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主擧措가 宜圖萬全일새 必先事以防危하고 不臨危而求幸하나니
幸而獲濟라도 貽媿已深이요 不幸罹災면 追悔何及이리오
孔子曰 欲速則不達이라하시니 誠哉라 是言이여 臣今非敢阻陛下欲速之情이라 但頗以不達爲慮耳라
儻迴睿旨하사 少俟開晴하시면 則發期雖延하나 涉路無滯하리니
竊聞群議하고 輒以上陳하노니 縷縷懇誠을 實冀昭納하노이다 謹奏라
6-6-5 인주人主의 거조擧措는 의당 만전萬全을 도모해야 합니다. 반드시 일에 앞서서 위험을 방비해야 하지, 위험이 닥쳐서 요행을 구해서는 안 됩니다.
요행히 난관을 잘 헤쳐나간다고 해도 부끄러움을 끼친 것이 이미 심할 것이고, 불행히도 재앙에 걸리게 되면 뒤늦게 후회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공자孔子는
라고 하였으니, 이 말이 진실됩니다.
신臣은 지금 감히 폐하께서 서두르고자 하는 뜻을 저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달성하지 못할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만약 성지聖旨를 되돌려서 비가 그치고 개기를 조금 기다리신다면 출발의 기일이 늦추어질지라도 가시는 길은 아무 막힘이 없을 것입니다.
빨리 서두르지 않아도 신속하게 되어
기미를 살핀 것이 귀신과 같아 ‘
천감天鑑’이라 일컬을 것입니다.
뭇 신하들의 의론을 듣고 곧바로 위로 진달합니다. 간절한 심정을 굽어살펴서 가납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아룁니다.
【평설評說】 덕종德宗은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총신寵臣 요영언姚令言과 주자朱泚가 반란을 일으키자 장안長安을 버리고 봉천奉天으로 파천하였다. 이듬해 이성李晟의 지휘로 도성을 수복하자 서둘러 궁궐로 돌아가려고 칙지를 내려 출발하는 날짜를 정하였다. 당시 장맛비가 심하여 도로가 막혀 뭇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근심하였으나 감히 의론하여 주달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에 육지는 이 주장奏狀을 올려, 섬서성陝西省 종남산終南山의 골짜기로 교통의 요로이기도 한 포사곡褒斜谷은 험준하고 장애가 많은데다가 장맛비가 쏟아져 봉우리에서 물이 쏟아지며 큰 바위가 무너져 내리면 창졸간에 재앙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였다. 육지는 “인주人主의 거조擧措는 의당 만전萬全을 도모해야 합니다. 반드시 일에 앞서서 위험을 방비해야 하지, 위험이 닥쳐서 요행을 구해서는 안 됩니다. 요행히 난관을 잘 헤쳐나간다고 해도 부끄러움을 끼치는 것이 너무 심하고 불행히도 재앙에 걸리게 되면 뒤늦게 후회에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고, ≪논어論語≫ 〈자로子路〉에서 “급히 하려고 하지 말고, 조그마한 이익을 보려 하지 마라. 급히 하려다 보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조그마한 이익을 돌아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利則大事不成]”라고 했던 말을 인증하였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개기를 조금 기다려서 출발할 것을 권하면서, 그것이 건행乾行에 맞을 것이라 하였다. 건행乾行은 천도天道의 뜻으로 ≪주역周易≫ 천인동화괘天火同人卦 〈단전彖傳〉에 “사람이 함께하되 들에서 하면 형통하리니 대천大川을 건넘이 이로움은 건乾의 행함이다.[동인우야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乾行也]”라고 한 말에 나온다. 정이程頤의 ≪이천역전伊川易傳≫에서 건乾의 운행을 지성무사至誠無邪라고 하였다. 육지는 우기가 끝나기를 기다려 출발하기를 바라는 군중의 뜻을 덕종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여 화동하여서 국정國政을 융성隆盛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