게 죽이는 실수가 없었으니 한 고조보다 뛰어남이 크다.
그러나 태자 이승건李承乾의 악행을 바로잡을 수 없었고 여러 아들들의 분수를 정하는 데에 또한 사랑에 이끌려서 자신의 사욕을 이겨내지 못하였으니,
아마도 남을 아는 데에는 밝으면서도 자신을 아는 데에는 어두운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