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故
爲君, 而許異終身相焉. 而韓氏之尊許異也, 猶其尊哀(懿)侯也.
雖終身相之焉.’ 然而吾‘弗爲’云者, 豈不爲過謀哉!
今日‘天子不可得而爲也, 雖爲桓公.’ 吾‘弗爲’云者, 豈不爲過謀而不知尊哉!
韓氏之士數十萬, 皆戴哀侯以爲君, 而許異獨取相焉者, 無他;
諸侯之君, 無不任事於周室也, 而桓公獨取霸者, 亦無他也.
夫先與强國之利, 强國能王, 則我必爲之霸; 强國不能王, 則可以辟其兵, 使之無伐我.
然則强國事成, 則我立帝而霸; 强國之事不成, 猶之厚德我也.
“동맹東孟의 회맹 때 섭정聶政과 양견陽堅이 백주白晝에 칼을 들고 달려들어 상국과 임금을 찔렀습니다.
이때 허이許異가 애후哀侯를 발로 밟아 죽이고 정군鄭君(한韓 의후懿侯)을 세웠습니다.
한韓나라 백성들 누구 하나 그의 명령을 듣지 않는 자가 없었으니 이는 허이許異가 먼저 임금을 세우는 일부터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후懿侯가 임금이 되었고, 허이는 종신토록 상국이 되었으며 한나라가 의후를 받드는 것 만큼이나 허이를 받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한나라 임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종신토록 그를 재상으로 삼고 있어도’ 라고 한다면 내가 보기에도 그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은 잘못된 모책이라 여깁니다.
옛날 환공桓公은 제후를 아홉 번이나 불러모아 회맹을 하면서도 한 번도 주周 양왕襄王의 명령을 듣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비록 주 양왕을 높였지만 환공 역시 패자가 되었습니다.
제후를 아홉 번이나 모을 수 있는 제 환공이었지만 오히려 양왕을 높일 줄 알았던 것입니다.
오늘날 ‘천자天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제 환공이 되거라.’라고 한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 말하는 것은 모책이 잘못되었을 뿐더러 존중해야 될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의 수십만 선비가 모두 의후를 임금으로 받들고 있으나, 허이 홀로 상국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모든 제후들이 주실周室에 매이지 않은 이가 없건만 환공 홀로 패자가 된 것도 역시 다른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 강국强國 중에 어느 나라가 제왕帝王이 될 징조가 있는지를 살펴, 남보다 먼저 그를 돕는 쪽으로 국력을 모아야 합니다.
이를 어찌 훌륭한 모책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먼저 강국을 도와주어 그 나라가 왕자가 되면 나는 패자가 되는 것이요, 강국이 왕자가 되지 못하면 나는 그들의 병화兵禍로부터 피할 수 있으며, 나를 감히 벌하지는 못하게 해 두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강국이 성공하면 나는 왕을 세워 주고 패자가 되는 것이요, 강국의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나를 덕스럽게 여기는 게 됩니다.
지금 〈한나라가〉 강한 〈진秦〉나라를 도와주면 그 강한 나라의 성공에는 내가 복 받을 일이 있고, 그가 성공하지 못하면 내 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먼저 강한 나라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바로 성인의 계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