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聞明主莅正, 有功者不得不賞, 有能者不得不官; 勞大者其祿厚, 功多者其爵尊, 能治衆者其官大.
使以臣之言爲可, 則行而益利其道; 若將弗行, 則久留臣無爲也.
今臣之胸不足以當
, 要不足以待
, 豈敢以疑事嘗試於王乎?
雖以臣爲賤而輕辱臣, 獨不重任臣者後無反覆於王前耶!
臣聞善厚家者, 取之於國; 善厚國者, 取之於諸侯.
利則行之, 害則舍之, 疑則少嘗之, 雖堯‧舜‧禹‧湯復生, 弗能改已!
非若是也, 則臣之志, 願少賜游觀之間, 望見足下而入之.”
범자范子가 왕계王稽의 도움으로 진秦나라에 들어오다
범자范子(范雎)가 왕계王稽의 도움으로 진秦나라에 들어와서 소왕昭王에게 글을 올렸다.
“제가 듣기에 현명한 임금은 바른 자리에 임하여 공로가 있는 자에게는 상을 내리지 않을 수 없고, 재능 있는 자에게는 벼슬을 내리지 않을 수 없으며, 노고가 큰 자는 봉록이 후하며, 공적이 많을수록 작위가 높고 , 백성을 잘 다스리는 자는 관직을 높여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능력이 없이 그 직을 담당하는 자가 없고, 또 능력이 있는 자가 은폐되는 법도 없다고 합니다.
제가 올리는 이 말씀이 옳다고 여기신다면 실행해서 더욱 그 도리를 넓히시고, 만약 실행 불가능하다고 여기시면 저를 이대로 쓰지 않고 내버려두어도 좋습니다.
속담에 ‘용렬한 임금은 공적에 관계없이 좋아하면 상을 주고 미워하면 벌을 준다.
그러나 현명한 군주란 그렇지 않아서 상은 반드시 공 있는 자에게 주고, 형벌은 반드시 죄 있는 자에게 내린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저의 가슴은 심질椹質의 형刑을 감당하기에 부족하고 허리는 부월斧鉞의 형刑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데 어찌 의심된 일을 대왕에게 시험삼아 말씀드리겠습니까?
비록 신臣을 천賤하게 여겨 경멸하시더라도 저를 추천한 자가 왕 앞에서 반복反覆함이 없는 것은 중重하게 여기지 않으십니까?
또 제가 듣건대 주周나라에는 지액砥厄, 송宋나라에는 결록結綠, 양梁나라에는 현려懸黎, 초楚나라에는 화박和璞이라는 이름난 옥玉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네 가지 보물은 처음에는 옥공玉工들이 전혀 옥인 줄 모르던 것이 뒤에 천하 명기名器가 된 것들입니다.
성명聖明한 임금이 버린 자들은 모두 국가를 이롭게 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제가 듣기로 집을 부유하게 하는 자는 그 나라 안에서 그 방법을 찾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자는 제후들 사이에서 그 방법을 찾는다고 합니다.
천하에 명석한 군주가 있으면 제후들은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바로 그 영광을 서로 분할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의良醫는 병자의 생사를 미리 알고, 성주聖主는 일의 성패를 미리 헤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로우면 실행하고, 해로우면 버려 두며, 의심나거든 조금 시험해 보시면 되니, 이는 비록 요堯‧순舜‧우禹‧탕湯 같은 성인이 다시 나오더라도 바꾸지 못할 말입니다.
그 밖의 것은 이 글에 다 쓸 수가 없으며, 천한 내용은 들을 만한 게 못 됩니다.
생각하건대 제가 어리석어 대왕의 마음에 들지 않은가요?
또 이미 저를 추천한 자가 비천하여 들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십니까?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저의 뜻을, 원컨대 대왕께서 잠시 구경이나 할 대상으로 여겨 주셔서 저로 하여금 대왕을 만나볼 수 있게 들여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글이 올라가자 진왕은 기뻐하며 왕계王稽에게 사례謝禮하고는 사람을 시켜 마차를 가지고 범저范雎를 모셔 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