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은 性習懦頑하고 藝識空乏호되 辱當獎任하여 待罪宰司라
事關安危에 不敢容黙이니 雖服戎角力은 諒匪克堪이나 而經武伐謀는 或有所見이라
勢如器焉이라 唯在所置하니 置之險地則覆하고 致之夷地則平하며
材如負焉이라 唯在所授하니 授踰其力則踣하고 授當其力則行하나니
故負重者는 不可以微劣勝이요 器大者는 不可以輕易處니
有巨力而加重負라도 猶懼蹶跌之不虞하며 擇安地而寘大器라도 尙慮傾覆之難備어든 焉有委非所任이며 置非所安이요 而望其不顚不危리오 固亦難矣니이다
10-4-2 신臣은 습성이 나약하고 완둔하며 재주와 식견이 부족한데, 성상께서 알아주시고 신임하심을 받아 재상의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일이 국가의 안위安危에 관계되기에 감히 묵묵히 있을 수가 없으니, 융복을 입고서 힘을 겨루는 일은 진실로 감당할 수 없지만 군비軍備를 경영하고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일에는 혹 소견이 있습니다.
무릇 조치한 일이 편안하느냐 위태하느냐는 형세에 따르고, 맡긴 일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재능에 따릅니다.
형세는 기물器物과 같아서 오직 두는 곳에 달려 있으니, 험한 땅에 두면 엎어지고 평탄한 땅에 놓으면 평안합니다.
재능은 짐을 지는 것과 같아서 오직 그 주는 것에 달려 있으니, 주는 것이 그 사람의 힘을 넘으면 자빠지고, 주는 것이 그 힘에 합당하면 행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거운 짐은 약한 힘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큰 기물은 쉽게 둘 수 없습니다.
힘이 세어서 무거운 짐을 지우더라도 오히려 뜻밖에 넘어질까 두렵고, 편안한 땅을 골라서 큰 기물을 놓더라도 오히려 차마 방비하지 못한 데서 엎어질까 두려운데, 어찌 감당하지 못할 것을 맡기고 편하지 않은 데에 두고서 전복되지 않고 위태롭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정말로 또한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