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賈以珍珠重寶, 南使荊‧吳, 北使燕‧代之間三年, 四國之交未必合也, 而珍珠重寶盡於內.
是賈以王之權, 國之寶, 外自交於諸侯, 願王察之.
取世監門子, 梁之大盜, 趙之逐臣, 與同知社稷之計, 非所以厲羣臣也.”
“
孝其親, 天下願以爲子;
忠於君, 天下願以爲臣; 貞女工巧, 天下願以爲妃.
此四士者, 皆有詬醜, 大誹天下, 明主用之, 知其可與立功.
故可以存社稷者, 雖有外誹者不聽; 雖有高世之名, 無咫尺之功者不賞.
사국四國(燕‧조趙‧오吳‧초楚)이 하나가 되어 장차 진秦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진왕秦王은 서둘러 군신羣臣‧빈객賓客 등 60여 명을 불러 놓고 물었다.
“네 나라가 하나가 되어 우리 진나라를 도모하려 하고 있소.
과인은 안으로는 재정財政이 궁핍하고 밖으로는 백성들의 힘이 소모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군신群臣들이 누구 하나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데, 요가姚賈가 대답하였다.
“제가 원컨대 그 네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반드시 그 모책을 끊고, 군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에 왕은 곧 수레 1백 승乘과 황금 1천 근斤을 주고 자신의 의관衣冠을 하게 하고 자신의 칼을 차고 가도록 하였다.
요가가 하직하고 떠나서는 과연 네 나라의 모의를 끊고 군대의 출동을 중지시켰을 뿐 아니라, 그 네 나라와 교류를 맺었다고 진나라에 보고하였다.
진왕은 크게 기뻐하여 요가에게 1천 호戶를 봉하고 상경上卿으로 삼았다.
“요가는 진주珍珠‧중보重寶를 다 풀어 남으로 형荊(楚)‧오吳, 북으로 연燕‧대代(趙)에 사신으로 돌아다니며 3년 동안 애썼지만 그 네 나라와의 국교가 반드시 융합融合된 것도 아니며 오히려 안으로 나라의 진주와 중보를 다 탕진하였을 뿐입니다.
이는 요가가 대왕의 권한과 나라의 보물을 써서 밖으로 사사로이 제후들과 교분을 맺은 것이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잘 살피소서.
더구나 그는 위魏(梁)나라 문지기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양나라에서 도둑질을 한 죄도 있고, 또 조趙나라의 신하로 있을 때는 내쳐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대로 문지기 집안의 아들이며 양나라의 큰 도둑이요, 조나라에서 쫓겨난 신하와 국가의 계책을 상의하시니, 이는 여러 신하들을 격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듣자 하니 그대는 과인의 재물을 가지고 사사로이 제후들을 사귀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소?”
“증삼曾參이 그 어버이에게 효성을 지극히 하자 천하의 부모들이 모두 그를 아들로 삼고 싶어하였고, 오자서伍子胥가 임금에게 충성을 지극히 하자 천하의 임금들이 모두 그런 자를 신하로 두고 싶어하였으며, 또 정숙하고 솜씨가 뛰어난 여자는 천하의 장부들이 그런 여자를 아내로 삼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대왕께 충성을 다하고 있건만 대왕께서는 이를 모르고 계십니다.
제가 그 네 나라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제가 대왕께 불충하였다면 그 네 나라의 왕王인들 어찌 저를 써 주었겠습니까?
걸桀은 참언을 듣고 자신의 뛰어난 장군을 죽였고, 주紂는 참언을 듣고 그 충신을 죽였습니다.
그리하여 몸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지금 왕께서도 참언을 곧이들으시면 충신이 없게 됩니다.”
“그대는 문지기의 아들이며, 양나라에서 도둑질을 한 적이 있고, 조나라에서는 신하로 있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태공망太公望은 제齊나라에서 아내에게 쫓겨난 필부匹夫요 조가朝歌의 쓸모없는 백정이었으며, 자량子良의 쫓겨난 신하로서 극진棘津에서는 품팔이를 하였지만 누구 하나 고용해 주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문왕文王이 그를 등용하여 왕자王者가 되었습니다.
관중管仲은 비鄙 땅의 장사꾼으로 남양南陽에서 은둔 생활을 하였고, 노魯나라에서 사형을 면하였으나 환공桓公이 등용하여 패자霸者가 되었습니다.
백리해百里奚는 우虞나라의 걸인乞人으로서 다섯 마리 검은 염소가죽 값에 팔려 가게 된 것을 진秦 목공穆公이 이를 알아보고 재상으로 삼아 서융西戎의 조공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진晉 문공文公은 중산中山 도적의 힘을 빌어 성복城濮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이 네 명의 선비는 모두 비천한 출신으로 천하의 놀림거리였으나 밝은 임금이 이들을 등용하였으니 함께 공을 세울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변수卞隨나 무광務光, 신도적申屠狄처럼 숨어 살았다면 임금께서 저를 어찌 등용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란 신하의 출신 미천微賤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옛날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자기를 위해 쓸 만한가를 살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직社稷을 보존하려는 자는 비록 외부에서 비방하더라도 듣지 않으며, 비록 세상에 고매한 명성이 있는 인물일지라도 한 치의 공功이 없으면 상을 내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군신들이 임금에 대해 허황된 희망을 감히 가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에 요가姚賈의 지위를 회복시키도록 하고, 한비韓非는 죽여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