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之士相從謀曰:吾將還其委質, 而朝於邯鄲之君乎!
威王聞之, 寢不寐, 食不飽, 帥天下百姓, 以與
遇於泗水之上, 而大敗申縛.
어떤 이가 육국六國을 위해 진왕秦王에게 말하다
어떤 사람이 육국六國을 위해 진왕秦王(始皇)에게 유세하였다.
“땅이 넓다고 안전하게 여기기에는 부족하며, 인구가 많다고 강하게 여기기에도 부족합니다.
만약 땅이 넓으면 안전하고 사람이 많으면 곧 강한 것이라면, 걸桀‧주紂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왕 노릇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옛날 조趙나라도 아주 강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나라가 얼마나 강했느냐 하면 왼쪽으로는 제齊나라를 억제하고 오른쪽으로는 위魏나라를 억제하였습니다.
이렇게 두 만승지국萬乘之國과 한 천승지국千乘之國인 송宋나라까지 눌렀습니다.
게다가 조趙나라가 강평剛平을 점거하여 거기에 성城을 쌓자 위衛나라는 동쪽의 들판이 없어져 나무나 목초를 하면서 감히 자신들의 동문東門을 엿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위衛나라는 정말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하였었습니다.
이에 천하의 모사謨士들이 서로 모여서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이제 선물을 가지고 저 조나라 한단邯鄲의 임금에게 조회朝會하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당시 천하에서 조趙나라 한단邯鄲을 쳐야 한다고 일컬었던 자들 중에서 누구 하나 조나라의 명령을 들으러 가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위魏나라가 조趙나라 한단邯鄲을 정벌하고 물러와서 봉택逢澤에서 제후들과 회맹會盟하였습니다.
이때 위魏나라 왕이 하거夏車를 타고 하왕夏王이라 칭하며 천자天子를 조회하러 가자 천하가 모두 그를 따랐습니다.
그러자 제齊 위왕威王이 이를 듣고 군대를 일으켜 위魏나라를 쳐서 국토를 반으로 나누어 국가가 크게 위태로웠습니다.
이에 양왕梁王(魏惠王)은 몸소 예물禮物을 가지고 진후陳侯(齊王)의 신하가 되겠다고 빌고 나서야 천하가 양梁(魏)나라를 풀어 주었습니다.
초楚 위왕威王이 이 소식을 들은 후, 침식寢食을 제대로 못하다가 마침내 천하의 백성을 이끌고 제齊나라 신박申縛과 맞붙어 사수泗水 가에서 신박申縛의 군대를 대패시켰습니다.
그러자 조趙나라가 이를 듣고 군대를 지상枝桑으로 보냈고, 연燕나라 역시 군대를 격도格道로 진격시켰습니다.
격도가 통하지 않자 평제平際 역시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제나라가 싸움에서 패하여 이기지 못하고 계획도 성공하지 못하자 진모陳毛로 하여금 칼을 풀고 남면南面하는 존엄을 버리고 초나라에 용서를 빌도록 하였습니다.
서쪽으로는 조나라를 달래고 북쪽으로 연나라를 설득한 다음, 국내에서 백성을 위무慰撫하자 천하가 그제야 제齊나라를 풀어 주었습니다.
무릇 얇은 것도 쌓이면 두터워지고, 적은 것도 모이면 많아지는 법입니다.
지금 천하가 창가에 모여 앉으면 똑같이 초楚 위왕威王을 공벌攻伐해야 한다는 상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어찌 초나라 위왕威王의 정사가 부패해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초나라가 강대해져서 온 천하 제후에게 군림할까 두려워, 다른 제후들이 즐겨 초나라를 치자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