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寡人之得求反, 王墳墓, 復群臣, 歸社稷也, 以東地五百里許齊.
王身出玉聲, 許强萬乘之齊而不與, 則不信, 後不可以約結諸侯.
王身出玉聲, 許萬乘之强齊也而不與, 負不義於天下. 楚亦不能獨守.
雖然楚不能獨守也, 臣請索救於秦.’ 寡人誰用於三子之計?”
乃遣子良北獻地於齊. 遣子良之明日, 立昭常爲大司馬, 使守東地.
“夫隘楚太子弗出, 不仁; 又欲奪之東地五百里, 不義.
초楚나라 양왕襄王(頃襄王)이 태자太子였을 때 제齊나라에 인질로 가 있었다.
회왕懷王이 죽자 태자는 제왕齊王(閔王)에게 이별을 고하고 귀국하려는데 제왕齊王이 막았다.
“나에게 초楚나라의 동쪽 땅 5백 리를 주면 그대를 돌려보내 주려니와 그대가 나에게 이를 주지 않으면 돌려보낼 수 없다.”
“저의 사부師傅가 계시니 물러가 사부에게 여쭈어보겠습니다.”
땅을 아낀 나머지 돌아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면 의義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땅을 떼어 주는 것이 낫다고 여깁니다.”
이에 제왕은 태자를 초나라로 귀국시켜 주었다.
그러자 제나라는 수레 50승의 사신을 보내어 약속한 동쪽 땅 5백 리를 달라고 요구하였다.
“제나라가 사신을 보내어 약속한 동쪽 땅을 달라고 하니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왕께서 내일 군신들을 조회朝會할 때 모두 계책을 올리라고 하십시오.”
상주국上柱國 자량子良이 입현入見하니, 왕이 물었다.
“과인이 살아 돌아와 선왕先王을 장사하고 군신群臣을 다시 보고 사직社稷을 지키게 된 것은, 동쪽 5백 리 땅을 제나라에게 주기로 허락한 때문이오.
지금 제나라가 사신을 보내어 땅을 달라고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왕께서 스스로 옥음玉音을 내시어 강한 만승지국萬乘之國인 제齊나라에게 허락해 놓고, 주지 않으면 신의信義가 없어 후에 제후들과 맹약을 맺을 수 없게 됩니다.
청컨대 주었다가 다시 공격해 되찾으면 될 것입니다.
주는 것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요, 공략해 되찾는 것은 무용武勇입니다.
“제나라가 사신을 보내어 우리의 동쪽 땅 5백 리를 달라고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만승萬乘의 국가란 땅이 크기 때문에 만승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동쪽 땅 5백 리를 떼어 주면 이는 우리나라의 반半을 주는 게 됩니다.
만승지국이란 이름만 있을 뿐 천승지국만큼의 실력도 없게 되니, 불가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주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소상이 나가자 이번에는 경리景鯉가 입현入見하였다.
“제나라가 사신을 보내 동쪽 땅 5백 리를 요구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비록 그렇기는 하나 우리 초나라 단독으로 지켜낼 수도 없습니다.
왕께서 직접 옥음玉音을 내시어 만승의 강국인 제나라에게 허락해 놓고 주지 않게 되면, 이는 천하에 불의不義를 지게 되며 초나라 역시 단독으로 지켜낼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서쪽 진秦나라에 가서 구원을 모색하겠습니다.”
준 다음 다시 공격하여 되찾자’라 하고 소상은 ‘주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지켜내겠다’라 하고 경리는 ‘줄 수 없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우리 단독으로 지켜 낼 수 없으니 자신이 진秦나라의 도움을 찾아보겠다’고 하니 과인은 이 세 사람의 계책 중에 누구의 말을 들어야 옳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리면 왕께서도 참으로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먼저 대왕께서는 상주국上柱國 자량子良에게 수레 50승을 주어 출발시켜 땅 5백 리를 북쪽으로 제나라에 바치러 보내십시오.
그리고 자량이 출발한 이튿날 소상昭常을 대사마大司馬로 삼아 가서 동쪽 땅 5백 리를 지키도록 보내십시오.
그리고 다시 그 소상이 떠난 다음날 경리景鯉에게 수레 50승을 주어 서쪽으로 진나라의 구원을 청하러 보내십시오.”
왕은 이에 자량에게 땅을 떼어 제齊나라에 바치러 떠나게 하고는, 자량을 보낸 다음날 소상을 대사마로 삼아 동쪽 땅을 지키러 떠나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경리를 진나라에 구원의 사절로 보냈다.
자량이 제나라에 다다르자 제나라는 사람을 시켜 군대를 거느리고 동쪽 땅을 받게 하였다.
“내가 이 동쪽 땅을 관할하고 있는데 나는 이 땅과 생사生死를 함께 하겠다.
오척五尺되는 동자童子로부터 60에 이르는 노인까지 모두 30여만 명의 낡고 헌 무기를 지닌 둔병鈍兵이지만 응전하겠다.”
“대부大夫께서 와서 땅을 바쳤는데 지금 소상이 이를 지키니 이 무슨 일이오?”
“신은 직접 저의 나라 왕의 명을 받았습니다.
이는 소상이 왕명을 사칭詐稱한 것이니 왕께서는 공격하십시오.”
제왕齊王은 크게 군대를 일으켜 동쪽 땅을 공격해서 소상을 쳤다.
아직 국경까지 채 이르기도 전에 진秦나라의 50만 대군이 제나라의 오른쪽 국경에 다다르고 있었다.
“무릇 초나라 태자를 가로막아 내보내지 않은 것은 불인不仁이요, 또 초나라의 동쪽 땅 5백 리를 빼앗고자 한 것은 불의不義이다.
군대를 거두어 철군하면 그냥 두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컨대 싸움을 기다리겠다.”
제왕齊王은 겁이 나서 자량을 남쪽 초楚나라로 보내어 잘 말해 주기를 청하였고, 서쪽으로 진나라에게 사신을 보내었다.
이렇게 하여 초나라는 제나라에 대한 근심을 해결하게 되었고, 사졸 하나 쓰지 않고 동쪽 땅을 다시 보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