蠱
注+蠱卦象曰 山下有風이 蠱니 君子以하야 振民育德이라하니라 ○ 論語先進篇에 子路曰 有民人焉하며 有社稷焉하니 何必讀書然後에 爲學이리오하니라는 振民育德
注+按 蠱振民育德은 承就事上學而言이라이나 然有所知後
에 方能如此
注+按 有所知면 已是窮理也요 方能如此는 振民育德也라 程子之意는 蓋以就事上學으로 爲重하야 謂爲學이 不必讀書而已라하니 卽朱子所謂爲學이 不必讀書之意니라니 何必讀書然後爲學
이리오
蓋爲學之道 固不專於讀書어니와 必以讀書로 爲窮理之本이니
子羔旣未及爲學이어늘 而遽使之以仕爲學이면 則非特失知行之序라 而且廢窮理之大端하야 臨事錯繆하리니 安能各當其則哉아
程子之敎는 固以讀書窮理爲先務나 然不就事而學이면 則捨簡策之外하고 凡應事接物之際에 不知所以用力이라
32. 〈명도선생明道先生이 말씀하였다.〉
“모름지기 일에 나아가 배워야 한다.
고괘蠱卦注+고괘蠱卦 〈상전象傳〉에 “산山 아래에 바람이 있음이 고괘蠱卦이니, 군자君子가 이것을 보고서 백성을 진작하며 덕德을 기른다.” 하였다. [補註]진민振民을 진민賑民으로 보아 백성을 구제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 《논어論語》〈先進篇〉에 자로子路가 말하기를 “인민人民이 있으며 사직社稷이 있으니, 하필 책을 읽은 뒤에 학문學問을 하겠는가.” 하였다.
〔補註〕공자孔子의 제자弟子인 고시高柴는 자字가 자고子羔인데, 자질이 아름다우나 배우지 못하였다. 자로子路가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이 되어 그를 비費땅의 읍재邑宰로 삼자, 공자孔子는 “남의 자식을 해친다.”고 말씀하시니, 자로子路가 위의 말로 공자孔子의 책망을 막은 것이다.는 백성을
진작振作하고
덕德을 기르나
注+살펴보건대 ‘고진민육덕蠱振民育德’은 일에 나아가 배움을 이어 말씀한 것이다. 아는 바가 있은 뒤에야 비로소 이와 같을 수가 있으니,
注+살펴보건대 아는 바가 있으면 이미 궁리窮理이고, 비로소 이와 같을 수가 있다는 것은 백성을 진작하고 덕德을 기르는 것이다. 정자程子의 뜻은 일에 나아가 배우는 것을 중시하여 ‘학문學問을 하는 것이 굳이 독서讀書뿐만이 아니다.’ 하였으니, 바로 주자朱子의 이른바 학문學問을 하는 것이 굳이 독서讀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찌 반드시 책을 읽은 뒤에야
학문學問을 하겠는가.”
백성을 진작振作하고 덕德을 기름은 자기 몸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앎이 지극한 뒤에야 행함이 지극한 것이니, 학문學問 아님이 없다.
어찌 다만 책을 읽는 것을 학문學問이라고 이르겠는가.
자로子路가 또한 일찍이 이러한 말이 있었는데 부자夫子께서 배척하심은 어째서인가.
학문學問하는 도道는 진실로 독서讀書에만 오로지하지 않으나 반드시 독서讀書를 궁리窮理의 근본根本으로 삼아야 한다.
자고子羔(高柴)가 이미 미처 학문學問을 하지 못하였는데, 대번에 그로 하여금 벼슬로 학문學問을 하게 하면 다만 지知‧행行의 순서를 잃을 뿐만 아니라 장차 궁리窮理의 큰 단서를 폐해서, 일을 당하여 잘못될 것이니, 어찌 각각 법칙法則에 마땅하게 할 수 있겠는가.
정자程子의 가르침은 진실로 독서讀書와 궁리窮理를 급선무로 여겼으나 일에 나아가 배우지 않으면 간책簡冊을 제외하고 모든 사물을 응접應接하는 즈음에 힘쓸 바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하면 학문學問에 간단間斷함이 많을 것이니, 〈공자孔子와 정자程子〉 두 말씀이 각각 뜻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