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 처음에
조사趙奢가
전부田部의 관리가 되어 조세를 거두었는데
注+① 전부리田部吏는 전지田地의 조세 징수를 담당하는 자이다.,
평원군平原君 집안이 내려고 하지 않았다.
조사가 법에 의거하여 그 집안의 일을 보는 자 9명을 죽이자 평원군이 노하여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조사가 말하기를 “군께서는 조趙나라에서 귀공자입니다.
지금 군의 집안을 방종하게 두어 공무를 받들지 않게 하면 법령이 손상될 것이고, 법령이 손상되면 나라가 약해질 것이고, 나라가 약해지면 제후가 군대로 침입할 것입니다.
이것은
조趙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니, 군께서 어떻게 이러한 부를 지닐 수 있겠습니까.
注+② 삭削은 침범한다는 뜻이고, 빼앗는다는 뜻이다.
군의 존귀함으로 공무를 받들어 법대로 하면 상하가 공평해지고 상하가 공평해지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나라가 부강해지면 조趙나라가 공고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군은 나라의 귀척貴戚이니 어찌 천하에서 경시하겠습니까.” 하였다.
평원군이 그를 어질다고 여겨 왕에게 아뢰어 나라의 세금을 관리하게 하였는데, 나라의 세금이 매우 공평해져서 백성이 부유해지고 나라의 창고가 가득 찼다.
目
[目]
진秦나라가
알여閼與를 포위하자
注+① 알閼은 어갈於葛의 절切과 어련於連의 절切이다. 여與는 예預와 여余 두 가지 음이 있다. 알여閼與는 조趙나라의 읍이다. 왕이 신하들을 불러 자문하였는데,
염파廉頗와
악승樂乘은 모두 길이 멀고 지세가 험하고 좁아 구원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注+② 악승樂乘은 악의樂毅의 종인宗人이다. 승乘은 평성平聲이다.
조사趙奢가 말하기를 “길이 멀고 지세가 험하고 좁으니 두 마리 쥐가 구멍 속에서 싸우는 격입니다.
용감한 쪽이 이길 것입니다.”
注+③ 장將(장차)은 평성平聲이니, 헤아려봄에 장차 그러할 것이라는 말이다. 마땅히 용감한 쪽이 이길 것임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왕이 이에 조사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가서 구원하게 하였다.
한단邯鄲을 떠나 30리 지점에서 머무르며 군중軍中에 명령하기를 “군사에 대해 간언하는 자가 있으면 죽일 것이다.” 하였다.
진秦나라 군대가
무안武安 서쪽에 주둔하여
注+④ 무안武安은 한단邯鄲의 서쪽에 있다. 북을 치며 시끄럽게 병사를 조련하니 무안의 기왓장이 모두 흔들렸다.
급히 무안을 구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자가 있었는데, 조사가 바로 베어 죽이고 벽을 굳게 지키면서 28일 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보루를 더욱 보강하였다.
目
[目]
진秦나라 첩자가
조趙나라의 군중에 들어오자
조사趙奢가 잘 먹여서 보냈다.
注+① 간間(첩자)은 거성去聲이다. 사食는 음이 사嗣이다.
첩자가 돌아가 보고하니 진秦나라 장수가 매우 기뻐하였다.
조사가 첩자를 돌려보낸 뒤에 갑옷을 벗고 급히 달려가
注+② 권卷(말다)은 권捲으로 읽는다. 하룻낮 하룻밤 만에
알여閼與에서 50리 떨어진 곳에 주둔하였다.
군대의 보루가 완성되자 진秦나라 군대가 그 소식을 듣고는 모두 갑옷을 입고 달려왔다.
조趙나라 군사 허력許歷이 간언하기를 청하자 조사가 간언을 들이게 하였는데, 허력이 말하기를 “진秦나라는 조趙나라가 여기에 이르리라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밀려드는 기세가 대단하니, 장군께서는 반드시 군진을 두텁게 배치하여 그들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注+③ 진陳(군진)은 진陣으로 읽는다. 하니, 조사가 “그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라고 하였다.
허력이 다시 간언하기를 청하고 말하기를 “북산을 먼저 점거하는 쪽이 승리할 것입니다.” 하였다.
조사가 즉시 만 명을 조발하여 달려가게 하니,
진秦나라 군대가 나중에 도착하여 산을 다투었으나 올라갈 수 없었다.
注+④ 상上(올라가다)은 상성上聲이다.
조사가 병사를 풀어 공격하자 진秦나라 군대가 크게 패하여 알여의 포위를 풀고 돌아갔다.
조趙나라가 조사를 봉하여
마복군馬服君을 삼고, 허력을
국위國尉로 삼았다.
注+⑤ 한단邯鄲의 서북쪽에 마복산馬服山이 있다. 이 산으로 인해 봉호를 삼은 것이다. 마병馬兵의 우두머리이니, 능히 말을 복종시킬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目
[目] 왕이
에서 그를 만나고자 하였다.
注+① 무릇 이궁離宮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별도의 장소에다 설치하여 특별한 때에 거처하는 곳을 이른다.
범수范睢가
인줄 모른 척하고는 그 안에 들어갔는데
注+② 영永은 길다는 뜻이다. 영항永巷은 궁중의 긴 골목이다. 후대에 액정掖庭으로 고쳤다., 왕이 오자 환관이 노하여 그를 쫓으며 왕께서 납시었다고 하였다.
범수가 짐짓 말하기를
注+③ 유謬는 미유靡幼의 절切이니, 잘못이라는 뜻이고, 속인다는 뜻이다. “
진秦나라에 어디 왕이 있단 말이오?
오직 태후太后와 양후穰侯가 있을 뿐이오.”라고 하였다.
왕이 어렴풋이 그 말을 알아듣고서 주변의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고 꿇어 앉아 묻기를 “선생은 무엇을 과인에게 가르쳐주겠소?”
注+④ 병屛은 필영必郢의 절切이다. 기跽는 음이 기忌이니, 허리를 펴고 꿇어앉아 두 무릎을 땅에 대는 것이다. 하니, “글쎄요.”라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문답하기를 세 차례 하자
注+⑤ 유唯는 이수以水의 절切이니, 승낙한다는 뜻이다. 왕이 말하기를 “선생이 끝내 과인을 가르쳐주지 않으려는 것이오?” 하였다.
범수가 아뢰기를 “감히 그러려는 것이 아닙니다.
신은 타국에서 온 나그네 신하라 왕과의 관계도 소원합니다.
그리고 아뢰고자 하는 말은 모두 군주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注+⑥ 광匡은 돕는다는 뜻이다.
왕의 골육지친들 사이에 처해 있으니, 어리석은 신의 충성을 바치고 싶지만 왕의 마음이 어떠하신지 모르니, 이것이 왕께서 세 번 물으셔도 감히 대답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신은 오늘 앞에서 말씀드리다가 내일 뒤에서 벌을 받아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만약 진秦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죽음을 신이 감히 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두려운 것은 신이 죽은 뒤에 천하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진언하지 않으며 발을 싸매고 움직이지 않아
진秦나라로 오려는 자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注+⑦ 천하의 선비가 범수范睢의 죽음을 거울로 삼아 감히 다시 진언하지 않을 것임을 말한다. 하였다.
왕이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말씀이오?
과인이 선생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은 하늘이 과인으로 하여금 선생을 번거롭게 하여 선왕의 종묘를 존속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注+⑧ 혼溷은 호곤胡困의 절切이니, 번거롭게 한다는 뜻이다.
일의 대소에 관계없이 위로 태후太后에서 아래로 대신大臣에 이르기까지 선생은 빠짐없이 과인을 가르쳐주고, 과인을 의심하지 마시오.” 하였다.
目
[目]범수范睢가 주위에 몰래 듣는 자가 많은 것을 보고, 감히 내부의 문제를 말하지 아니하고 먼저 외부의 문제를 말하고서 진秦나라 왕의 태도를 살폈다.
그리고는 아뢰기를 “양후穰侯가 한韓나라와 위魏나라를 넘어 제齊나라의 강剛과 수壽를 공격한 것은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제齊나라 민왕湣王이 초楚나라를 공격하여 천 리의 땅을 넓혔으나, 촌척寸尺의 땅도 얻지 못한 것은 어찌 얻고 싶지 않아서였겠습니까.
제후들이 제齊나라가 피폐해진 것을 보고 정벌하자 제齊나라가 거의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왕께서는 먼 나라와 우호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계책입니다.
한 치의 땅을 얻으면 왕의 한 치 땅이 될 것이요, 한 자의 땅을 얻더라도 역시 왕의 한 자 땅이 될 것입니다.
지금 저
한韓나라와
위魏나라는 중원에 위치한 나라이면서 천하의 중추입니다.
注+① 처處(거하다)는 거성去聲이다. 중국에 있음을 말한 것이다. 천하의 중추라는 것은 문을 가지고 비유한 것이니, 문의 개폐가 모두 지도리에서 말미암는다.
왕께서 만약 패자가 되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중원의 나라와 화친하여 천하의 중추가 된 뒤에
초楚나라와
조趙나라를 굴복시켜야 하니, 그러면
제齊나라가 친하게 되어
한韓나라와
위魏나라를 인하여 빼앗을 수 있을 것입니다.”
注+② 부附는 친하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왕이 좋다고 하고 범수를 객경으로 삼아 더불어 군사를 모의하였다.