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음이 다시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
폐하陛下께서는 어찌하여 나라를 망칠 말씀을 하십니까. 누가 간사하고 아첨하는 계책을 주장하여 이처럼
성상聖上의
덕德을 어지럽히는지 모르겠습니다.
폐하陛下께서 즉위하신 지 15년에 아직
계사繼嗣를 세우지 못하셨는데 날마다 수레를 타고 나가시니, 잘못된 행실이 널리 알려져서 도성 안에서보다도 빠르게 천하에 전해졌습니다.
注+② 행行(행실)은 거성去聲이다. 황제皇帝의 행한 바가 도리道理가 아닌 일이 많으므로 과실過失이 유포되어 먼 지방에까지 소문났음을 말한 것이다. 황천皇天이
재이災異를 자주 드러내 보이는 것은 사람(군주)이 변화하고 고치기를 바라서인데 하늘도
폐하陛下를 감동시키지 못하니,
신자臣子들이 어떻게 바라겠습니까. 오직 극진히 말씀드리고 죽음을 기다려서 목숨이 아침저녁에 달려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일 폐하께서 스스로 닦고 고치시지 않는다면
노모老母(
태후太后)께서 편안히 계실 곳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으며, 더욱이
황태후皇太后께서 계실 곳은 어디에 있겠으며,
고조高祖의 천하를 누구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注+③ “불연不然”이란 간하는 말을 따라서 스스로 닦고 고치지 않는 것을 이른다. 노모老母는 황제皇帝의 어머니이니 바로 태후太后이다. 속屬(부탁하다)은 음이 촉燭이다. 황제가 스스로 행실을 닦고 고치지 않으면, 국가가 위태롭고 멸망하여 태후가 거처할 곳을 알지 못하며 고조高祖의 천하를 부탁할 곳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마땅히 어질고 지혜로운 자에게 계책을 묻고 자신의 사욕을 이겨
예禮로 돌아가셔서 하늘의 뜻을 찾아야 할 것이니, 그렇게 하신다면
계사繼嗣도 세울 수 있고 재변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