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惟陛下가 睿哲文思하사 光被四表하시고 孝友勤儉하사 行高百王하시나
然猶化未大同하고 俗未至理者는 良以智出庶物하실새 有輕待人臣之心하시고
思周萬機하실새 有獨馭區宇之意하시고 謀呑衆略하사되 有過愼之防하시고
明照群情하사되 有先事之察하시며 嚴束百辟하사 有任刑致理之規하시고 威制四方하사 有以力勝殘之志하시니
由是로 才能者가 怨於不任하고 忠藎者가 憂於見疑하며 著勳業者가 懼於不容하고 懷反側者가 迫於及討하여
馴致離叛하여 構成禍災하여 兵連于外하고 變起于內하여 歲律未半에 乘輿再遷하사 國家艱屯이 古未嘗有니
以陛下至聖之德으로 而遘玆殷憂之期하시니 天其或者欲大啓睿心하여 儆小失而崇丕業耳라
5-6-5 삼가 생각건대 폐하께서는 명철하시고
가 뛰어나 그 공덕이 사방을 뒤덮으시고
효우孝友하고
근검勤儉하여 역대 왕들 가운데 모범이 되십니다.
그러나 교화가
의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였고 풍속이 지극히 다스려짐에 아직 미치지 못함은 진실로 지혜가 만물 가운데 빼어나시지만 신하를 가볍게 대하는 마음이 있으시고,
생각은 만기萬機에 두루 미치시지만 홀로 온 천하를 부리려고 하시며, 계책은 중인衆人이 꾀를 압도할 만하지만 방비함에 지나치게 신중하시고,
밝음은 여러 실정實情을 비춰서 들여다보지만 일이 벌어지기도 전부터 살피시며, 백관을 엄히 단속하느라 형벌에 맡겨 다스림을 이루려는 법도를 두셨으며, 사방을 위엄으로 제압하여 무력으로 잔악한 이를 이기려는 뜻을 두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재능이 있는 자는 임무를 맡기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충심을 바치는 자는 의심받는 것을 걱정하며, 공훈을 세운 자는 용납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고, 불순한 마음을 가진 자는 토벌討伐을 받는 데 내몰린 것입니다.
이리하여 점차 이반하여 재앙을 이루어서 바깥에서 전쟁이 잇따르고 안에서 변란이 일어나 한해가 채 절반도 지나기 전에 어가가 두 번이나 옮기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어려움이 예로부터 이러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극히 성스러운 덕을 타고나신 폐하께서 이처럼 몹시 근심스러운 때를 당하셨으니, 어쩌면 하늘이 폐하의 마음을 크게 열어 작은 실수로 일깨워서 큰 업적을 이루게 하고자 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