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가 의양宜陽을 치자 초왕楚王이 진진陳軫에게 말하였다.
“과인이 듣건대 한치韓侈는 지혜가 뛰어난 선비로 제후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하니, 이번 싸움에 반드시 위망危亡을 면할 것이오.
그가 반드시 위망을 면하고 나면, 내가 먼저 이를 바탕으로 덕德을 베풀어 주고 싶소.”
한치韓侈 같은 지혜로도 이번에는 곤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산택山澤의 짐승 중에는 미록麋鹿만큼 교활한 놈이 없습니다.
이 미록은 사냥꾼이 그물을 쳐 놓고 자기를 그 그물 쪽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알면, 돌아서서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번 하고 나서 사냥꾼이 이를 알고 거짓으로 그물을 들고 앞으로 다가가면 미록도 잡히고 맙니다.
지금 제후들은 한치의 그 사술詐術을 환히 알고 있기 때문에 거짓으로 그물을 들고 그에게로 달려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치의 지혜도 이번에는 곤액을 당할 것입니다.”
초왕이 진진의 말을 받아들였는데, 의양은 과연 함락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