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貧無燭者將去矣, 謂處女曰:妾以無燭, 故常先至, 掃室布席,
今秦與之上卿, 以相迎之, 茂德王之賜, 故不往, 願爲王臣.
감무甘茂가 진秦나라에서 도망하여 장차 제齊나라로 가려고 함곡관函谷關을 나오다가 소자蘇子(蘇代)를 만나 말하였다.
“그대는 강가의 처녀 이야기를 들어 보셨습니까?”
“강가에 여러 처녀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처녀가 가난해서 불 밝힐 초[燭]도 없었습니다.
나머지 처녀들이 상의 끝에 그를 쫓아내려 하였습니다.
집이 가난하여 초가 없던 처녀가 떠나려고 하면서 나머지 처녀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불을 켤 초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 늘 일찍 들어와 집안 청소도 하고 자리도 깔고 하였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사면 벽壁에 비치는 남는 불빛까지 아까워하는가?
나에게 그 빛을 내려 준다고 그대들에게 방해될 것이 무엇인가?
내가 그대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있을 텐데 어찌 나를 내쫓으려 하는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처녀들이 상의한 끝에 과연 그렇다고 여겨 다시 그를 머물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저는 불초하여 진나라에서 쫓겨나 함곡관까지 나왔습니다.
족하足下를 위하여 방이나 쓸고 자리나 깔기를 원하오니 쫓지 않으면 다행이겠습니다.”
이에 서쪽으로 가 진왕秦王(昭王)에게 말하였다.
“감무甘茂는 현인賢人으로 보통 선비가 아닙니다.
그는 진秦나라에서 몇 대를 걸쳐 중요한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효산殽山의 요새와 계곡谿谷 지형의 험역險易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만약 제齊나라에서 한韓나라‧위魏나라와 연합하여 도리어 진秦나라를 칠 모의를 한다면 진나라에게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많은 예물과 후한 녹祿으로 그를 맞아오느니만 못합니다.
그가 오거든 괴곡槐谷 땅에 두고, 평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러면 천하 그 누구를 통해 진秦나라를 넘보겠습니까?”
그리고는 상경上卿의 관직과 상相의 자리를 주어 제齊나라에서 감무를 맞아오도록 하니, 감무는 사양하며 가지 않았다.
소진蘇秦은 제왕齊王(湣王)에게 거짓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진秦나라에서 상경上卿의 관직과 상의 자리까지 주겠다며 맞아가려 하지만 감무는 왕께 입은 은혜에 감복하여 가지 않고, 대왕의 신하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왕께서 그를 붙들어 두지 않으면 그는 틀림없이 대왕을 덕德스럽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 현명한 감무가 군사를 마음대로 운용한다면 도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는 감무에게 상경上卿의 관직을 주고 제나라에 머물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