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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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 시황始皇이
함양궁咸陽宮에서 술잔치를 벌였는데,
복야僕射로 있던
주청신周靑臣이 나아가 송축하기를
注+복야僕射는 진秦나라의 관직 이름이다. 복僕은 주관한다는 뜻이다. 사射(쏘다)는 본래의 글자대로 읽는다. 옛날에는 무사武事를 중요하게 여겨, 모든 관청마다 반드시 활쏘기를 주관하여 감독하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지금 사射의 음을 야夜로 읽는 것은, 대개 관중關中 지방의 말이 전이轉移되어서 이렇게 읽는 것일 뿐이다.
“폐하께서 신령스럽고 거룩하시어 온 천하를 평정하고는 제후들의 나라를 군현郡縣으로 삼아 전쟁의 걱정이 없게 하였으니, 이는 상고시대의 임금들도 미치지 못할 바입니다.”라고 하니, 진 시황이 좋아하였다.
그러자
박사博士 순우월淳于越이 아뢰기를,
注+순우淳于는 복성複姓이다. “
은殷나라와
주周나라가 1천여 년 동안 왕 노릇을 하면서는 자제들을 공신으로 봉하여 스스로 나라를 보위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는 온 천하를 차지하고서도 자제들을 일개 필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나
과 같은 신하가 있을 경우, 무슨 수로 서로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일에 있어서 옛사람들을 본받지 않고서도 능히 오랫동안 유지하였다고 하는 것은,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지금 주청신이 또 면전에서 아첨하여 폐하의 허물을 중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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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 시황始皇이 이에 대해 신하들에게 의논하게 하였는데, 승상
이사李斯가 말하기를, “
의 다스림은 서로 중복되지 않았고,
는 서로 이어받지 않았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대업大業을 창시하여 만세의 공을 세우셨으니,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유자儒者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더구나 순우월淳于越의 말은 바로 삼대三代 때의 일이니, 어찌 본받을 것이 있겠습니까.
전에는 제후들이 서로 다투었으므로, 떠돌아다니는 학자들을 잘 대우해주어 불러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천하가 이미 평정되어, 법령이 한곳에서 나옵니다.
백성들은 집안에서 농공農工에 힘쓰고 있으며, 선비들은 법령法令을 익숙하게 잘 압니다.
그런데도 지금 여러 유생들은 오늘날을 본받지 않고 옛날 일을 배워, 당세를 비난하면서 백성들을 미혹시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영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각자가 자신들이 배운 것을 가지고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댑니다.
그리하여 집에 들어가서는 마음속으로 비난하고, 밖으로 나와서는 길거리에서 떠들어대어, 자신의 주장을 과시하면서 명성을 구하고, 취향을 달리하는 것을 고상한 것으로 여기면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비방하고 있습니다.
注+취趣는 준우逡遇의 절切이며, 뜻이 지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데도 금하지 않는다면, 임금의 형세는 위에서 떨어지고, 당파의 습속은 아래에서 이루어질 것이니, 금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신은 청합니다.
사관史官이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진秦나라의 기록이 아닌 것은 모두 불태우고,
注+열국列國의 역사 기록을 모두 불태운 것이다.박사博士의 관직에 있지 않으면서 천하에 《
시詩》와 《
서書》와
백가百家의 서책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모두 지방 고을의 수령에게 가지고 나가서 불태우게 하소서.
注+진秦나라에서 책을 불태운 것은 천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책만을 불태웠을 뿐이다. 박사博士의 관직에 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책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항우項羽가 진秦나라 궁실을 불태울 때 비로소 박사들이 소장하고 있던 책들도 한꺼번에 불타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
시詩》와 《
서書》를 이야기하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저자에서 처형하고, 옛날의 일을 가지고 오늘날의 일을 비난하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삼족三族을 멸족시키되,
注+우偶는 서로 마주 대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모여서 말하는 것을 금한 것은 진秦 시황始皇이 자신을 비방할까 두려워해서였다. 관원이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검거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같은 죄로 다스리소서.
또 명령이 내려진 지 30일이 지났는데도 불태우지 않는 자는
자자刺字를 하고서
성단형城旦刑에 처하소서.
注+“성단城旦”은 낮에는 오랑캐들을 방비하고, 밤에는 장성長城을 쌓기를 4년 동안 하게 하는 형벌이다. 일설一說에는 “성단城旦은 새벽에 일어나 가서 성을 쌓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불태우지 않아야 할 서책은
의약醫藥과
복서卜筮와
종수種樹에 관한 책들이며, 법령을 배우고자 하는 자들은 관리를 스승으로 삼게 하소서.”라고 하니,
진秦 시황始皇이 “그렇게 하라.”라고
제制하였다.
注+여러 신하들이 주청하는 바가 있을 경우에 상서령尙書令이 이를 아뢴다. 유사有司에게 내리는 것을 제制라 하고, 천자天子가 답하는 것을 가可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