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不如因張儀爲和於秦, 賂之以一名都, 與之伐楚.
令戰車滿道路; 發信臣, 多其車, 重其幣, 使信王之救己也.
乃儆四境之內選師, 言救韓, 發信臣, 多其車, 重其幣. 謂韓王曰:
秦果大怒, 興師與韓氏戰於
, 楚救不至, 韓氏大敗.
韓氏之兵非削弱也, 民非蒙愚也, 兵爲秦禽, 智爲楚笑, 過聽於陳軫, 失計於韓明(朋)也.
387. 진秦나라‧ 한韓나라가 탁택濁澤에세 싸우다
진秦나라와 한韓나라가 탁택濁澤에서 싸움이 붙어 한나라가 위급해졌다.
공중公仲(한붕韓朋)이 한왕韓王(선혜왕宣惠王)에게 말하였다.
지금 진나라의 욕심은 초楚나라를 치고자 함에 있습니다.
왕께서는 장의張儀를 통해서 진나라와 강화를 맺어 큰 도시 하나를 떼어 주고, 진나라와 더불어 초나라를 치느니만 못합니다.
한왕은 ‘좋소.’하고는 공중에게 호위병을 주어 서쪽으로 진나라에게 강화를 하러 보내게 되었다.
초왕楚王(회왕懷王)이 이를 듣고 크게 두려워 진진陳軫을 불러 고하였다.
“진나라가 우리를 공격하려고 꿈꾼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나라로부터 대도시를 하나 얻고 군대를 갖추어 진나라가 한나라 군대를 합해 남쪽으로 우리를 공격하려 합니다.
이는 진나라가 오랫동안 묘사廟祠에서 빌던 바인데 지금 그 기회가 왔으니 초나라를 반드시 칠 것입니다.
나라 안에 경계를 강화하고, 정병精兵을 모집하면서 한나라를 구하려 한다고 선포하십시오.
전차를 온 길에 가득 풀고, 믿을 만한 사신을 보내 그에게 많은 수레를 내주고, 귀중한 선물을 가득 실어 보내, 한나라로 하여금 왕께서 자신들을 구원하리라는 것을 믿게 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한나라는 혹시 우리 말을 다 들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왕의 은혜에 감격하여 틀림없이 진군秦軍과 합세해서,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날 듯 우리에게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진나라와 한나라가 불화不和하게 되기 때문에 진나라 군사가 쳐들어 오더라도 초나라로서는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서 한나라가 만약 우리 말을 들어주어 진나라와 단교한다면 진나라는 크게 노하여 더욱 한나라에 대한 원망이 커질 것입니다.
한나라는 초나라의 구원을 얻은 터라 진나라를 깔보게 됩니다.
진나라를 경시하면 진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반드시 불경不敬스러울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진나라‧한나라의 군대를 지치게 해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즉시 경계를 펴고 국내에 널리 한나라를 구원한다고 정병을 뽑고, 믿을 만한 신하에게 많은 수레를 주어 수레를 갖추고 귀중한 선물을 실어 보내 한왕에게 일렀다.
“저희 나라가 비록 작으나 이미 모든 기병起兵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대국에서 진나라에 마음대로 대해 주시면 저희는 장차 나라를 다 바쳐 죽음으로 한나라를 돕겠습니다.”
한왕은 크게 기뻐하며 진나라로 보내려던 공중公仲을 중지시켰다.
무릇 실제로 우리를 괴롭히는 자는 진나라요, 거짓으로 우리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초나라입니다.
초나라의 허명虛名을 믿고 강한 진나라를 가볍게 여겼다가는 틀림없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초나라와 한나라는 형제지국도 아니요, 본디부터 공동으로 진나라를 치자고 한 적도 없습니다.
진나라가 초나라를 치겠다고 나서자 그제야 초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한나라를 돕는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또 왕께서 진나라에게 통지를 해 놓고 지금 행하지 않는 것은 진나라를 속이는 것입니다.
무릇 강한 진나라의 화禍를 가벼이 보고, 초나라 모신謀臣의 말을 믿다가는 왕께서는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그래도 한왕은 듣지 않고 드디어 진나라의 강화講和를 거절하였다.
진나라는 과연 크게 노하여 군대를 더하여 한韓나라와 안문岸門에서 싸움을 벌였으나 초나라의 구원병이 오지 않아 한나라는 대패하였다.
한나라 병력이 약하기만 한 것도 아니요, 그 백성이 우매한 것도 아니건만 군대는 진나라에게 사로잡히고 지모智謀는 초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이는 진진의 말을 과신過信하였고, 한붕韓朋(공중公仲)의 계획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