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綱】 봄 2월에 태황태후 왕씨太皇太后 王氏가 붕崩하였다.注+왕망王莽이 이미 칭호를 신실문모新室文母라고 고쳤는데 여기에서 쓰지 않은 것은, 왕망이 칭호를 바꾼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目
【목目】 왕망王莽이 태후太后의 칭호를 고쳐 신실문모新室文母라 하여 태후를 한漢나라에서 인연을 끊고는, 마침내 효원황제孝元皇帝의 사당을 허물고 다시 태후를 위하여 사당을 일으킬 적에,
효원황제의 사당에 옛 궁전宮殿만을 남겨두어 문모文母의 찬식당篹食堂(찬식당)으로 삼았다.注+치置는 버려둠이고 남겨둔다는 뜻이다. 찬篹은 찬饌과 같으니,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다. 찬식당이 완성되자, 장수궁長壽宮이라 이름하고 술자리를 베풀어 태후를 청하였다.
태후가 도착하여 사당이 완전히 무너지고 진흙으로 그 자리를 바른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울면서 말하기를 “이곳은 한漢나라의 종묘宗廟이다. 모두 신령神靈이 계신 곳인데, 정사政事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허물었단 말인가.注+여與(관여하다)는 예預로 읽으니, “여하치與何治”는 정사政事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말과 같다.
만일 귀신이 앎이 없다면 또 어찌 사당을 지을 것이 있으며, 만일 앎이 있다면 나는 바로 남(한漢나라 황제皇帝)의 비첩妃妾이니, 어찌 황제皇帝의 사당祠堂을 욕되게 하고서 궤사饋食(궤사)를 진열하겠는가.”注+오吳나라 사람은 제사를 일러 궤饋라 한다. 하고는,
은밀히 좌우에게 일러 말하기를 “이 자(왕망王莽)가 신神을 지나치게 홀대하니, 오랫동안 신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고는, 술 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고서 자리를 파하였다.注+우祐는 복福이니 신神이 도와줌이다.
目
【목目】 왕망王莽이 한漢나라의 검은 담비갖옷을 바꾸어 황색黃色의 담비갖옷을 착용하게 하고注+경更(경)은 바꿈이다. 착著(입다)은 직략直略의 절切이다. 초貂는 시중侍中이 입는 담비갖옷이다. 또 한漢나라의
【강綱】 흉노匈奴의 오주류선우烏珠留單于가 죽자, 오루약제선우 함烏累若鞮單于 咸(흉노의 제19대 선우)이 즉위하였다.
目
【목目】 흉노匈奴의 용사用事(집정執政)하는 대신大臣인 수복당須卜當은 항상 중국中國과 화친하고자 하였는데, 함咸이 왕망王莽에게 〈신임을 받아 효선우孝單于에〉 제수된 것을 보고는 마침내 차례를 건너뛰어 그를 세웠다.注+수복須卜은 흉노匈奴의 귀족貴族이고 당當은 이름이니, 수복당須卜當은 바로 왕소군王昭君의 딸인 이묵거차 운伊墨居次 云의 남편이다.
역주
역주1太皇太后王氏崩 :
“新室文母라고 쓰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太后를 漢나라에서 끊지 않았기 때문이다. 新나라의 王莽의 찬탈을 이루어준 자는 태후인데, 그녀를 漢나라에서 끊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그녀가 옥새를 쥐고 관속들로 하여금 검정색 담비옷을 입게 하고 漢나라의 正朔과 臘日을 쓰게 하여, 여전히 漢나라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漢나라 太皇太后’라고 쓰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태황태후가〉 왕망의 新나라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말로 쓴 것이다. 이 때문에 〈태황태후가〉 왕망의 新나라를 인정하지 않았으면 태황태후에게 漢나라를 쓰지 않고, 〈蕭后가〉 李氏(李淵)의 唐나라를 인정해주었으면 옛 后인 蕭氏에게 隋나라를 쓴 것이다.[不書新室文母 何 不絶之於漢也 成新莽之簒者 太后也 其不絶之 何 其握璽 其令官屬黑貂 其用漢家正臘 猶有漢氏之心焉 然則其不書漢太皇太后 何 不成莽之爲新也 故以恒辭書之 是故不成莽之爲新 則太皇太后不書漢 成李氏之爲唐 則故后蕭氏書隋]” ≪書法≫ “王莽이 이미 新室文母라고 칭호를 바꾸었는데, 여기에서 이 칭호를 쓰지 않은 것은 칭호가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太后가 비록 안에서 주인이 되어 왕망의 찬탈을 이루게 하였으나, 실제로는 본심이 아니고 다만 처음에 왕망의 속임수에 미혹되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事勢가 이미 이뤄짐에 이르러서는 진실로 자기의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었고, 더구나 태후의 마음은 일찍이 단 하루도 漢나라를 잊지 않았다. 이 때문에 ≪資治通鑑綱目≫에서 太皇太后의 칭호만을 썼으니, 이로써 태후의 본심을 인정해주고 태후를 漢나라에서 끊지 않은 것일 뿐이니, 어찌 지나치게 허여했다고 하겠는가.[莽已更號新室文母 而此不書者 不予其改也 太后雖爲內主 成莽之簒 然實非本心 特其始焉惑於莽之欺而已 及夫事勢已成 固已末如之何 況太后之心 未嘗一日忘漢 此綱目所以止書太皇太后之號 亦以遂其本心 不絶之於漢云爾 夫豈過予之哉]” ≪發明≫
역주2正朔과……臘日 :
正朔은 정월 초하루이고, 伏日은 여름철 三伏 중에 정하여 제사를 드리던 날이며, 臘日은 臘祭를 드리던 날로 후세에는 음력 12월 8일로 정하였다.
역주3彗星이 나타났다 :
≪資治通鑑≫은 彗星의 출현에 대해 彗와 孛(패)로 기록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史炤는 ≪資治通鑑釋文≫에서 “혜성을 孛라 한다.[彗星謂之孛]”라고 하여 彗가 바로 孛라고 보았다. 그러나 胡三省은 이와 달리 彗와 孛를 구별하여 “彗는 별도로 彗이고 孛는 별도로 孛이다. 彗는 그 빛살이 빗자루처럼 길기 때문에 彗라 하고, 孛는 그 빛살이 성대하게 일어나 사방으로 勃勃하게 쏟아져 나가는 것이니, 孛의 재앙이 彗보다 더 심하다. ≪자치통감≫에 彗를 쓴 것이 있고 孛를 쓴 것이 있으니, 이는 그 재앙이 됨에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구별한 것이다.[彗自是彗 孛自是孛 彗長其光芒如掃箒 故謂之彗 孛者光芒蓬勃四出孛孛(발발)然也 孛之災甚於彗 通鑑有書彗者 有書孛者 別其爲災有淺深也]”라고 설명하였다. ≪通鑑釋文辯誤 권4 通鑑86≫ 思政殿訓義 ≪資治通鑑綱目≫ 漢 文帝 8년 조 訓義에 彗孛․辰星을 구분하여 이에 따라 각각 번역하였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