於是燕王大信子之. 子之因遺蘇代百金, 聽其所使.
子之南面行王事, 而噲老不聽政, 顧爲臣, 國事皆決子之.
“寡人聞太子之義, 將廢私而立公, 飭君臣之義, 正父子之位.
不克; 將軍市被及百姓乃反攻太子平. 將軍市被死已殉,
國構難數月, 死者數萬衆, 燕人恫怨, 百姓離意.
연왕燕王 쾌噲가 즉위하고 나서 소진蘇秦이 제齊나라에서 죽었다.
소진이 일찍이 연나라에서 활동할 때, 연나라 상국相國 자지子之와는 자녀를 혼인시켜 인척을 맺어 두었었고, 동생 소대蘇代 역시 상국 자지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소진이 죽자 제齊 선왕宣王은 다시 소대를 등용하였다.
연왕 쾌가 즉위한 지 3년, 초楚나라가 삼진三晉과 더불어 진秦나라를 공격하였지만 승리 없이 돌아오고 말았다.
당시 자지는 연나라 재상으로서 권력이 지극하여 일체의 국정을 독단하고 있었다.
소대가 제나라를 위해 연나라에 사신으로 왔다.
“그는 패업霸業을 성공할 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소대는 이런 말로 연왕을 격동시킨 것은 자지를 더욱 신임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연왕은 자지를 더욱 믿게 되었고, 자지는 자지대로 소대에게 1백 일鎰의 금을 선사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되었다.
“나라를 자지子之에게 넘겨 주시느니만 못합니다.
사람들이 요堯를 칭송하고 있는 것은 그가 천하를 허유許由에게 양도하였기 때문입니다.
허유가 틀림없이 받지 않을 것이므로 이는 양도한 명성만 있고 실제로는 천하를 잃지 않았습니다.
지금 만약 왕께서 나라를 상국相國인 자지에게 넘겨 준다면 자지는 틀림없이 감히 받지 못할 것입니다.
대왕은 곧 요임금 같은 행동을 하신 것이 됩니다.”
이 계략에 속은 연왕은 나라를 다 들어 자지에게 맡겨 자지의 권세가 막중하게 되었다.
“우禹임금이 익益에게 천하를 맡기고 자신의 아들 계啓는 오히려 신하로 삼았다가, 늙게 되자 계에게는 천하를 넘겨 줄 수 없다고 여겨 익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계와 그를 지지하던 도당들은 익을 공격하여 천하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이는 우가 명의상 천하를 익에게 넘겨 준 것일 뿐, 실제로는 계로 하여금 천하를 탈취하게 한 것입니다.
지금 왕께서는 말로 천하를 자지에게 넘겨 주었지만 관리들은 태자의 신하가 아닌 자가 없습니다.
이는 명의상 자지에게 위탁하는 것뿐이고, 실제로는 오히려 태자에게 국정을 장악하게 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연왕은 관리의 직인을 다 거둬들여 그중에 3백 석 이상의 봉록을 받는 자의 것은 자지에게 넘겨 주었다.
자지는 이로부터 실제로 남면南面하여 왕 노릇을 시작하였고, 늙은 쾌噲는 정사에 관여하지 않고 오히려 신하가 되어 일체의 국사는 자지가 결정하였다.
자지가 국정을 장악한 지 3년째 되던 해, 연나라에서는 대란이 일어나 백성들이 비통과 원한에 빠졌다.
장군 시피市被와 태자太子 평平이 모의하여 자지를 치려 하였다.
한편 〈제나라 상국〉 저자儲子가 제 선왕에게 말하였다.
“이 기회에 자지의 지위를 엎어 버리면 틀림없이 연나라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이에 제 선왕은 사람을 파견하여 태자 평平에게 일렀다.
“과인은 당신 태자께서 의로운 분으로서 사사로움을 폐하고 공을 받들며 군신의 명의를 바로 세우고 부자의 위치를 정확히 한다고 들었소.
그러나 과인은 나라는 작고 힘이 없어 앞뒤에서 도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원한다면 오직 태자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태자는 이에 무리를 모으고, 장군 시피市被는 궁전을 포위하여 자지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기지 못하자 장군 시피市被와 백성들은 도리어 태자 평을 공격하여 시피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나라가 싸움에 얽혀 수개월을 끌자 수만 명이 죽고 연나라 백성들은 원망 끝에 태자에게 배반할 생각까지 품게 되었다.
“지금 연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마치 주周 문왕文王‧무왕武王 때에 주紂 같은 폭군을 칠 기회를 만난 것과 같습니다.
제 선왕은 그 말을 인하여 결국 장자章子에게 오도五都의 군대를 주어 북쪽의 연나라 가까운 민중들과 함께 연나라를 공격하였다.
마침 연나라 자지子之의 군사들은 싸우지 않고 성문도 잠그지 않아 연왕 쾌가 죽었다.
제나라는 대승을 거두었으며, 자지도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2년이 지난 후 연나라 백성들은 태자 평을 왕으로 맞이하니 이가 곧 연燕 소왕昭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