携負老幼하여 來往數千이로되 曾無一戶逃亡하며 一人怨苦하니
頃年已來로 疲於徭役하고 關中之人이 勞弊尤甚하니
脫因水旱하여 穀麥不收면 恐百姓之心이 不能如前日之寧帖하리니
옛날 도당陶唐과 성탕成湯의 시대에 재앙과 우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성덕을 칭송하는 것은 처음과 끝이 일관하고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고 무욕無欲하시어
재해를 만나면 걱정과 부지런함을 지극히 행하고 때가 안정되면 교만하거나 안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관貞觀 초기에 해마다 서리가 내리고 가뭄이 들어 경기京畿 안의 호구戶口가 모두 관동關東으로 옮겨갈 적에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이를 업고서 오고 가는 자가 수천 명이었지만, 일찍이 한 호戶도 도망하지 않았으며 한 사람도 원망하거나 고통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폐하께서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기르려는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 때문에 죽음에 이르더라도 두 마음을 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근년 이래로 백성들이 요역徭役에 피폐하고 그중에서도 관중關中의 사람들이 노고와 피폐함이 더욱 심합니다.
각종 기술자의 무리들은 당번을 쉬는 날에도 모두 머물러 고용 인력이 되고,
정규 군병들은 당번에 들었을 때 대부분 별도로 부려지고,
물자를 운송하는 인부들이 도로에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미 피폐해져 있어서 쉽게 놀라고 동요하게 되니,
만약 수재水災와 한재旱災로 인하여 곡식을 거두지 못하게 되면 백성들의 마음이 예전과 같이 편안치 못할까 우려됩니다.
이것이 끝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는 열 번째 조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