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不察, 因欲中立, 梁必怒於韓之不與己, 必折爲秦用, 韓必擧矣.
不如急發重使之趙‧梁, 約復爲兄弟, 使山東皆以銳師戍韓‧梁之西邊.
事之雖如子之事父, 猶將亡之也; 行雖如伯夷, 猶將亡之也;
行雖如桀‧紂, 猶將亡之也. 雖善事之無益也. 不可以爲存, 適足以自令亟亡也.
然則山東非能從親, 合而相堅如一者, 必皆亡矣.”
어떤 이가 한왕韓王(안희왕安釐王)에게 말하였다.
“진왕秦王이 위魏(양梁)나라와 전쟁을 벌여 강絳과 안읍安邑을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에서는 장차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요?
진나라가 한나라를 치고자 하는 것은 동쪽으로 주실周室을 엿보는 마음이 심하여 잠을 잘 때나 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는 이를 잘 살피지 않고 진나라와 연합하려 하시니 이는 틀림없이 산동山東 여러 나라의 큰 화근이 될 것입니다.
또 지금 진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위나라를 얻은 다음 한나라를 치기 위함입니다.
즉 위나라가 자기들 명령을 듣지 않을까 염려하여 미리 고통을 주어 국교를 굳게 하려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이를 잘 살펴보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시니, 위나라는 틀림없이 한나라가 이미 자기들을 돕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진나라에 붙어 한나라를 칠 것입니다.
왕께서는 어서 급히 중신重臣을 사신으로 삼아 조趙나라‧위魏나라에 파견하셔서 다시 형제의 우의友誼를 다져 산동 여러 나라의 정예 병사들로 하여금 한나라‧위나라의 서쪽을 지키게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산동은 더 이상 망하는 것을 구해낼 수 없으니, 이것이 바로 만세萬世의 계책입니다.
진나라가 천하를 병탄하여 왕이 되겠다는 것은 옛날과 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상대가 자기를 섬기기를 마치 아들이 아버지 섬기듯 해도 결국 망하게 할 것이요, 또 행동이 비록 백이伯夷같이 의롭다 해도 멸망시킬 것이요, 행동이 걸桀‧주紂같다 해도 멸망시킬 것이요,
아무리 잘 섬긴다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으며 따라서 섬겼다고 존속할 수 없을 뿐더러 도리어 이로 인해 국가의 멸망을 재촉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산동 여러 나라가 종친從親하여 서로 견고하기가 한 나라처럼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모두가 망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