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有人於此, 舍其文軒, 鄰有弊輿而欲竊之; 舍其錦繡, 鄰有短褐而欲竊之; 舍其粱肉, 鄰有糟糠而欲竊之.
“荊之地方五千里, 宋方五百里, 此猶文軒之與弊輿也;
荊有雲夢, 犀ㆍ兕ㆍ麋鹿盈之, 江‧漢魚ㆍ鼈ㆍ黿ㆍ鼉爲天下饒,
荊有長松‧文梓‧楩‧枏(楠)‧豫樟, 宋無長木, 此猶錦繡之與短褐也.
477. 공수반公輸般이 초楚나라를 위하여 기계를 설치하다
공수반公輸般이 초楚나라를 위하여 군사용 기계를 만들어 장차 송宋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묵자墨子가 이를 듣고 1백리 씩 가서 자며 다리까지 부르튼 채 가서 공수반을 만나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빌려 사람 하나를 죽이고자 하오.”
“나같이 의로운 자는 진실로 하나의 생명도 죽일 수 없습니다.”
“들으니 공께서 운제雲梯를 만들어 장차 송나라를 치고자 한다는데, 송나라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소?
의롭기 때문에 하나의 생명도 죽이지 못한다면서 도리어 나라를 치겠다니, 이는 적은 수를 죽이지 않고 많은 무리를 죽인다는 말이오.
감히 묻건대 도대체 송나라를 공격하는 의義가 뭐요?”
공수반은 그 말에 감복하여 묵자로 하여금 직접 초왕楚王을 만나게 해 주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하나 있는데 자기에게 훌륭한 마차가 있는 데도 이웃집 낡은 수레를 훔치려 하고, 자기의 비단옷은 버려 두고 이웃집 단갈短褐을 훔치려 하고, 자기의 고량진미는 그대로 둔 채 이웃집 조강糟糠을 훔치려 합니다.
이런 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당신 초나라는 땅이 방方 5천 리지만 송나라는 겨우 5백 리밖에 되지 않으니, 이는 꼭 좋은 마차와 낡은 수레의 차이와 같습니다.
또 초나라는 운몽雲夢 근처에 서시犀兕‧미록麋鹿이 가득하고, 강수江水‧한수漢水에는 물고기며, 별鼈‧원黿‧타鼉 등이 있어 천하에 풍요한 땅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송나라는 치雉‧토兎‧부어鮒魚 등도 제대로 나는 곳이 없으니, 이는 곧 양육粱肉과 조강糟糠의 차이와 같습니다.
또 초나라에서는 장송長松‧문재文梓‧편楩‧남枏‧예장豫樟 같은 좋은 목재가 나지만 송나라에는 쓸 만한 장목長木하나 없으니, 이는 곧 금수錦繡와 단갈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왕의 신하가 송나라를 치는 것은 앞에 말한 도벽이 있는 사람의 일과 같은 유類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