竊聞王義甚高甚順, 鄙人不敏, 竊釋鉏耨而干大王.
臣竊負其志, 乃至燕廷, 觀王之羣臣下吏, 大王天下之明主也.”
夫齊‧趙者, 王之仇讎也; 楚‧魏者, 王之援國也.
“夫無謀人之心, 而令人疑之, 殆; 有謀人之心, 而令人知之, 拙; 謀未發而聞於外, 則危.
身自削甲扎, 曰有大數矣, 妻自組甲絣, 曰有大數矣, 有之乎?”
南附楚則楚重, 西附秦則秦重, 中附韓‧魏則韓‧魏重.
南攻楚五年, 稸積散. 西困秦三年, 民憔悴, 士罷弊.
“吾聞齊有
, 可以爲固; 有長城‧鉅防, 足以爲塞. 誠有之乎?”
“天時不與, 雖有淸濟‧濁河, 可足以爲固? 民力窮弊, 雖有長城‧鉅防, 何足以爲塞?
王誠能毋愛寵子‧母弟以爲質, 寶珠玉帛以事其左右,
소진蘇秦이 죽자 그의 아우 소대蘇代가 그의 뒤를 잇고자 하여 북쪽으로 가서 연왕燕王 쾌噲를 만났다.
대왕의 의義가 심히 높고 심히 순리에 맞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제가 불민不敏하나 농사짓던 호미를 집어던지고 찾아와 뵙기를 청한 것입니다.
조나라 한단邯鄲에 이르러 보니 한단에서 들은 바가 동주에서 들은 것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뜻을 품고 이에 이 연나라의 궁정까지 오게 되었는데 대왕의 군신과 아래 관리들까지 살펴보고 대왕께서 천하의 명주明主이심을 알았습니다.”
“그대가 말한 이른바 천하의 명주明主란 어떠한 자를 말하오?”
“저는 들으니 명주는 자기의 과실을 듣기에 힘쓰지 자기를 칭찬하는 말은 듣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무릇 제齊나라와 조趙나라는 대왕의 원수이고, 초楚나라와 위魏나라는 바로 대왕의 후원자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께서는 원수 나라를 받들어 모시면서 후원하는 나라를 치고 있으니, 이는 바로 연나라에게 아무 이익도 되지 못합니다.
왕께서 스스로 이렇게 하고 있으니 이는 계책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간諫하지 않으니, 이는 충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제나라와 조나라에 대해 감히 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오.”
“무릇 남을 어떻게 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남에게 의심부터 받는 일은 위태로우며, 남을 어떻게 도모해 볼 마음이 있으면서 남이 이를 알게 하면 이는 졸렬한 것이며, 그 모책이 실행에 옮겨지기도 전에 밖으로 소문이 퍼지면 이는 위험한 것입니다.
지금 제가 들으니 왕께서는 평시에도 안정을 얻지 못하고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면서 오로지 제나라에 보복할 생각만 가지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갑옷을 입어 보고는 ‘좋은 수가 있을 것이다.’ 하고, 또 부인께서도 그 갑옷의 띠를 만들면서 ‘좋은 수가 있을 것이다.’ 라고 하신다는 데 정말입니까?”
“그대도 이미 소문을 듣고 있으니, 무엇을 숨기겠는가.
나는 제나라에 대해 깊은 원한이 쌓여 있고, 이를 갚기 위해 벼른 지 2년이 되었소.
제나라는 나의 원수나라이기 때문에 과인이 치려는 거요.
그러나 나라가 지금 피폐한 때를 당하고 있어 역부족이오.
그대가 이 우리 연나라가 제나라에게 복수할 수 있게만 해 준다면 과인은 이 나라를 다 들어 그대에게 맡기겠소.”
“무릇 천하에 전국칠웅戰國七雄이 있는데 그 중에 연나라가 가장 약하지요.
그러니 홀로 싸워서는 불가능하지만 어느 나라와 연합하기만 하면 중해지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남쪽으로 초나라에 붙으면 초나라가 강해지며 서쪽으로 진秦나라에 붙으면 진나라가 강해지고 중앙으로 한韓나라와 위나라와 연합하면 한나라‧위나라가 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붙은 나라가 강해지면 이는 반드시 왕을 중하게 할 것입니다.
지금 제왕齊王은 가장 힘이 있는 군주로 스스로 강함을 믿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초나라를 5년 동안 공격하느라 재물을 모두 흩어버렸고, 서쪽으로는 3년 동안이나 진나라를 곤궁에 몰아, 백성이 초췌하고 사졸은 피폐해지고 말았습니다.
또 그들은 북쪽으로 연나라와 싸워 삼군三軍을 엎어버리고, 두 장수를 잡아갔습니다.
그러고도 그 남은 병력으로 남쪽으로 5천 승의 강한 송宋나라를 공격하고 12제후를 겸병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그 제나라 임금은 자신의 욕심을 채웠지만 그 백성의 힘은 고갈되고 말았으니 어찌 얻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제가 들으니 전쟁이 잦으면 백성이 수고롭게 되고 전쟁이 길어지면 병사가 피폐해진다고 합니다.”
“내가 들으니 제나라에는 맑은 제수濟水와 탁한 황하黃河가 있어 이를 견고한 자연 방비로 삼을 수 있고, 장성長城과 거방鉅防이 있어 족히 요새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소?”
“천시天時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비록 맑은 제수와 탁한 황하가 있다고 한들 어찌 견고한 방위防衛가 되겠으며, 민력民力이 다하고 피폐해진다면 장성과 거방이 어찌 요새가 될 수 있겠습니까?
또 제나라는 전에 평시에는 제수濟水의 서쪽 지역 사람들은 부역을 시키지 않았으니, 이는 조나라를 방비하기 위해 미리 쉬게 하였던 것입니다.
또 하수河水의 북쪽 장정도 징집하지 않았으니, 이는 바로 연나라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수 서쪽이나 하수 북쪽이건 모두 징집하여 그 지역 안은 피폐해졌습니다.
대저 교만한 임금은 반드시 좋은 계책을 낼 수 없으며, 나라를 망칠 신하는 재물만 탐내는 법입니다.
왕께서는 공자公子나 동생을 사랑만 하지 마시고 이들을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시고, 또 보주寶珠‧옥백玉帛을 써서 그 좌우 신하들에게 바치는 데에 인색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제나라는 연나라를 고맙게 여기면서 송나라쯤은 쉽게 멸망시키리라 여겨 제나라가 스스로 망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마침내 그대는 하늘의 명命을 받은 줄 알았소.”
“안에 있는 도적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외적外敵이 이르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스스로 외교에 힘쓰시고, 저는 제나라에 가서 그 내부를 움직여 왕께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