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洽寰中하며 威加海外하고 年穀豐稔하며 禮敎聿興하여
炎氣致旱하여 乃遠被於郡國하고 凶醜作孼하여 忽近起於轂下하니
前王所以致理者를 勤而行之하며 今時所以敗德者를 思而改之하여
與物更新
注+㉙ 與物更新:更, 平聲.하여 易人視聽
이면
當今太平之基
가 旣崇極天之峻
이나 九仞之積
이 猶虧一簣之功
注+㉚ 猶虧一簣之功:書曰 “爲山九仞, 功虧一簣.” 言中道而止則前功盡棄也.하니
千載休期는 時難再得이어늘 明王可爲而不爲하시니 微臣所以鬱結而長歎者也로소이다
신이 듣기로 ‘화복은 문이 없으며 오직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라고 하고,
‘사람에게 죄가 없으면, 요사스러움이 망령되게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폐하께서 천하를 통치한 지 13년 만에
도가 천하에 흡족하며 위엄이 해외까지 떨쳤고 해마다 풍년이 들었으며 예교禮敎가 성대하게 일어나서
집집마다 봉작을 받은 사람이 넘쳐나고
注+비比(마다)는 음音이 비鼻이다. 콩과 곡식이 물이나 불과 같이 많아졌습니다.
더운 기후가 가뭄으로 변해 멀리 군국郡國까지 피해를 주었고 흉악범들이 재앙을 일으켜 갑자기 가까운 제도帝都에서 일어났습니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한 적이 있습니까. 상징象徵을 내려주어 경계를 보일 뿐이니,
이는 진실로 폐하께서 놀라고 두려워할 때이며 근심하고 근면해야 할 때입니다.
만일 하늘의 경계를 보고 두려워하여 좋은 의견을 택하여 따르시어 조심하는 마음을 가진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같이하며, 자신을 자책한 은殷나라 탕왕湯王을 따르시어
전대의 제왕이 치세를 이룬 것을 부지런히 행하며, 지금 덕을 훼손하는 것을 생각하여 고쳐서
백성과 더불어 다시 새롭게 하여
注+갱更(고치다)은 평성平聲이다.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바꾸게 한다면
국운國運이 무궁하고 천하가 매우 다행으로 여길 것이니, 무슨 재앙과 패망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사직社稷의 안위와 나라의 치란治亂이 천자天子 한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입니다.
지금 태평의 기초가 이미 하늘 끝만큼 높지만 아홉 길 높이의 산을 쌓는데 오히려 한 삼태기의 흙을 못 채워 완성이 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注+《서경書經》 〈주서周書 여오旅獒〉에 말하기를 “아홉 길 높이의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을 못 채워 완성이 되지 못한다.”라고 하니 중도中道에 그치면 앞의 공을 다 버림을 말한다.
천 년에 한 번 있는 좋은 기회는 다시 얻기 어렵거늘 명철하신 군주께서 행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시니, 미천한 신이 가슴이 답답하여 길게 탄식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