貞觀四年에 太宗謂公卿曰 朕終日孜孜는 非但憂憐百姓이라 亦欲使卿等長守富貴하노니
天非不高
오 地非不厚
나 朕常兢兢業業
하여 以畏天地
하나니 卿等若能小心奉法
하여 常如朕畏天地
하면 非但百姓安寧
이라 自身常得驩樂
注+① 自身常得驩樂:音洛.하리니
若徇私貪濁이면 非止壞公法하고 損百姓이라 縱事未發間이나 中心豈不常懼아 恐懼旣多면 亦有因而致死하나니
大丈夫豈得苟貪財物하여 以害及身命하고 使子孫每懷愧恥耶아 卿等宜深思此言하라
注
自古聖人이 拳拳於畏天者가 豈謂人主尊無與敵하여 借天以壓之哉아 蓋兢業祗懼는 是乃天心之所存이니 而堯舜禹湯所傳之大原也라
太宗自謂常兢兢業業以畏天地하고 又使群臣當如朕畏天地케하니 是眞能合乎聖人畏天之學矣라
昊天曰明
하사 及爾出王
하시며 이라하니 何往而非天哉
리오
一息之間斷에 非畏天也요 一事之作輟에 非畏天也라
詩曰 文王之德之純이라하니 聖人之所以事天者는 純而已矣라
愚觀太宗之行事하니 知謹刑矣나 而復濫殺하고 知尙文矣나 而復慕武하고 知任賢矣나 而復聽讒하고 知斷恩矣나 而復牽愛하니
정관貞觀 4년(629)에 태종太宗이 공경公卿들에게 말하였다. “짐朕이 종일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은 백성을 걱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또한 경들의 부귀를 오래도록 지키게 하려는 것이오.
하늘은 높지 않는 것이 아니며 땅은 두텁지 않는 것이 아니나,
짐朕은 항상 조심하고 공경하여 삼가하며 하늘과 땅을 두려워하오. 경들이 만일 법을 지키기를 조심하여 항상
짐朕이 하늘과 땅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이 한다면 백성들이 안녕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항상 기뻐하고 즐거워함이 있을 것이오.
注+〈낙樂(즐겁다)은〉 음音이 낙洛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현명한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손상시키고, 우매한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과실을 낳는다.’고 하였으니, 이 말을 깊이 훈계로 삼아야 하오.
만일 사사로움을 따라 탐욕을 부려 혼탁해지면, 공법公法을 무너뜨리고 백성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비록 일이 그동안 발각되지 않더라도 어찌 마음속에 늘 두려움이 없겠소. 두려움이 이미 많으면 또한 그 이유로 죽게 될 것이요.
대장부大丈夫가 어찌 구차하게 재물을 탐내어 생명을 해치고 자손에게 부끄러움을 품고 살게 하겠소. 경들은 마땅히 이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하오.”
注
내가 살펴보건대, 《시경詩經》 〈대아大雅 대명大明〉에 “상제上帝가 그대에게 오셨으니 그대의 마음에 의심하지 말라.” 하였다.
예부터 성인聖人이 가슴속 깊이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찌 군주의 존귀함이 대적할 것이 없어 하늘의 위엄을 빌려서 군주의 존귀함을 누르고자 해서 말한 것이겠는가. 공경하고 삼가며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천심天心을 보존한 것이니, 요堯임금‧순舜임금‧우禹임금‧탕湯임금이 전한 큰 근본이다.
태종太宗이 스스로 항상 조심하고 공경하여 삼가는 것으로 천지를 두려워한다고 말하고, 또 여러 신하들에게 마땅히 짐이 천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도록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성인聖人이 하늘을 두려워하는 학문에 합치된다.
그러나 태종太宗이 하늘이라고 말한 것은 푸르고 넓은 하늘이다.
“하늘은 밝으신지라 그대 어딜 나가든 함께하시고, 하늘은 훤히 아시는지라 그대 노닐 적에도 살펴보시니라.” 라고 하니, 어디를 간들 하늘이 아니겠는가.
한 번 숨 쉬는 사이에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끊어지면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일을 할 때에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중단되면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대명大明〉에 “문왕文王의 덕의 순수함이다.” 라고 하니, 성인이 하늘을 섬기는 것은 순수할 뿐이다.
내가 태종이 일을 행하는 것을 보니 형벌을 신중히 할 것은 알았으나 다시 사람을 함부로 죽였고, 문장을 숭상할 것은 알았으나 다시 무력을 좋아하였고, 어진 이를 임용할 것은 알았으나 다시 참소를 들어주었고, 은혜를 단절할 것은 알았으나 다시 사랑에 매이게 되었다.
심하도다, 뒤섞여서 순수하지 못함이여. 이것이 어찌 충분히 하늘을 두려워하는 실상이라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