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
안문雁門 마읍馬邑의
호족豪族인
섭일聶壹이
대행大行 왕회王恢를 통하여
상上에게 말하기를
注+호豪는 재물과 무력으로써 향곡鄕曲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자를 이른다. 섭聶은 성姓이고 일壹은 이름이다. 대행大行은 제후諸侯와 귀의歸義(대의大義에 따라 귀의함)한 오랑캐들을 관장하기 때문에 그를 통한 것이다. 언言은 상上에게 말한 것이다, “이전에 흉노와
화친和親하여 변경의 사람들을 친근히 여겨 믿고 있으니, 이익으로 유인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매복시켰다가 습격한다면 이는 흉노를 반드시 격파할 수 있는 방도입니다.” 하였다.
상上이 공경公卿들을 불러 묻자, 왕회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신이 듣건대,
대국代國이 온전했을 때에 북쪽으로 강성한
호胡라는 적이 있고 안으로는
중원中原과의 전쟁이 연속되었으나 흉노가 함부로
대국代國을 침범하지 못하였습니다.
注+“전대全代”는 대代나라가 분열되기 이전이니, 전국戰國시대 초기에는 대代나라가 본래 독립된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폐하의 위엄으로 해내海內가 하나가 되었는데도 흉노의 침범이 계속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신은 공격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注+“불공不恐”이란 말은 위엄을 보여서 두렵게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이 듣건대
고황제高皇帝(
유방劉邦)께서
평성平城에서 흉노에게 포위되어 7일 동안 먹지 못하셨는데, 포위가 풀려 황제의 자리로 돌아오셔서는 노여워하는 마음이 없으셨다 하니,
성인聖人은 천하를 도량으로 삼고
注+〈“이천하위도자야以天下爲度者也”는〉 천하의 인심을 따라서 그 도량을 크게 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노여움으로 천하의
공의公義를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注+공功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는 공公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화친을 맺어서 지금까지 5대 동안 이익이 되고 있습니다.
신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目
[目] 왕회王恢가 승상丞相 전분田蚡에게 천금千金을 바치자, 전분이 태후太后에게 말하기를 “왕회가 마읍馬邑의 일을 주도했는데 이제 성사成事되지 못했다 하여 왕회를 죽이면, 이는 흉노匈奴를 위해 그 원수를 대신 갚아주는 것입니다.” 하였다.
태후가 이 말을 상上에게 고하니, 상上이 말하기를 “마읍의 일을 주도한 자는 왕회입니다.
그러므로 천하의 병사 수십 만을 징발하여 그의 말을 따라 출동하였습니다.
또한 비록 선우를 잡지 못했더라도 왕회의 부대가 흉노의 치중을 공격하였더라면 그래도 자못 치중부대의 사람들을 얻어서 여러 군사들을 위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注+“유파가득猶頗可得”은 혹 치중부대의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위尉(위로하다)는 위慰와 같다. “사대부士大夫”는 여러 군사를 이른다.
이제 왕회를 죽이지 않으면 천하에 사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왕회가 그 소식을 듣고서 마침내 자살하였다.
이로부터 흉노가 화친을 끊고 변경의 〈
관시關市로〉 가는 길을 공격하였다.
注+“당로새當路塞”은 변경의 〈관시關市로〉 가는 길에 해당하는 곳을 이른다.
그러나 여전히
관시關市의 물건을 탐하고 즐겨서
한漢나라의 재화를 갖고자 하니,
한漢나라도 관시를 끊지 않고서 그들의 뜻에 맞춰 주었다.
注+중中(맞추다)은 거성去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