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이 質性凡鈍하고 聞見陋狹호되 幸因乏使하여 簪組昇朝하여 荐承過恩하여 文學入侍하니
每自奮勵하여 思酬獎遇하며 感激所至에 亦能忘身이로되
但以越職干議는 典制所禁이요 未信而言은 聖人不尙이라
是以循循默默하여 尸居榮近하여 日日以愧가 自春徂秋하니
心雖懷憂하나 言不敢發은 此臣之罪也요 亦臣之分也라
1-1-2 신은 자질이 노둔하고 견문이 좁지만 요행히 조정에서 부릴 사람이 부족했던 덕에 관복을 입고 조정에 나아가서 거듭 과분한 은혜를 받들어
매번 스스로 분발하여 장려하고 대우해주심에 보답하기를 생각하였으며 감격스런 마음이 솟구쳐 또한 일신의 안위마저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책을 넘어 간여하는 것은 법전에서 금하는 일이고, 믿음을 얻지 못하였는데 발언하는 것은 성인께서 높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그저 따라다니면서 침묵만을 지키고 영광스러운 근신의 자리만 차지한 채 하는 일 없이 날마다 부끄럽게 세월만 보냈습니다.
마음속에 근심을 품고 있었지만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으니, 이는 신의 잘못이자 신의 분수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