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綱】 여름 6월에 패성孛星이 천선天船 북쪽에 나타났다.注+천선天船의 9개의 별은 대릉성大陵星 북쪽에 있으니, 물을 주관하는 별이다. 혜성彗星이 거기에 나타나면 홍수가 지니, 일설에는 주성舟星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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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綱】 북궁北宮을 크게 일으켰는데, 얼마 후에 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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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이때에 가뭄이 들자, 상서복야 종리의尙書僕射 鍾離意가 대궐에 나와 관을 벗고 다음과 같이 상소上疏하였다.
“옛날에 성탕成湯은 가뭄을 만났을 적에 여섯 가지 일로써 자책하셨습니다.注+성탕成湯이 큰 가뭄이 7년 동안 이어지자, 재계하고 머리를 깎고 손톱을 잘라 자신을 희생犧牲으로 삼아서 상림桑林의 사社에 기도하였다. 이때 여섯 가지로써 자책하며 말씀하기를 “정사政事에 절도가 없는가. 백성을 부리기를 지나치게 하는가. 궁실을 경영하는가. 궁녀宮女들의 청탁이 성행하는가. 포저苞苴(뇌물)가 행해지는가. 참부讒夫(남을 참소하는 사람)가 많은가. 어찌 비가 오지 않음이 이렇게 지극한가.” 하였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비가 내렸다. 삼가 보건대, 북궁北宮을 크게 일으켜서 백성들이 농사철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궁실宮室이 협소한 것이 걱정이 아니라 다만 백성들이 안녕安寧하지 못한 것이 걱정이니, 우선 중지하여 천심天心에 응하소서.”
황제가 조서詔書로 답하기를 “탕왕湯王이 여섯 가지 일을 이끌어 자책할 적에 허물이 유독 군주 한 사람에게 있었으니, 그대는 관과 신을 착용하고, 사죄하지 말라.”注+“책조策詔”는 조령詔令을 책策에 쓴 것이다. 하고,
또 대장大匠에게 명하여 여러 궁宮을 짓던 일을 중지시키고 급하지 않은 일을 줄였으며, 조서를 내리면서 공경公卿과 백료百僚들에게 사과하였는데, 마침내 때에 맞게 큰비가 내렸다.注+주澍(단비)는 음이 주注이니, 비는 만물을 적시는 것이므로 ‘주澍’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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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황제의 성품이 협소하고 꼼꼼하여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 숨겨진 일을 적발하여 밝히는 것을 좋아하니注+편褊은 협소한 것이다. 은隱은 사람의 이목이 미치지 않은 것이니, 〈“호이이목은발위명好以耳目隱發爲明”은〉 황제가 귀와 눈으로 숨겨진 일을 엿보아서 적발하기를 좋아한 것이다., 공경公卿과 대신大臣들은 자주 꾸짖음과 견책을 받고, 상서尙書 이하의 근신近臣들이 던지는 물건에 맞고 끌려 나가기까지 하였다.注+제提는 대계大計의 절切이니, 물건을 던져 공격하는 것이다. 예曳는 예拽로 읽으니, 해결奚結의 절切로 끎이다. 일설에 “제예提曳(제예)는 모두 본음대로 읽는다.” 하였다.
일찍이 일 때문에 낭관郎官인 약숭藥崧(약숭)에게 노하여 지팡이로 때리자注+상常(일찍이)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상嘗으로 되어 있다. 약숭藥崧은 사람의 성명姓名이다., 약숭이 달아나 상牀 아래로 숨었다. 황제가 더욱 노하여 소리치기를 “낭관은 나와라!” 하자,
약숭이 말하기를 “천자天子는 목목穆穆하고 제후諸侯는 황황皇皇해야 하니注+〈“천자목목 제후황황天子穆穆 諸侯皇皇”은〉 ≪예기禮記≫ 〈곡례曲禮〉의 글이다. 목목穆穆은 그윽하고 깊고 온화하고 공경하는 모양이고, 황황皇皇은 장성하고 밝게 드러난 모양이다., 군주가 직접 일어나 낭관을 친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하였다. 황제가 그제야 그를 용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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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이때 조정이 모두 두려워하여 다투어 준엄하고 박절하게 해서 황제의 주벌과 견책을 피하였으나, 오직 종리의鍾離意는 홀로 과감하게 간쟁하고 자주 조서詔書를 봉함하여 반환하였으며, 신하들의 과실을 번번이 구원하고 해명해주었다.
마침 연달아 재변災變가 있자, 다음과 같이 상소上疏하였다. “폐하께서 귀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백성들을 걱정하고 긍휼히 여기시는데도, 천기天氣(일기日氣)가 조화롭지 못하고 추위와 더위가 절기에 맞지 않습니다.
이는 그 허물이 군신群臣이 황제의 교화를 베풀지 못하고 직책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까다롭고 각박함을 풍속으로 삼아서 백관百官들이 서로 친애하는 마음이 없고 관리와 백성들이 화목한 뜻이 없어서 화기和氣를 거슬려서 하늘의 재앙을 불러온 것에 있습니다.注+“옹옹雍雍”은 화和함이다.
백성은 덕德으로써 이길 수 있고, 힘으로써 복종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시경詩經≫ 〈녹명鹿鳴〉의 시詩에 반드시 잔치하고 즐거워함을 말한 것은 사람과 귀신의 마음이 화합한 뒤에야 천기天氣가 화和하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성스러운 덕을 드리우시어 형벌을 늦추고, 철의 기운에 순응하시어 음양을 조화롭게 하소서.” 황제는 비록 제때에 그의 말을 따르지는 못하였으나, 그의 지극한 정성을 알아서 끝내 사랑하고 후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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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綱】 가을 8월 그믐에 일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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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다음과 같이 조령詔令을 내렸다. “옛날 초 장왕楚 莊王은 재앙이 없자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극히 하였고, 노 애공魯 哀公은 나라에 화禍가 큰데도 하늘이 견책을 내리지 않았다.注+초 장왕楚 莊王 때에 나라에 천재天災의 변고가 없자 장왕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말하기를 “하늘이 요망함을 보이지 않으니, 하늘이 아마도 나를 잊었는가 보다.” 하였다. “화대禍大”는 영토가 깎이고 국력이 약해짐을 이른다. 노 애공魯 哀公은 나라에 화禍가 큰데도 하늘이 재앙을 내리지 않았으니, 이는 하늘이 그를 버린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재변(일식)은 혹여 구원할 수가 있을 것이니, 유사有司는 힘써 그 직책을 다할 것을 생각해서 덕德이 없는 나를 바로잡아라.”
【목目】 거가車駕가 황태후皇太后를 따라 장릉章陵에 행차하였는데, 형주자사 곽하荆州刺史 郭賀가 관직에 있으면서 특별한 공적이 있었다.
상上은 그에게 삼공三公의 의복인 보불黼黻(보불)과 면류冕旒(면류)를 하사하고注+동한東漢의 제도는 면류관에 술[유旒]을 드리워서 관의 앞뒤로 길게 늘어뜨렸다. 삼공三公과 제후諸侯는 면류관의 술이 7개이고 푸른 옥으로 관자[주珠]를 만들었다., 칙명으로 그가 부내部內를 순행할 적에 수레에 휘장을 제거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그의 용모와 의복을 보게 해서, 덕德이 있는 사람을 표창하였다.注+첨襜은 치점蚩占의 절切이다. “첨유襜帷”는 수레의 앞 휘장이니, 지금 칙령을 내려서 그가 관할한 군현郡縣을 순행할 적에 이것을 제거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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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綱】 홍수가 졌다.
역주
역주1長秋宮(황후) :
漢나라의 궁전 이름으로, 高祖가 거처하다가 뒤에 皇后가 거처하였는데, 이로 인해 황후를 직접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역주2馬援은……친척 :
椒房은 后妃를 일컫는 말로, 그 친척은 곧 황제의 姻戚이 되는바, 馬皇后가 馬援의 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역주3大起……罷之 :
“宮을 건축한 일을 쓴 적은 있었는데, 武帝의 明光殿에 이르러 처음 ‘起’라고 썼으나 ‘大起’라고는 쓰지 않았으니, ‘大起’라고 쓴 것은 비난한 것이 아니겠는가. 明帝가 막 北宮을 〈건축하는 공사를〉 크게 일으켰다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鍾離意의 한 상소문 때문에 당장 파하였으니, 허물을 고침에 인색하지 않다고 이를 만하다. 위에서는 ‘大起’라고 쓰고 아래에서는 ‘旣而罷之’라고 쓴 것은 용감하게 간언을 따름을 나타낸 것이다.[書築宮 有之矣 至武帝明光 始書起 未書大起也 書大起 非譏歟 帝方大起北宮 未幾 以鍾離一疏而立罷 可謂改過不吝矣 上書大起 下書旣而罷之 所以見其從諫之勇也]다” ≪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