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파巴나라와 촉蜀나라가 서로 공격하여 모두 급한 상황을 진秦나라에 알렸다.
진秦나라
혜왕惠王이
촉蜀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자
注+① 혜왕惠王은 바로 혜문왕惠文王이다.한韓나라가 또 침략하여 왔다.
사마조司馬錯가
촉蜀나라를 정벌하자고 청하자
注+② 착錯은 음이 조措이니 이름이다.,
장의張儀가 말하기를 “
한韓나라를 정벌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하니,
왕王이 이르기를 “청컨대 그 이유를 듣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장의가 말하기를 “
위魏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초楚나라와 잘 지내면서 병사를
삼천三川으로 내려보내
신성新城과
의양宜陽을 공격해서 두
주周나라의
교외郊外까지 이르고
구정九鼎을 점거하고
지도地圖와
호적戶籍을 살펴서
천자天子를 끼고
천하天下를 호령하면
천하天下에 감히 듣지 않는 나라가 없을 것이니 이는
왕업王業입니다.
注+③ 이수伊水와 낙수洛水와 하수河水가 삼천三川이다. 진秦나라가 나중에 삼천군三川郡을 두었는데, 한漢나라가 하남군河南郡으로 고쳤다.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에 “신성현新城縣은 하남군河南郡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주二周는 곧 동주東周와 서주西周이다. 하夏나라 우禹임금이 구목九牧에서 금金을 바치게 하여 구정九鼎을 만들어 구주九州의 상징물로 하였는데 마침내 삼대三代가 전하는 국보國寶가 되었다. 도적圖籍은 지리도地理圖 및 호구판적戶口版籍이다.
신은 들으니 이름을 다투는 자는 조정에 있고, 이익을 다투는 자는 저자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삼천三川과 주실周室은 천하天下의 조정과 저자입니다.
왕王께서 이를 다투지 않으시고 도리어 융적戎翟과 다투게 되니 왕업王業에서 멀어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신은 들으니 나라를 부유하게 하려는 자는 그 땅을 넓히는 데 힘쓰고, 군대를 강하게 하려는 자는 그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데 힘쓰며, 왕이 되려고 하는 자는 그 덕을 넓히는 데 힘쓴다고 하니, 이 세 가지 바탕이 갖추어지면 왕업은 따라올 것입니다.
지금
왕王이 땅은 작고 백성은 가난하므로 신은 먼저 쉬운 일에서부터 종사하기를 원합니다.
注+④ 이易(쉽다)는 거성去聲이다.
저
촉蜀나라는 서쪽에 치우친 나라로
융적戎翟의 우두머리인데
걸桀과
주紂의 시대와 같은 혼란함이 있으니,
진秦나라가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승냥이와 이리로 하여금 양 떼를 쫓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注+⑤ 시豺는 이리의 종류이다.
그 땅을 얻으면 나라를 넓힐 수 있고 그 재물을 취하면 백성들을 부유하게 할 수 있으며 병사를 잘 다스리면 많은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촉蜀나라가 복속될 것입니다.
注+⑥ 선繕은 다스림이다.
나라 하나를 함락시켰는데도 천하가 포악하다고 여기지 않고, 이익이
서해西海를 다하여도 천하가 탐욕스럽다고 여기지 않으며
注+⑦ 서해西海는 촉천蜀川을 말한다. 바다는 진귀한 물품이 모여 생기는 곳으로 진秦나라 안에 육해陸海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실상은 서쪽에 또한 바다가 있어서 서해西海라고 한 것이다., 또 포악을 금지하고 혼란을 그치게 하였다는 명성이 있게 되니, 이는 우리가 한 번 움직임에 명분과 실리가 따라오는 것입니다.
注+⑧ 명名은 그 덕德을 넓히는 것을 이르고, 실實은 토지土地와 재보財寶를 얻음을 이른다.
지금
한韓나라를 공격하여
천자天子를 겁주는 것은 명성을 나쁘게 하는 것이고, 천하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공격하면 또 반드시 이롭지 않을 것이니,
촉蜀나라를 정벌하여 온전히 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注+⑨ 완完은 온전함이니, 군대로 촉蜀을 정벌하여 완전하게 빼앗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왕王이 이 말을 따라 군대를 일으켜 촉蜀나라를 정벌하여 10월에 빼앗았다.
진秦나라가 더욱 강하고 부유하게 되어 제후諸侯들을 경시하였다.
目
[目]연燕나라 정승 자지子之가 소진蘇秦의 동생 소대蘇代와 혼인을 맺어 연燕나라의 권력을 얻고자 하였다.
소대가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자, 연燕나라 왕이 묻기를 “제齊나라 왕이 패자霸者가 되겠는가?”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무슨 까닭인가?”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그 신하를 믿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연燕나라 왕이 오로지 자지에게만 맡겼다.
녹모수鹿毛壽가
연燕나라 왕에게 이르기를
注+① 녹鹿은 성姓이고 모수毛壽는 명名이다. “사람들이
요堯임금을 어질다고 말하는 것은 천하를 사양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왕께서 나라를 자지에게 사양하시면 이는 왕께서 요임금과 이름을 같이 할 것입니다.”라고 하니, 연燕나라 왕이 인하여 나라를 자지에게 맡겼다.
혹자가 말하기를 “
우禹임금은
익益을 천거하고
계啓의 사람들로 관리를 삼았는데
注+② 인人은 신하와 같으니, 계啓의 신하를 익益의 관리로 삼았음을 말한다., 늙어서
천하天下를 익에게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계가 그의 무리들과 함께 익을 공격하여 빼앗으니, 세상에서는 우임금이 명목상으로는 익에게 천하를 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계로 하여금 스스로 빼앗게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왕께서 나라를 자지에게 맡겼다고 말하였으나 관리는
태자太子의 사람이 아닌 사람이 없으니, 이는 명목상으로는 자지에게 맡겼으나 실질적으로는 태자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니, 왕이 인하여
인수印綬를 거두고
삼백석리三百石吏부터 이상은
인수印綬를 자지에게 바치라고 하였다.
注+③ 수綬는 음이 수壽이니 조수組綬이다. 한漢나라는 진秦나라의 제도를 이어받았는데, 승여乘與와 새수璽綬는 제왕諸王 이하에게 인印은 금金, 은銀, 동銅으로 차별하고 수綬는 적赤, 자紫, 청靑, 흑黑, 황黃으로 차별하였다. 삼백석리三百石吏는 동인銅印에 흑수黑綬인데 혹 황수黃綬로 하였다. 효效는 바치는 것이니, 인印을 자지子之에게 바치는 것이다.
자지가
남면南面하여 왕의 일을 행하고
쾌噲는 늙어서 정사를 듣지 않아 도리어 신하가 되었다.
注+④ 쾌噲가 늙어서 스스로 쉬면서 도리어 자지子之의 신하가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