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처음에 제齊나라 왕王이 전영田嬰을 설薛에 봉하고 이름을 정곽군靖郭君注+① 전영田嬰은 선왕宣王의 서제庶弟이다. 혹은 여러 전씨田氏의 별자別子라고도 한다.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에 “설현薛縣은 노국魯國에 속한다.”고 하였다. 《사기史記》에 “전영田嬰이 졸卒하자 익호謚號를 정곽군靖郭君이라 하였다.”라고 하고, 그 주석에 “사후死後에 별호別號를 정곽靖郭이라 하였으니 정곽靖郭은 혹시 봉읍封邑일 것이다.”라고 하였다.이라 하였다.
전영이 제齊나라 왕에게 말하기를 “오관五官의 부서簿書를 날마다 듣고 자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注+② 오관五官은 일을 담당하는 다섯 대부大夫이다. 계計는 부서簿書이다. 삭數은 음이 삭朔이다.라고 하니, 왕이 따랐다.
얼마 뒤에 이 일에 싫증을 내어 모두 전영에게 맡겼는데注+③ 염지厭之는 제齊나라 왕王이 정사를 처리하는 데 싫증을 내었다는 말이다., 전영이 이로 말미암아 제齊나라의 권력을 오로지할 수 있었다.
전영은 아들이 40여 명이 있었는데, 그 천첩賤妾의 아들이 전문田文이었다.
전문은 통달하고 뛰어났으며 지략智略이 풍부하였는데, 정곽군을 설득하여 재산을 뿌려서 선비들을 기르게 하였다.注+④ 통通은 통탈함이다. 당儻은 뛰어나고 훌륭함이다. “요지략饒智略”은 지략智略이 넉넉하다는 말이다.
정곽군이 전문으로 하여금 집안에서 빈객賓客을 접대하는 일을 주관하게 하였는데, 빈객이 다투어 그의 훌륭함을 칭송하면서 전문을 후사로 삼으라고 청하였다.
전영이 졸卒하자 전문이 뒤를 이어 설공薛公이 되니 이름을 맹상군孟嘗君注+⑤ 맹孟은 자字이고 상嘗은 읍명邑名이니 설薛의 옆에 있다.이라 하였다.
제후들에게 유세하는 선비와 죄가 있어 도망하는 사람들을 초치招致하니 식객食客이 늘 수천 명이었으므로 그 이름이 천하에 중하게 되었다.
目
[目]사마온공司馬溫公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군자君子가 선비를 기르는 것은 백성을 위해서이다.
지금 전문田文이 임금의 녹祿을 도둑질하여 사당私黨을 세우고 헛된 명예를 과장하여 위로는 임금을 업신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좀먹었으니 이는 간사한 사람의 우두머리이다.注+① 두蠹는 음이 투妬이며,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이니 해로움을 말한다.
《서경書經》 〈주서周書무성武成〉에 이른바 ‘천하의 도망한 자들의 주인이 되어 물고기가 연못에 모이고 짐승이 숲에 모이듯 한다.’라고 한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가고 싶지가 않아 공손술公孫戌에게 말하기를注+② 공손술公孫戌은 맹상군孟嘗君의 문인門人이다. “족하足下가 저로 하여금 가지 않게 해주신다면, 선대부터 내려오는 보검이 있는데 이를 바치겠습니다.”라고 하니, 공손술이 허락하였다.
공손술이 들어가 맹상군을 보고 말하기를 “작은 나라가 모두 그대에게 정승의 도장을 보내는 것은 그대의 의리를 좋아하고 그대의 청렴함을 흠모하기 때문입니다.注+③ 전문田文이 다른 나라의 정승을 겸하였으므로 다투어 도장을 바친 것이다.
지금 처음으로 초楚나라에 왔는데 상상象牀을 받는다면 아직 가지 않은 나라에서는 무엇으로 그대를 대접하겠습니까?”라고 하니, 맹상군이 말하기를 “좋습니다.”라고 하며 드디어 상상象牀을 받지 않았다.
공손술이 종종걸음으로 나가는데, 아직 가운데 규閨에 이르기도 전에注+④ 궁중宮中의 작은 문을 규閨라고 한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난 모양이 규圭와 같기 때문에 규閨라고 하였다. 맹상군이 그를 불러 돌아오게 하고는 묻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발걸음이 높고 의기양양한가?”라고 하니, 공손술이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맹상군이 마침내 문판門版에 쓰기를 “전문의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사람과 전문의 잘못을 그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사사로이 외부에서 보물을 얻은 자라도 빨리 들어와서 간언諫言을 하라.”라고 하였다.
目
[目]사마온공司馬溫公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맹상군孟嘗君은 간언諫言을 잘 채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진실로 그 말이 옳다면 비록 속이는 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오히려 장차 채용해야 하는데注+① 훤諼은 허원許元의 절切이니 또한 속이는 것이다., 하물며 충성을 다하고 사심이 없이 그 윗사람을 섬기려 하는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
《시경詩經》 〈패풍邶風곡풍谷風〉에 ‘순무를 캐고 순무를 캐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니, 맹상군이 그러하였다.”
역주
역주1(各)[客] :
저본에는 ‘各’으로 되어 있으나, 《朱子全書》의 《資治通鑑綱目》과 思政殿訓義 《資治通鑑》에 근거하여 ‘客’으로 바로잡았다.
역주2登徒……것이다 :
思政殿訓義 《資治通鑑》에 “登徒는 성명이니 楚나라 大夫이다. 혹자가 이르길 ‘登徒는 楚나라 관명이고 直은 當과 같으니 象牀을 운송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라 하고, 一說에 ‘登徒는 성이고 直은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思政殿訓義 《資治通鑑綱目》에서는 앞의 혹자의 설을 따랐으며, 中華書局 《資治通鑑》과 上海古籍 《資治通鑑綱目》에서는 일설의 설을 따라 登徒直을 인명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