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목目】 조조曹操가 남피南皮를 공격할 적에 원담袁譚이 나와 싸우니, 조조의 병졸 중에 죽은 자가 많았다. 조조가 싸움을 늦추고자 하니,
의랑 조순議郎 曹純이 말하기를
注+조순曹純은 조인曹仁의 아우이다. “지금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군대[
현사懸師]로 깊이 쳐들어왔으니, 지구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注+현縣(고립되다)은 현懸으로 읽는다. 만약 전진해서 승리하지 못하여 후퇴할 경우 반드시 위엄을 잃게 됩니다.” 하였다. 조조는 이에 직접 북을 쳐서 공격하는 자들을 독려하여 마침내 승리하였다.
원담이 성을 나와 달아나자 추격하여 참수하고, 남피의 관리와 백성들에게 고유告諭하여 각각 예전의 생업을 편안하게 하였으며, 곽도郭圖 등과 그들의 처자妻子를 참수하였다. 왕수王脩가 조조에게 찾아와서 원담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할 것을 청하자, 조조는 이를 허락하고 그를 벽소辟召하여 사공연司空掾으로 삼았다.
目
【목目】 곽가郭嘉가 조조曹操를 설득하여 청주青州, 기주冀州, 유주幽州, 병주幷州의 명사名士들을 많이 징소徵召하여 연속掾屬으로 삼게 하니, 조조가 그의 말을 따랐다.
관도官渡에서의 전투에 원소袁紹가 진림陳琳으로 하여금 격문檄文을 지어서 조조의 죄악罪惡을 열거하게 하였는데, 집안의 세계世系까지 언급하여 지극히 추악하게 비방하였다. 이때 진림이 조조에게 귀순하자,
조조가 말하기를 “
경卿이 옛날
본초本初(
원소袁紹)를 위하여 격문을 돌릴 적에 나의
죄상罪狀만을 적으면 되는데, 어찌하여 위로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언급하였는가?”
注+위爲(위하다)는 거성去聲이다. 진림陳琳의 격문檄文에 대략 이르기를 “조조曹操의 할애비인 조등曹騰이 환관인 좌관左悺, 서황徐璜과 함께 요망한 재앙을 일으키고 탐욕스럽고 방종하여 교화를 손상하고 사람을 해쳤으며, 아비인 조숭曹嵩은 〈후사가 없던 조등이〉 구걸하여 데려다가 길렀고, 뇌물로 받은 재물로 벼슬을 샀고 정사鼎司(삼공三公의 지위)를 도둑질하였다. 조조는 간악한 환관의 남은 혈통으로 사납고 교활하고 세력을 믿고 남을 능멸하며 난亂을 좋아하고 화禍를 즐긴다.” 하였다. 또 조조가 어질고 선량한 사람을 살해하고 조정의 정사를 제멋대로 전제專制하였으며 분릉墳陵을 발굴한 죄를 나열하였다. 하니, 진림이
사죄謝罪하였다. 조조는 그를 풀어주고
원우阮瑀와 함께
기실記室을 관장하게 하였다.
注+한漢나라 공부公府에는 기실령사記室令史가 있어서 글과 표문을 올리고 올린 글에 답하는 일을 주관하였다.
目
【목目】 원희袁熙가 그의 장수인 초촉焦觸과 장남張南에게 공격을 받고서 원상袁尙과 함께 요서遼西의 오환烏桓으로 달아났다. 초촉은 스스로 유주자사幽州刺史라 칭하고,
수령守令들을 위협하여 원씨袁氏를 배반하고 조조曹操에게 귀순할 적에 수만 명의 병력을 진열하여 백마白馬를 잡아 맹세하고 명령하기를 “감히 나의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참형斬刑에 처하겠다.” 하였다. 사람들은 감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하고 각각 차례로 피를 마시고 맹세하였다.
별가别駕인
한형韓珩이 말하기를
注+형珩은 음音이 행行이다. “나는
원공 부자袁公 父子의 두터운 은혜를 받았는데 지금 그들이 격파되어 멸망함에 나의 지혜는 그들을 구원하지 못하였고 나의 용맹은 〈그들을 위해〉 죽지 못하였으니, 의리가 결여된 것이다. 북쪽으로 향하여
조씨曹氏를 섬기는 일은 내가 하지 못하겠다.” 하니,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 얼굴빛이 흙빛이 되었다. 초촉이 말하기를 “대사大事를 거행할 적에는 반드시 대의大義를 세워야 하니, 일의 성공 여부는 한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다. 한행의 뜻을 끝내 이루게 해서 군주를 섬기는 자들을 장려해야 한다.” 하고는 마침내 그를 놓아주었다.
目
【
목目】
고간高幹이 다시
병주幷州를 가지고 배반하여
호관구壺關口를 지키고,
하내河内 사람
장성張晟은 병력 만여 명으로
효산崤山과
면지澠池(면지) 사이를 침략하였다.
注+성晟은 음音이 성盛이다.
이때 하동태수 왕읍河東太守 王邑이 조정의 징소徵召를 받고 떠나가게 되자, 군郡의 아전인 위고衞固와 범선范先 등이 종요鍾繇에게 가서 그를 유임시킬 것을 청하였으나, 종요가 허락하지 않았다.
위고 등이 고간과 내통하여 반란을 모의하자, 조조曹操가 순욱荀彧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관서關西의 여러 장수들이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두 마음을 품으며, 장성이 침략하여 소요를 일으켜 남쪽으로 유표劉表와 내통하니, 위고 등이 이를 이용하면 장차 깊은 폐해가 될 것이다.
지금
하동河東은
천하天下의 교통의 요지이니
注+고간高幹은 병주幷州를 점거하고 마등馬騰과 한수韓遂 등은 관중關中을 점거하였는데, 서로 왕래하여 교통交通할 적에 모두 하동河東을 경유하였으므로 교통의 요지라 한 것이다., 그대가 나를 위해 어질고 재주 있는 사람을 천거하여
진무鎭撫하게 하라.” 순욱이 대답하기를 “
경조京兆 사람
두기杜畿는 용맹이 충분히 난리를 막아낼 수 있고 지혜가 충분히
변란變亂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니, 조조가 마침내 두기를
하동태수河東太守로 삼았다.
目
【
목目】
위고衞固 등이 군대를 보내
섬진陝津을 차단하니
注+섬陝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는 섬진陝津으로 되어 있다. ≪수경주水經註≫에 “하수河水(황하黃河)가 동쪽으로 섬현陝縣 북쪽을 지나가니, 황하 북쪽에 모성茅城과 마주한 곳을 모진茅津이라 하고 또한 섬진陝津이라고도 한다.” 하였다.,
두기杜畿는 부임한 지 몇 달이 되도록
황하黃河를 건너갈 수 없었다.
조조曹操가
하후돈夏侯惇을 보내어 위고 등을 토벌하게 하였으나 하후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두기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동河東에는 3만 호户가 있는데, 이들이 모두 반란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군대로 급히 압박하면 선善을 하고자 하는 자들이 주인이 없어서 반드시 두려워하여 위고의 말을 들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고 등은 세력이 하나로 뭉쳐서 반드시 결사적으로 싸울 것이니, 이들을 토벌하여 승리하지 못하면 반란이 끝이 없을 것이요, 토벌하여 승리하더라도 이는 한 고을의 백성을 잔해殘害하는 것이다.
또 위고 등이 드러내놓고 왕명王命을 거절하지 않고 겉으로 옛 사군使君을 유임시켜 줄 것을 명분으로 삼으니, 반드시 새 사군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한 대의 수레로 곧바로 가서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나가면, 위고는 사람됨이 계책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하니, 반드시 거짓으로 나를 받아주는 척 할 것이다.
내가
군郡에 한 달 동안 부임해 있으면서 계책으로 제재하면 충분하다.” 두고는 마침내 속임수를 써서 〈길을 바꿔〉
두진郖津에서
황하黃河를 건너갔다.
注+미縻는 제재한다는 뜻이다. 궤詭는 거짓(속임수)이다. 두郖는 음音이 두豆이다. ≪수경주水經註≫에 “황하가 동쪽으로 호현湖縣의 옛 성 북쪽을 지나가고, 또 동쪽으로 백곡수柏谷水와 합류하며, 또 동쪽 오른편으로 문수門水와 합류하니, 황하가 이에 두진郖津이란 명칭이 있다.” 하였다.
目
【목目】 범선范先이 두기杜畿를 죽이고자 하여 마침내 성문 아래에서 주부主簿 이하 30여 명을 참살斬殺하였으나, 두기는 거동擧動이 태연자약하였다.
이에 위고衛固가 말하기를 “이 사람을 죽여도 저들에게는 손해될 것이 없고 우리만 악명惡名을 얻게 될 뿐이다. 또 이 사람에 대한 제재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하고는 마침내 두기를 태수太守로 받들었다.
두기가 말하기를 “위고와 범선은 하동河東의 명망이 있는 사람이니, 내 그대들에게 의뢰하여 일을 이룰 뿐이다. 그러나 군주(상관)와 신하(부하)는 정해진 의리가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함께하니, 큰일은 마땅히 상관인 나와 함께 의논하여야 한다.” 하고는,
위고를
도독都督으로 삼아서
승丞의 일을 행하고
공조功曹를 겸하게 하였으며
注+위고衛固를 도독都督으로 삼고, 또 군郡의 승丞의 일을 행하게 하고, 또 공조功曹를 겸하게 한 것이다. 도독都督은 군대를 관장하고, 승丞은 태수太守를 보좌하여 군郡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바가 없으며, 공조功曹는 공로가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등용함을 관장하니, 이는 겉으로 군郡의 권한을 모두 위고에게 준 것이다.,
장교將校와 관리와 병사 3천여 명을 모두 범선이 감독하게 하였다.
注+≪자치통감資治通鑑≫에는 “모두 범선范先이 감독했다.” 하였다.
目
【목目】 사람들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죄罪(형벌)로써 두렵게 할 수 없고, 사람들이 사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선善으로 권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위에 있는 자가 먼저 백성들의 재물을 풍족하게 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하니, 이것을 ‘생명을 기른다.’라고 한다.
선善과 악惡은 공功과 죄罪로 귀결되게 하고 훼방과 칭찬은 사실에 대한 증험에 나타나게 해서, 말을 들으면 행하기를 요구하여 〈말과 행실이 일치되게 하고,〉 이름을 들면 실제를 살펴서 〈이름과 실제가 서로 맞게 하여〉 혹시라도 사위詐僞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풍속에는 간사하고 괴이한 일이 없고 백성들에게는 음란한 풍습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풍속을 바로잡는다.’
注+탕蕩은 동요시킴을 이른다. 사위詐僞로써 사람을 동요시키면 사람들의 마음이 또한 반드시 사위詐僞에 동요되어 그 윗사람에게 응할 것이다.라고 한다.
영화와 치욕은 상벌賞罰의 정화精華이다. 그러므로 예교禮敎와 영욕榮辱을 군자君子에게 가함은 그 내면을 교화시키는 것이요, 질곡桎梏과 채찍을 소인小人에게 가함은 그 외면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교화敎化가 폐해지면
중등中等 사람을 밀어
소인小人의 경지로 떨어지게 하고, 교화가 제대로 행해지면 중등 사람을 이끌어 군자의 길로 들어가게 하니, 이것을 ‘교화를 밝힌다.’
注+퇴推(밀쳐내다)는 토회吐回의 절切이다. 중인中人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중간에 처한 자이다.라고 한다.
目
【
목目】 위에 있는 자는 반드시
무비武備를 갖춰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니, 편안히 거처할 적에는
내정内政에 맡기고 일이 있을 적에는 군대에 사용하여야 한다. 이것을 ‘위엄을 세운다.’
注+“내정內政”은 국정國政이다. ≪국어國語≫ 〈제어齊語〉에 하였다.라고 한다.
상賞과 벌罰은 정사의 권병權柄이다. 군주가 함부로 상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재물을 아껴서가 아니니 상이 함부로 행해지면 선한 자가 권면되지 않기 때문이요, 함부로 벌을 주지 않는 것은 형벌을 받는 사람을 가엾게 여겨서가 아니니 벌을 함부로 시행하면 악한 사람이 징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으로 선행善行을 권면하지 못함을 일러 선행을 그치게 한다고 하고, 벌로 악행을 징계하지 못함을 일러 악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위에 있는 자가 아랫사람이 선을 행하는 것을 막지 않고, 아랫사람이 악을 행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면 국법國法이 확립될 것이니, 이것을 ‘법을 통일시킨다.’라고 한다.
네 가지 병통이 제거되고 다섯 가지 정사가 또 확립되어, 성실로써 행하고 견고함으로써 지켜서 간략하면서도 태만하지 않고 소략하면서도 잘못하지 않으면, 의상衣裳을 드리우고 팔짱을 끼고 읍양揖讓만 하고서도 해내海内가 평정될 것이다.” 순열荀悦은 순상荀爽의 형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