晉
之孫豫讓, 始事范‧中行氏而不說, 去而就知伯, 知伯寵之.
且知伯已死, 無後, 而其臣至爲報讎, 此天下之賢人也.”
豫讓又漆身爲厲, 滅鬚去眉, 自刑以變其容, 爲乞人而往乞, 其妻不識, 曰:
“是爲先知報後知, 爲故君賊新君, 大亂君臣之義者, 無此矣.
知伯滅范‧中行氏, 而子不爲報讎, 反委質事知伯.
진晉나라 필양畢陽의 후손 예양豫讓이 처음에는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겼으나 마음에 맞지 않아 떠나서 지백知伯을 섬겼는데, 지백이 그를 총애하였다.
삼진三晉(한韓‧위魏‧조趙)이 지씨智氏 땅을 삼분三分함에 이르러 조趙 양자襄子가 지백을 가장 미워하여 그의 머리를 술잔으로 만들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즐겁게 해 주는 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한다.
이에 성명을 바꾸고 죄수가 되어 조趙나라의 궁중으로 들어가 변소 바르는 일을 하며 양자襄子를 찔러 죽이고자 하였다.
양자襄子가 변소에 가다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붙잡아서 변소 바르는 자가 누구인가 물었더니 예양이었다.
“그는 의사義士이니, 내가 조심해 피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지백은 이미 죽고 그 후손도 없어, 그 신하가 주인을 위하여 원수를 갚고자 하니 이는 천하의 현인이다.”
예양은 다시 몸에 옻칠을 하여 창병瘡病이 나게 하고 수염을 뽑고 눈썹까지 없앴으며, 스스로 체형體刑을 가해 용모를 고치고 거지가 되어 다니며 구걸하니, 그 아내조차 몰라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모습은 전혀 남편 같지 않은데 그 목소리는 어찌 그리 남편과 심히 닮았습니까?”
예양은 다시 불붙은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어 목소리까지 바꾸어 버렸다.
“그대의 방법은 심히 어렵기만 할 뿐 공효功效는 전혀 없겠네.
그대가 그런 뜻을 두는 것은 당연하나, 그 지혜로 말한다면 아니네.
자네의 재주로 조 양자를 잘 섬긴다면 양자는 틀림없이 그대를 가까이하여 사랑할 걸세.
그대는 가까이 신임을 얻고 나서 하고 싶은 바를 행한다면, 이는 쉽기도 하려니와 틀림없이 성공할 걸세.”
“이는 먼저의 지기知己를 위해 나중의 지기知己에게 보복하는 것이며, 옛 임금을 위해 새로 모시는 임금을 죽이는 것이어서 군신君臣사이의 의리義理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이보다 더 한 것이 없네.
내가 이렇게 하려는 것은 바로 군신君臣 사이의 의리義理를 밝히려 함이지 쉬운 방법을 따르고자 함이 아닐세.
또 몸을 맡겨 남을 모시면서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이미 두 마음으로 임금을 섬기는 것일세.
내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려는 것 역시 장차 천하 후세 남의 신하로서 두 마음을 품은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해서이네.”
얼마 후, 양자襄子가 외출하자 예양豫讓은 양자가 지나갈 다리 밑에 숨어 있었다.
“그대는 일찍이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던가?
지백이 그 범씨와 중항씨를 멸하였을 때, 그대는 그들을 위하여 복수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도리어 몸을 맡겨 지백을 섬겼다.
그런데 지백이 이미 죽었는데 그대는 유독 복수심이 〈나에게만〉 이렇게 깊은가?”
“내가 범씨와 중항씨를 섬길 때, 범씨와 중항씨는 나를 보통 사람으로 대우해 주었소.
그래서 나도 보통 사람 대하듯 그들에게 보답했소.
그러나 지백은 나를 국사國士로 대우해 주었소.
그래서 나도 국사로써 그의 원수를 갚아 주려는 것이오.”
나도 그대를 한 번 놓아주었으니 역시 족할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스스로 계책을 잘 헤아려 보시오.
“제가 듣건대 훌륭한 군주는 남의 의로움을 덮어버리지 아니하고, 충신은 이름을 이루기 위해서 죽음도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군께서 전에 나를 관대하게 놓아줌으로 인하여 천하에 군을 어질다고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소.
그러나 원컨대 군의 옷이라도 찔러 보았으면 비록 죽더라도 한이 없겠소.
그래서 꼭 바라는 바라기보다 그저 감히 마음 속을 펴 보인 것일 뿐이오.”
이에 양자는 그를 의롭게 여겨 사자를 시켜 옷을 예양에게 건네주도록 하였다.
예양은 칼을 뽑아 세 번을 뛰며 하늘을 부르며 칼질하면서 외쳤다.
그리고는 드디어 칼을 가슴에 대고 엎어져 죽었다.
그가 죽던 날 조나라 선비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