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내가 살펴보건대 《서경書經》 〈주서周書 여오旅獒〉에 “명철하신 왕께서 덕을 삼가시면 사방의 오랑캐가 모두 복종하여 원근에 관계없이 모두 자신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바치는데, 의복과 음식과 그릇 〈등 늘 사용하는 물건〉뿐입니다.” 라고 하여, 미녀를 조공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다만 남의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옛날 주왕紂王이 굉요閎夭가 바친 미녀를 받아들이자 서백西伯이 흥하였고, 노魯나라가 제齊나라에서 보낸 여자 악사樂士를 받아들이자 공자孔子가 떠나갔다.
옛날부터 신하의 속임수와 열국列國의 음모에 여자를 매개로 틈을 만들지 않은 적이 없어, 먼저 그 이목耳目을 미혹시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혹은 틈을 타서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을 저지하여 실패하게 하였으며, 혹은 예측하지 못한 재앙에 빠지게도 하였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구려에서 미녀를 바친 것이 어찌 이런 의도가 아니겠는가. 하물며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려고 하는 때를 당해서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태종太宗이 돌려보내면서 미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본래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을 또한 어찌 이러한 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태종과 같은 이는 어진 군주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